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兆대 와이브로 기술 유출될뻔
[서울경제 2007-05-20 17:03]
검찰, 美 업체에 판매기도 전·현직 연구원 4명 구속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지난해 상용화한 휴대인터넷(WiBroㆍ와이브로) 핵심기술이 미국으로 통째로 유출될 뻔했다. 수사기관 등이 이를 사전에 적발ㆍ차단하지 못해 미국 회사로 기술이 완전히 넘어갔다면 예상 피해규모가 1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제영)는 20일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면서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와이브로 핵심기술을 미국 업체에 유출시키려던 P사의 전ㆍ현직 연구원 황모(46)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미국에 체류 중인 김모씨 등 나머지 공범 3명에 대해 국내소환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해외로 빼돌리려 했던 자료는 P사의 와이브로 인프라 시스템인 기지국, 기지국 제어기 장비, 단말장치, 망 관리장치 등 와이브로 기술 전반을 아우른다. 검찰은 와이브로 핵심기술이 모두 유출됐을 경우 국내 관련 업체들이 장비 등의 수출 기회를 잃어 향후 손실액이 1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 이번 사건을 정보기술(IT)업계 최대 규모의 기술유출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번 사건은 기술자료가 모두 유출됐을 경우 세계시장에서 22조원 규모의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추산되는 현대기아차 차체 조립기술 등 유출사건에 이은 것으로 업계와 정부에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함께 이 기술을 갖고 있는 P사 미국 연구소의 연구실장이던 김모씨 등 전ㆍ현직 연구원 7명은 인사 등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10월부터 기술유출을 시도했다. 이들은 와이브로 개발과정을 분석하고 성능을 평가한 테크니컬 메모와 관련 장비 세부기술 디자인 설계문서 등을 외부 저장장치와 개인 e메일 등을 통해 유출했다.

김씨 등은 미국에 동종업체 I사를 설립하고 국내에 연락사무소를 차려 P사 직원 28명을 스카우트해 I사에 합류시킨 뒤 관련 기술을 인수합병(M&A) 방식으로 미국 통신업체에 1,800억원에 넘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단순히 기술을 유출해 외국 회사에 팔려던 그동안의 수법보다 한 단계 발전된 것이다.

와이브로는 정보통신부ㆍ한국전자통신연구원ㆍ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와 통신업체들이 지난 2004년부터 개발을 추진해온 ‘IT839정책’의 핵심과제였다. 국내에서 S사와 P사가 각각 5,000억원, 900억원 상당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와이브로산업의 국내 서비스시장 규모는 총 8조1,000억원, 장비시장 규모는 총 5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와이브로 시장의 시스템 및 단말기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총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P사는 지난 10일 기술유출을 시도한 I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형사고소할 예정이다. P사의 한 관계자는 “혐의가 사전에 포착돼 기술유출을 예방, 실제 피해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7. 5. 20.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