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디지털의 파도를 타다



잭 스패로우 선장의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디지털 배급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전망이다. 배급을 맡고 있는 디즈니 사는 “미국 내에서만 1,000개관 이상 전세계적으로는 400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디지털로 상영 중”이라고 밝혔다. 전세계 400개 이상의 디지털 상영관에서 영화가 개봉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런데 <스파이더맨 3>로 극장에 거미줄을 치는 데 이어 해적선을 타고 온 디지털시네마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영화의 또 다른 이름이자 자본의 상징이었던 필름을 대체해 작은 영화를 비롯 새로운 영화의 가능성을 내비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디지털시네마가 오히려 블록버스터의 든든한 공습무기로 변모한 것. <스파이더맨 3> 같은 경우는 디지털 상영을 포함, 전국 개봉관의 절반에 가까운 816관에서 동시에 상영하는 무자비한 와이드 릴리즈로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영화계에 스크린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욱 거센 규모의 디지털을 타고 온 해적들이 어떤 세상을 보여줄지 그 끝이 궁금하다.

by 100명 2007. 5. 25.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