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대법원 "총기 소유 막으면 위헌" 첫 판결

기사입력 2008-06-28 03:19 |최종수정2008-06-28 10:27


"범죄 심각성 알지만 개인 자위권 훼손 안돼"

워싱턴 DC 등 총기 규제하는 대도시들 비상


미 대법원이 개인의 총기 소유를 합헌이라고 판결해 개인의 총기 소유를 불허했던 워싱턴DC 등 미 대도시들에 비상이 걸렸다. 대도시들은 총기살인사건이 나날이 늘어나는 현실을 대법원이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법원 총기 합헌 판결

미 대법원은 26일 "워싱턴 DC가 총기 소유를 불법화한 것은 위헌"이라고 5대4로 판결했다. 워싱턴DC는 1976년부터 샌프란시스코·시카고 등과 함께 총기 소유를 불허하고 있다.

미 대법원은 그러나 수정헌법 2조에 개인이 총기를 소유할 권리가 보장돼 있다면서 워싱턴DC가 개인의 총기 소유를 불허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미 수정헌법 2조에는 "무기를 소유(keep)하고 소지(bear)할 권리는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총기 소유 합헌 결정을 내린 안토닌 스칼리아(Scalia) 대법관은 "이 나라에서 일고 있는 총기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헌법은 개인이 가정에서 정당 방위를 위해 사용하는 개인용 총기를 금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지방 정부들의 고민은 이해하지만 헌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오늘 결정이 범죄자들이나 정신이상자들의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며 ▲학교나 정부 건물 등에서의 총기 소지 금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비쳐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미 대도시들 비상

워싱턴DC의 에이드리안 펜티(Fenty) 시장은 판결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권총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권총폭력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DC는 엄격한 총기 소유 제한 정책을 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32년간 8400여명이 총격으로 숨졌다.

또 지난해 4월엔 버지니아공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32명이 숨지기도 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개빈 뉴섬(Newsom) 시장도 "대법관들이 일주일만 정부보조주택에서 살아봤다면 그 같은 결정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하버드대 법과대학원 로렌스 트라이브(Tribe)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로 미국 전역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한 소송이 봇물 터지듯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 반응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의 총기 소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McCain)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Obama) 상원의원도 모두 대법원 판결에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오바마의 찬성 입장은 매케인보다 신중한 편이지만, 전통적으로 총기 소유를 반대해온 민주당의 당론에는 사실상 배치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사람이 다수라는 점을 감안한, 다분히 대선 표를 의식한 입장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by 100명 2008. 6. 28.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