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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영화관, 골라보는 재미 없다
영화 마니아들에게 괴로운 시기가 찾아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연이어 쏟아지면서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에 정작 골라보는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개봉예정일보다 하루 앞선 기습상영으로 관객몰이에 나선 ‘스파이더맨 3’를 시작으로 ‘캐리비안의 해적 3(이하 캐리비안)’와 ‘슈렉 3’, ‘다이하드 4.0’ 등 제목만으로도 영화팬들을 설레게 할 대작들이 줄상영을 앞두고 있어 분위기가 더욱 그렇다.
영화팬들은 대안으로 멀티플렉스들이 한개관 복합상영을 좀더 확대해 본래 취지대로 영화선택의 폭을 넓혀주길 원하고 있지만 영화관들은 예매율을 기준으로 수요에 맞춰 스크린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7일 현재 대전지역 영화관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물건너온 ‘거미인간’이 주름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주 캐리비안 개봉을 앞두고 영화관들이 대대적인 스크린 수 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CGV대전점은 총 9개관 중 4개관에서 상영중인 스파이더맨을 2개관으로 줄이는 대신 캐리비안에 최소 3개관 이상을 할애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시네마 대전점도 8개 스크린 가운데 6개를 스파이더맨과 캐리비안에 배분할 예정이다.
스타식스 타임월드점은 5관 중 2관에, 씨너스와 프리머스 대전점도 각각 절반에 해당하는 4개관과 5개관에 캐리비안을 걸기로 했다. 대부분의 멀티 영화관에 정작 2-3편의 외화만이 상영되는 셈이다.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절반 이상을 유명 외화시리즈가 독식하면서 한국영화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다음주 ‘박하사탕’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창동 감독이 연기파 배우 전도연, 송강호와 손잡은 ‘밀양’으로 오랜만에 영화팬을 찾아와 보기 좋게(?) 캐리비안과 맞대결을 벌이지만 시작부터 적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관객을 만나는 창구가 한정되다 보니 제대로 된 싸움이 어렵기 때문이다.
CGV와 롯데시네마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영관은 밀양에 평균 1.5관을 할당할 예정으로 밀양은 대전에서 6개쯤의 스크린을 확보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신득철 CGV매니저는 “극장 입장에선 매진되는 영화가 있는데 점유율이 낮은 영화를 걸어 상영관을 놀리기가 쉽지 않다”며 “한개관 복합상영을 늘리는 것도 주말 흥행결과가 나와봐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영화팬 임태훈씨(33·회사원)는 “멀티플렉스에서 절반 이상을 한 영화에 할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명영화가 개봉한 다음주에는 정작 볼 영화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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