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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국민을 우습게 보나 | ||
유 청장 일행의 위법행위도 문제지만 궤변으로 일관한 억지 해명이 더 큰 문제다. 유 청장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재실에서의 취사행위는 수백년 된 관행”이라고 옹호하면서 “재실에서 음식을 해결하지 어디서 먹겠느냐”며 되레 국민을 나무라는 듯한 어조로 큰소리를 쳤다. 유 청장에게 묻는다. 앞으로는 일반인도 궁전이나 재실 등의 역사적 유적지에 가스통을 들고 들어가 고기를 구워먹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유 청장은 문화재 보호의 책임을 진 기관의 장 이전에 명색이 문화재 전문가가 아닌가. 그런 그가 왕조시대 일상적 시설이었던 재실과 왕조가 사라진 오늘에 보존·유지해야 할 문화재인 재실과의 차이점을 구별하지 못하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그런 논리라면 과거의 일상적 생활시설, 서책, 회화 등을 국보·보물 등의 문화재나 사적 등으로 지정해 예산을 들이고 특별시설까지 만들어 엄중히 보관·관리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문화재청이 존재할 이유조차 없지 않은가.
문화재 전문가를 자처하는 그이지만 이 정부에서 공직을 맡은 이후 비문화적 행동이나 발언·인식이 유독 두드러진다. 취임 초기 광화문 현판의 글씨 교체 문제로 사단을 만들었고, 화재로 소실된 강원도 낙산사 동종 복원 시에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새겨 넣으려다 주변의 눈총을 샀다. 또 평양에 가서는 북한 영화 주제가를 불러 물의를 일으킨 바도 있다. 이 정권에서의 자리 보전을 위한 ‘코드 행위’로 판단된다. 유 청장은 문화재 전문가라는 작은 이름이나마 보존하려면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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