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은 영화, 어떻게 관객과 만날까"
2007.05.15/송순진 기자
<태극기 휘날리며><실미도><왕의 남자><괴물>이 이룩한 1천만 관객 시대. 그러나 이 가운데 소위 '작은 영화'라고 불리는 독립, 예술, 인디 영화들은 1만 명의 관객에 울고 웃는다. 독립영화 진영의 새로운 다짐을 안고 개막한 인디포럼 2007이 14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포럼을 가졌다. '독립영화, 그렇다면 1퍼센트!'라는 제목을 단 이 포럼의 주제는 '작은 영화, 소위 1만 명 상영시장 시대의 명암 속에서 지금의 독립영화는 어떤 식으로 포지셔닝할 것인가?'.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 2팀 아트플러스 담당자,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이송희일 감독, 조성규 스폰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작은 영화도 최소한의 스크린 확보돼야
먼저 발제에 나선 김보연 아트플러스 담당자는 현재 우리나라 영화산업 안에서 작은 영화들이 점하는 위치와 일본, 프랑스, 영국 등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단관 개봉하는 영화들의 시장점유율이 5.6%, 예술 영화 전용관이나 미니 시어터는 도쿄에만 25개 수준(2006년 상반기 기준)이다. 프랑스에서는 아트하우스(독립,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상영관) 계열의 영화가 전체 시장의 34.3%를 차지하고 있으며(2005년 기준), 영국에서도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은 196개로 전체 스크린 수의 6%를 차지한다.
김보연 담당자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한해 0.5%씩 다양성 영화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10억 원 내외의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작은 영화라도, 순제작비 5억원 정도만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개 스크린에서 2주 동안 상영되어야 한다"며 "작은 영화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스크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독립영화 진영에서도 인디영화, 예술영화, 독립영화 등을 모두 아우르며 외연을 넓히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작은 영화, 성공과 실패의 명암
영화 수입, 배급사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와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 독립영화 제작, 배급사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는 작은 영화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전했다. 조성규 대표는 "작년 한 해 <온더 로드, 투><신성일의 행방불명><시간><길><아주 특별한 손님> 등 국내 다양성 영화 5편을 배급했는데 1만 명 관객 동원한 영화는 <시간> 뿐이었다"며 "<시간>의 경우는 김기덕 감독의 탁월한 네거티브 전략이 먹혔다고 농담삼아 얘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작은 영화 시장에서는 주로 배급 문제나 지원 정책에 대해 얘기했지만 이제는 관객에 대해 얘기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성규 대표는 "최근 스폰지 극장을 찾는 관객들을 관찰해보니 80%는 여성 관객이었고, 20% 정도는 혼자 오는 관객이었다. 요즘 작은 영화 관객들은 영화를 트렌디한 문화상품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짙다"며 "그러한 관객들의 취향과 아이덴티티를 인정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 역시 "그간 작은 영화에 우호적인 관객들과 관객 커뮤니티에 대해 소홀하지 않았나 한다"며 "최근 개봉한 <상어><살결>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최근 4만 명 관객을 모은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극장 상영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교와 광장에서 적극적으로 관객을 만났다"고 전했다.
반면,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은 "<후회하지 않아>를 위해 전국에서 60여 차례의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했고, <우리 학교> 역시 주요 스탭들이 전국 순회를 하고 있지만, 잦은 무대 인사는 장려할 사항도 아니고 흥행의 원인을 이러한 노력과 발품에서 찾아서도 안된다. 기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승환 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역시 "창작자와 관객이 면대면으로 설득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관객을 설득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며 "관객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객들 "독립영화인들의 열린 자세 필요하다"
이날 포럼에서는 일반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독립영화인들에게 뼈 있는 한마디를 전하기도 했다. 한 관객은 "관객들은 상업영화, 독립영화의 구분을 짓지 않고 좋은 영화에 손을 들어줄 뿐"이라고 말하며 "독립영화가 관객에게 다가서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연극계에서 실시하는 사랑티켓 제도를 도입해, 작품성을 보장할 수 있는 영화들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또한 다른 관객은 "얼마 전 배우 차승원 씨가 자신도 작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만 불러주지 않는다는 기사를 봤다"며 "독립영화인들이 스스로 상업영화 쪽과 선을 긋지 말아야 잠재된 관객도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폰지 조성규 대표와 이송희일 감독은 "일본과 미국에서도 작은 영화에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다르다"며 "일본에서는 감독, 배우의 개런티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낮고, 촬영회차도 짧다.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료를 낮춘다고 해도 순제작비 6천 만원 대에서 기본적인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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