글
2007.06.01/송순진 기자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3인방이 모였다. 5월 31일, 서울디지털 포럼에서 마련한 '할리우드 인 서울' 섹션에 참여한 로이 리, 켈리 리, 윌리엄 최는 각각 제작자, 캐스팅 매니저, 스타 매니지먼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
버티고 엔터테인먼트 사장인 로이 리는 <시월애><무간도><그루지> 등 한국, 중국, 일본의 영화를 각각 <레이크 하우스><디파티드><그루지>로 리메이크한 할리우드의 제작자. 켈리 리는 배우 김윤진을 <로스트>에 캐스팅한 것으로 유명한 ABC TV 캐스팅 수석 부사장이며, 윌리엄 최는 토비 맥과이어, 리즈 위더스푼, 제이크 질렌홀, 줄리앤 무어, 제임스 맨골드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360의 탤런트 매니저다.
할리우드의 중심에서 일하고 있는 세 사람이 자리한 기자회견장에는 최근 비, 전지현, 이병헌 등 국내 스타들의 할리우드 진출 소식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증명하듯, 많은 취재진들이 모여 질문을 쏟아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나온 일문일답.
Q. 로이 리는 여러 편의 아시아 영화들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했다. 수많은 영화 가운데, 특정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중국과 한국, 일본 등 각 나라마다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로이 리 | <그루지><무간도> 같은 작품을 리메이크 했는데,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워낙 스토리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미국 시장에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편견이 없다. 독창성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라면 어디라도 찾고 어디에서라도 가져올 준비가 되어 있다. 일본과 한국 영화들을 리메이크 한 것은 각각의 작품들이 독창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 중, 일 세 나라의 다른 점도 특별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원작이 탄탄한 작품을 찾았는데, 우연히 한국, 일본, 홍콩에서 온 작품들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 가운데서는 상업성이 잘 살려진 작품이 많다는 것을 장점을 꼽고 싶다.
Q. 여러번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 소식이 날아들었지만, 실제로 제작된 것은 얼마 없다. 왜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들의 진행이 느려진다고 생각하나? 무엇이 방해 요소인가?
로이 리 | 영화는 어느 시점부터 제작에 들어갔다고 정확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각본과 감독, 스탭 등 모든 구성 요소들이 맞아떨어져야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은 대본 작업인데, 한 대본을 완성하는데도 여러 명의 작가들이 거쳐가거나 함께 작업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는 수백 편의 스크립트(대본)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선택되는 것들은 극히 일부고, 실제로 영화화되는 것도 극히 일부다. 게다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거나 하면 일단 시각적으로 증명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리메이크 하는 스크립트가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윌리엄 최 | 보충 설명을 하자면, 한국은 물론이고 어느 나라 작품이든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실제 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작다. 제작비와 제작사의 입장 등 여러가지 힘의 역학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판권을 아주 많이 구입하고 있지만, 제작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포레스트 검프> 역시 10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묵혀있던 스크립트였다. 그런 점에서 로이 리는 10여 편의 영화를 개발 중이라고 하니 정말 놀랍다.
Q. 배우 김윤진이 <로스트>를 통해서 할리우드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는 김윤진보다 더 훌륭한 배우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이 김윤진의 장점이긴 하겠지만, 김윤진을 <로스트>에 캐스팅한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그녀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켈리 리 | 다른 배우들이 물론 많겠지만, 내 경우에는 잘 모르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 자체만으로도 정말 뛰어난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어 구사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이다. 그녀가 미국에서 자란 것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영어를 잘하는 것과 발음의 문제는 비단 한국에 국한되는게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영국식 발음을 구사하는 것도 문제가 될 때도 있다. 가능하면 미국식 영어 발음을 가진 것이 훨씬 좋다고 할 수 있다.
Q. 한국 감독이나 배우와 일할 계획을 가지고 있나? 있다면 누구와 일할 예정인가?
로이 리 | <놈, 놈, 놈>의 김지운 감독과 작업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정말 뛰어나고 훌륭한 감독이다. 오리지널 컨텐츠를 만들어내려는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켈리 리 |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경쟁사에 정보가 밝혀질 것이 꺼려지므로 얘기하지 않겠다.
윌리엄 최 | 몇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회사 일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친구의 부탁으로 어느 한국 배우의 미국 진출을 도와준 적 있다.
Q. 디즈니-ABC 사에서 4대 주요 콘텐츠 시장 가운데, 시장 규모가 비교적 작은 한국을 꼽았다. 유독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뭔가? 한국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돈을 많이 지불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인가?
로이 리 |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특히 영화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지갑이라고 생각한다.
윌리엄 최 | 역시 산업 성장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또한 한국 시장의 연결성을 주목할 만하다.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선도국이라는 점이 관심의 이유다.
로이 리 | 얘기를 추가하자면, 미국에서는 언제나 잘 팔릴만한 소재를 찾는다. 팔릴만하다고 판단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는 최근에 요구르트 프렌차이즈 ‘레드망고’를 미국에 가져가기로 했다.
Q. 한국인들이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려면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할까?
윌리엄 최 | 미국 현지의 업체들, 현지의 인력들과 똑똑한 협업을 해야한다. 할리우드에서도 한류는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몇 명의 아시아 스타들이 크게 성공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터져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장쯔이의 <게이샤의 추억>은 미국이 제작을 했지만, 중국의 이안 감독이 중국에서 찍은 영화에 발탁돼 할리우드에 소개됐다. 성룡은 이미 아시아 지역의 톱스타였기 때문에 할리우드도 주목하고 데려다가 영화를 찍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비가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한 것은 정말 좋은 기회다. <스피드 레이서>의 두 감독(워쇼스키 남매)는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스타급 감독들이고, 이 영화 역시 주목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함으로써 큰 부담없이 할리우드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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