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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 밀린 한국 영화 개봉 안하나, 못하나
▲ 영화 '사과'의 한 장면
‘개봉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안하는 것일까.’
할리우드 영화들의 국내 시장 공세로 한국 영화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작을 마치고도 개봉을 못하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 제작을 마무리하기 무섭게 개봉하던 몇 년전 충무로 상황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문소리 김태우 주연의 ‘사과’(감독 강이관 제작 청어람). '사과'는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등 호평을 받았지만 2004년 제작이 끝났는데도 아직 개봉 계획이 없다.
'사과'는 첫사랑에게 실연을 당한 평범한 직장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김태우)와 결혼한 후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2006년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상,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극본상을 받았고, 멜버른영화제에 초청됐다. 하지만 제작·배급을 맡았던 청어람이 배급권을 쇼박스에 넘기면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조한선 주연의 ‘특별시 사람들’ 역시 6개월 넘게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촬영은 9월 종료했지만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인 배급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제작사인 씨네라인측은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영화의 성격상 올 가을께 개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태현 하지원 주연의 ‘바보’ 역시 개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 영화는 충무로에서 흥행성이 보장된 대표적 스타 두 명을 캐스팅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개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작사 팝콘필름측은 “그동안 시기를 보고 있었을 뿐 개봉을 못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올 가을께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임창정 박진희 주연의 ‘만남의 광장’, 신민아 유건 주연의 ‘무림여대생’ 등도 내부사정으로 인해 개봉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 흥행스타도, 해외수상도 자신없어 개봉 연기
이처럼 국산 영화들이 좀처럼 개봉 시기를 못잡고 허공에 뜨는 상황은 할리우드 영화 강세,이에 따른 한국 영화의 불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국내 흥행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수십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써가면서 굳이 개봉을 서두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완성작이 개봉을 못해 애를 태우는 제작사와 최대한 대형 외화와 맞붙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배급사간에 묘한 신경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급사 관계자는 “개봉과 관련해 비용을 쓸 일이 없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개봉을 서두르고 싶겠지만 배급사로서는 사정이 다르다”면서 “나오는 한국영화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 상황속에서 누구 수십억원씩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가며 개봉을 서두르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개봉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며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자주 볼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배급사의 시각에 대해 영화제작사측은 "한국 영화의 개봉이 늦춰지고 있는 것은 영화산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개봉 연기에 따른 후폭풍이 제작사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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