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화들 스크린 독과점에 운다 |
'이대근, 이댁은' '파란자전거'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경의선' 등 블록버스터 횡포에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막내려 영화 관계자 "스크린 수 턱없이 모자라 차라리 예술영화관 필요"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공습을 피해 주요 한국영화들이 개봉 일정을 연기하면서, '작은' 영화들이 잇따라 극장에 내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작지만 탄탄한 소규모 영화들을 팬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들 소규모 영화는 블록버스터들의 스크린 독과점 횡포 속에 '개봉은 했지만 볼 수는 없는' 희한한 상황을 연출하며 속절없이 스러지고 있다.
지난 달 26일 개봉한 영화 '날아라 허동구'(감독 박규태, 제작 타이거픽쳐스)는 '스파이더맨3' 유탄을 맞고 제대로 한 번 날아 보지도 못한 채 추락했다. '날아라 허동구'는 순 제작비가 30억원에도 못 미치는 작은 영화였지만, 시사회 직후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고른 반응을 얻어 '제2의 말아톤' 신화를 꿈꿨다. 하지만 '스파이더맨3'는 마치 진공 청소기와도 같았다. 스크린도, 관객도 다 빨아들였다. 그나마 주어졌던 일주일의 시간은 개봉일을 이틀 앞당긴 '스파이더맨3'가 앗아갔다. 250개로 시작한 스크린 수는 일주일 만에 급감했다. 반면 '스파이더맨3'의 상영 스크린은 불과 며칠 만에 700개에 육박했다. 이리저리 휘둘린 '날아라 허동구'는 21일까지 전국 39만5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날아라 허동구'는 형편이 나은 경우다. '스파이더맨3'와 같은 날 개봉한 '이대근, 이댁은'(감독 심광진, 제작 윤앤준)은 개봉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그나마 확보했던 전국 80개 스크린도 허울만 좋았다. 조조, 심야 각 1회씩 교차 상영하는 식이었다. 영화를 보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거나 밤잠을 줄이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첫 주 관객 1만명에도 못 미치는 성적은 어쩌면 당연했다.
지난 달 19일 개봉한 '파란 자전거'(감독 권용국, 제작 LJ필름)도 개봉 전 시사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스크린이 문제였다. 겨우 확보한 스크린은 전국 20개였지만 그나마 구색 맞추기였다. 관객은 1만명도 채 되지 않았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감독 김태식, 제작 필름라인)과 '경의선'(감독 박흥식, 제작 민영화사)는 아예 10개에도 못 미치는 개봉관에서 상영됐다. 지난 달 26일 개봉한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총 7개 스크린에서 5800명의 관객들을 동원하고 막을 내렸고, '경의선'은 6개 스크린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 21일까지 3600여명을 동원했다.
'파란 자전거'를 홍보했던 영화사 숲의 권영주 실장은 "영화 평도 좋고 해서 틈새 효과를 노려봤지만, 스크린 수가 턱없이 모자랐다"며 "차라리 단관 상영을 하더라도 꾸준히 영화를 내걸 수 있는 예술 영화관 같은 곳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