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영화엔 방송사 낀다

영화계에 필름 대신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HD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다. 제작사들은 막대한 필름 비용을 없앤다는 장점 외에 디지털로 촬영, 전송, 상영하는 디지털시네마 시대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특히 영화 제작사와 방송사가 제휴, 영화와 방송용 콘텐츠를 거의 동시에 제공하기 위한 포석이란 점에서도 최근 두 분야의 공조는 돋보인다.

 ◇영화사, 방송 시장 뛰어들어=영화사 화인웍스(대표 김민기)는 케이블방송사 온미디어와 손잡고 HD 영화 ‘이브의 유혹’을 제작중이다. 이 영화는 본격 에로틱 스릴러를 표방, ‘키스’ ‘엔젤’ ‘그녀만의 테크닉’ ‘좋은 아내’ 등 4부작으로 제작되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제작된다.

 이브의 유혹은 온미디어의 방송 채널 OCN이 10억원의 제작비(편당 2.5억원)를 제공하고, 최초로 자체 배급까지 담당한다. 지난주 4부작 중 첫번째 작품인 ‘키스’를 크랭크업했으며, 두번째 작품인 ‘엔젤’은 3분의 2 가량 촬영을 마쳤다.

7월 19일부터 일주일 단위로 4개 작품을 모두 극장에서 개봉하고, 마지막 작품 상영 종료후 바로 첫작품인 ‘엔젤’을 OCN을 통해 방영한다는 계획이다.

 제작을 맡은 화인웍스의 윤창업 PD는 “이 영화는 극장 상영보다는 OCN 방영에 목적이 있다”면서 “HD 제작 경험이 있는 스탭들을 동원해 적은 비용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HD 영화 제작에 방송사 관심 높다=싸이더스FNH가 MBC와 MBC프로덕션의 투자를 받아 지난해 제작, 개봉한 ‘달콤, 살벌한 연인’은 HD 영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영화는 약 9억원의 제작비로 23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통상 약 27억원의 제작비를 썼을 때 100만명이 손익분기점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공이다. 싸이더스FNH는 여기서 약 4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더스FNH 윤석준 PD는 “MBC 측이 제작비 외에 HD 촬영장비와 인력까지 제공했다”며 “일본과 같이 우리나라도 앞으로 방송사들의 (HD) 영화 제작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싸이더스FNH는 ‘달콤, 살벌한 연인’ 외에 ‘무도리’도 MBC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세번째 HD 프로젝트인 ‘죽어도 해피엔딩’을 준비중이다.

 SBS도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어느날 갑자기’라는 옴니버스 형식의 HD 공포물 제작에 참여했다.

 ◇HD 영화 제작 왜 뛰어드나?=방송사들이 독점적인 영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송사는 비교적 적은 비용을 투자해 영화 제작에 참여하려 했고, HD는 그 답이 됐다.

 HD 장비를 활용한 프로그램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현물 및 인력 지원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사와 방송사의 HD 영화 제작 공조가 늘어나는 이유다. 영화 제작사는 방송사의 투자를 받아 제작함으로써 공동 판권을 보유하고 향후 부가판권 수익을 꾀할 수 있게 된다.

 HD 제작의 또다른 장점은 필름 비용 절감이다. 일단 영화 한편당 20만∼30만자 가량 소요되는 필름 비용이 약 3∼4억원이지만, HD로 제작하면 500만원 정도면 해결된다. 하지만 와이드릴리즈가 대세인 요즘 극장가의 상황을 보면 디지털로 촬영했더라도 다시 필름으로 전환해야 하므로 완전한 제작비 절감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by 100명 2007. 5. 29. 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