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고작 3명… 울고싶은 충무로
■ 김성한 기자의 칸 리포트


스포츠한국은 창간 3주년에 즈음해 스포츠연예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프랑스 칸을 찾아 제60회 칸국제영화제의 생생한 열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김성한기자의 칸 리포트'라는 제목으로 꾸며지는 이번 코너는 폐막일인 27일(현지시간)까지 계속됩니다. <편집자 주>

송승헌-권상우 부스마저 日바이어 뜸해
톱스타 고액 몸값 등 '과열 부작용' 지적도

# 장면1. 칸 영화제 한 상영관에서 한국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영화 시작과 함께 8명이던 관객은 조금씩 줄어가더니 영화가 자랑하는 반전이 나오기도 전에 5명이 상영관을 떠났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톱스타가 출연했고 한국적 영화 소재라는 '가족'을 다룬 영화였다. 3명의 바이어가 본 영화는 마켓이 끝날 때까지 팔려나갈지 의문이다.

# 장면2. 최고의 한류스타 송승헌 권상우가 출연한다는 <숙명>의 포스터가 한 부스에 걸렸다. 예전 같으면 입도선매 경쟁이 벌어질 만도 한데 한류의 근원지라는 일본 바이어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영화제 중반까지 확답을 준 바이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 장면3. 외화 구매 부문 담당자는 각종 미팅으로 시간을 쪼개기 바쁘다. 국내 영화에 밀려서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외화가 활기를 띄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외화 구매 관련 인원이 2배 가량 많이 칸을 찾았다고 귀띔한다.

# 외화가 대세, 수출은 없다.

충무로의 깊은 한숨이 칸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대 영화 마켓 중의 하나인 칸 영화제가 중반으로 향하고 있지만 한국 영화 부스에는 허탈감과 초조함이 감돌고 있다. 국내 영화의 총체적인 난국이 이국 멀리 칸에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60회 칸 영화제의 마켓의 특징은 예년에 비해 절반 가량 판매가 줄어든 대신 그 만큼 외화의 구매가 늘었다는 점이다. 2007년 상반기 내내 전체 박스오피스를 견인할만한 화제작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외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쇼박스 안정원 해외배급팀장은 "해외 시장은 국내 시장국내 영화가 관객의 기대를 받지 못하고 있고 외화가 잘 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시장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해외 시장에는 국내 시장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한국 영화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해외 바이어들도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쇼박스는 지난해에 비해 외화 구매를 2배 가량 늘렸다. 외화에 눈을 돌리는 것은 대형 배급사 뿐만 아니다. 소규모 외화 수입업체들도 대거 칸으로 날아와 좋은 외화를 손에 넣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악의 고리, 늪에 빠지다

칸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쾌하지 못한 한국 영화의 자화상은 심각한 악순환의 고리에서 비롯됐다.

영화제작사의 우회상장과 스타를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으로 과도한 영화 제작 환경이 조성됐고, 수준이 못 미치는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2006년 한해 최대 제작편수(108편) 기록 수립과 그 중 수익을 창출한 영화가 고작 10%에 불과하다는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영화를 자국 시장에 수입해서 낭패를 본 해외 바이어들은 '메이드 인 충무로' 제품을 무조건 믿지 않게 됐다. 실제로 한국 영화의 최대 수입국인 대 일본 수출은 지난해 82.8% 감소했고 이는 전체 한국 영화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한국 영화 제1의 수출국이다.

한 해외 사업 관계자는 "일본 바이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 영화계가 일본을 상대로 퀄리티가 안 되는 영화를 배우 이름으로 들이밀어 터무니 없는 가격에 장사를 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국 영화 수입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 조정기인가? 장기 침체의 서곡인가?

칸 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발행되는 소식지 칸 마켓 19일자와 할리우드 리포터 21일자에는 한국영화의 과열열기에 따른 부작용을 잇따라 지적했다. 칸 마켓의 '과열된 한국영화'(Overheating Korean Film)라는 기사는 수출감소와 시장한계 그리고 스크린쿼터 축소 등의 요인이 영화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억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할리우드리포터 역시 '근심스러운 서울'(Troubled Seoul)이라는 기사로 한국 영화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유명 배우와 감독의 과다하게 높은 개런티와 제작 펀드에 대해 언급한 점은 눈길을 끌었다.

한국 영화의 침체는 이미 해외 영화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셈이다. 해외 마켓 현장의 목소리는 이를 대부분 인정하고 방만하고 안일했던 한국 영화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안 팀장은 "시장의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기획 제작 판매 등 일련의 시스템 고안이 절실하다. 특히 해외 마케팅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아시아 등 지역에 맞춤형 전략을 적극적으로 세워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MK픽쳐스 박홍진 해외사업팀장은 "호황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기도 하지만 한국 영화의 거품이 빠지는 조정기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가 호황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창의적인 기획 제작 마케팅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발행되는 소식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21일자에서 '근심스러운 서울'이라 헤드라인으로 한국 영화계의 총체적인 어려움을 표현했다.

by 100명 2007. 5. 23.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