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핫 이슈]국영기금 2조5000억弗 세계 투기시장 기웃기웃

안정성 탈피‘고위험 고수익’주식 등에 투자몰려

한국의 국가예산(2007년 239조원)의 10년치에 달하는 2조5000억달러(2328조5000억원)의 각국 국영기금이 세계 금융시장에 몰려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종종 비밀스럽게 운용되는 이 같은 거대한 뭉칫돈이 어떻게, 어디에 몰릴지가 앞으로 수년간 가장 큰 투자 테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국영기금의 진화는 금융시장에 거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25일 올 하반기 중국투자공사(CIC)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서부터 노르웨이까지 세계 각국이 국영자산기금(SWF) 운용사를 통해 점점 늘어가는 외환보유고와 저축 등을 공격적으로 운용하려고 한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각국 국영기금은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운용돼 왔으며 이에 따라 주로 미 국채 등에 투자됐다. 하지만 이제 위험은 높지만 수익률이 더 좋은 증시나 사모펀드시장 등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게 FT의 진단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월 각국 국영기금의 가용 투자 자산규모를 전 세계 국가들의 공식 외환보유고 절반에 달하는 2조5000억달러로 추정했다. 1조5000억~2조달러로 추정되는 전 세계 헤지펀드의 자산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다. 또 막대한 무역 흑자와 고유가 덕분에 일부 국가의 국영기금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국영기금 규모가 5~6년 안으로 전 세계 국가들의 공식 외환보유고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성에서 탈피, 고수익.고위험 시장에 초점=중국이 지난주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기업공개(IPO)에 참가해 3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은 중국이 외환보유고 투자 전략이 좀더 적극적이고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신호였다. 지난 1/4분기 기준으로 외환보유고가 분당 100만달러씩 증가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1조2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투자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국투자공사(CIC)를 출범할 예정이다.

CIC의 운용자산 규모는 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채권 컨설팅 증권 컨설팅 정보업체인 스태트포는 2차대전 직후 미국의 유럽 부흥 프로젝트인 마셜플랜의 규모가 1000억달러(인플레 조정 후)였다면서 3000억달러라는 ‘현금’은 한 국가 정부가 단일 프로젝트에 쓰는 것으로는 역사상 유래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3000억달러 규모의 정부 연금기금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도 지난 4월 이 기금의 세계 증시 투자 비중을 현 40%에서 6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도 현재 1080억달러 규모의 안정화기금을 앞으로 둘로 나눠 이 중 하나인 ‘미래세대기금’을 갖고 국내외 증시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FT는 중국과 노르웨이, 러시아 외에도 외환보유고를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국가들이 이란과 호주, 브루나이, 카자흐스탄, 보츠와나 등 25개국에 달한다고 전했다.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세계은행 국가투자파트너십(SIP) 부문의 임원인 제니퍼 존슨 칼라리는 “현재 외환보유고와 연계되어 투자되지 않은 자본에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존재한다”며 “마치 개간되지 않은 농지처럼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금융 자본”이라고 했다.

분석가들은 각국 국영기금의 투자 전략 변화는 신흥시장과 위험 자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이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10%가 넘는 만큼, 세계 증시 투자가 확대되면 엔화 수요도 늘려 엔화 가치의 절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시스템 부재.정치 목적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IMF 등은 새로 생겨나는 국영기금 운용사들은 자산 운용에 대한 경험이 없고 체계적인 투자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앞으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지적하고 있다. 정부와 독립적인 투자 기구라고 해도 앞으로 이윤 추구가 아닌 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이 지난해 탁신 전 총리 소유의 통신회사인 친 코퍼레이션을 인수했다가 태국 국민의 엄청난 반대 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국영기금의 외국 기업 인수는 양국 간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by 100명 2007. 5. 25.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