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90%가 ‘짝퉁’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중국과 인도, 일본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펀드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설정액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자산운용협회가 집계한 자료(관련국 명칭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을 기준으로 한 중국 관련 펀드 설정액은 3조7200억원 수준. 하지만 이는 5개월 뒤인 지난 2일 현재 5조54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인도 관련 펀드 역시 같은 기간 140억원에서 1300억원으로 5개월새 무려 920%가 넘게 성장했다.

게다가 해외펀드 비과세 관련법이 이달 중 시행될 예정이어서 해외펀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산운용업계의 무한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해외펀드 상당수가 외국 상품을 본뜨고 로열티를 제공하는 복제펀드여서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국내회사가 먹을 돈은 별로 없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해외펀드 90% 이상이 복제펀드

협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8일까지 비과세 대상인 해외펀드는 멀티클래스펀드를 포함, 약 190개 상품이 선보였다. 그리고 이들 펀드에는 약 6조4246억원가량의 돈이 몰렸다.

대표적으로는 ‘맥쿼리IMM글로벌인프라재간접ClassA’가 4개월 여 동안 6571억원을 넘게 끌어들였고 같은 펀드의 ‘ClassC1’에도 5819억원가량이 들어왔다. 또 ‘슈로더유로주식종류형-자(A)-종류(A)’에 2353억원, ‘FT재팬플러스주식-자(A)’에 2207억원, ‘Pru재팬코아주식1-A’에 2079억원 등이 각각 들어왔다.

기존의 해외펀드 설정액도 크게 증가했다.

1월2일 당시 설정액이 5317억원이었던 ‘맥쿼리IMM글로벌리츠재간접클래스A’는 지난 8일 현재 1조3414억원으로 무려 8000억원 이상이 증가했다. 또 ‘프랭클린템플턴재팬주식형자(A)’도 이 기간 821억원에서 7074억원으로 62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외에도 5개월 동안 ‘봉쥬르차이나주식2종류A’가 5100억원가량 설정액이 늘었고 ‘Japan REITs재간접1’도 4100억원 정도 증가했다. 이 기간 설정액 증가 상위 40위 펀드에 들어온 투자금만도 7조1708억원 규모다.

그러나 해외펀드에 이처럼 막대한 돈이 들어오고 있지만 순수하게 국내에서 운용하는 펀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토종 운용사든 외국계 운용사든 이들 상품의 상당수는 나라 밖에서 외국 회사가 운용하도록 위탁하는 복제펀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제펀드의 규모나 양을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외국사의 자문을 받아서 운용하는 펀드 역시 엄밀하게 말하면 복제펀드의 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에 해외펀드의 95% 정도는 복제펀드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제펀드, 수수료 등 해외 유출 지적

이처럼 복제펀드가 해외펀드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 복제펀드를 보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우선 소비자들에 대한 선택 기회 확대다. 해외투자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의 검증된 펀드를 들여와(복제해) 국내에 판매함으로써 투자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현재의 국내 운용업에서는 복제펀드가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글로벌팀 김상민 팀장은 “해외펀드를 직접 운용하기 위해선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과 조사가 가능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국제적인 운용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해외시장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외국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KB자산운용 김병기 팀장은 “해외펀드의 경우 고객의 돈을 가지고 실험정신을 발휘해 운용을 하기에는 현재로선 위험성이 크다”며 “해외운용사에 위탁하며 그들의 전략을 배우는 것이 향후 해외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운용은 해외에서 하고 국내 운용사는 판매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운용수수료의 대부분은 실제 운용을 담당하는 해외에 넘어갈 수밖에 없어 ‘국부 유출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권순학 이사는 “해외에 네트워크가 없는 국내 운용사는 해외 운용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으며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운용사 역시 마케팅 등 최소 인력만 배치해 놓고 실제 운용은 해외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내는 운용수수료의 대부분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제펀드 운용수수료, 얼마나 되나

펀드 가입자들이 내는 운용수수료는 운용사에게 돌아가는 돈이다. 물론 복제펀드라고 해서 운용수수료를 더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펀드보다 해외펀드의 수수료가 비싸고 또 이들 수수료가 실제 운용을 맡은 해외운용사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싸게 낸 수수료의 상당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복제펀드의 경우 운용수수료 가운데 해외운용사의 몫이 얼마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운용사보다 해외운용사가 받는 수수료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애널리스트는 “상품이나 지역, 계약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3분의 2가량의 운용보수를 해외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운용사도 역량이 되지 않는 지역의 경우 재위탁해 또다른 운용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예도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해외운용사의 브랜드에 따라 상품을 가입하기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이름 있는 해외운용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해외펀드는 룩셈부르크나 케이만군도 등 조세회피지역에 설립해 운용하는 역외펀드(off-shore)와 국내에 본사나 지사를 두고 운용하는 역내펀드(on-shore)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역내펀드는 해외의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즉 재간접펀드(펀드오브펀드)와 직접펀드로 구분된다. 또 직접펀드는 역외펀드를 국내에 그대로 들여와 설정하는 복제펀드(일명 미러펀드)와 해외의 운용사나 투자자문사의 도움을 받아 운용하는 펀드, 그리고 자체 리서치 능력과 네트워크를 동원해 운용하는 펀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에 선보인 펀드와 유사한 펀드가 해외에도 설정돼 운용되고 있다면 그 펀드는 복제펀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운용사 등의 도움을 받아서 운용하는 펀드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는 복제펀드에 속한다. 기업의 가치 등을 평가해 주는 이들 운용사나 자문사의 밸류에이션 자문의 경우 종목추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해주고 있어 국내 운용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고 해외 주식거래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던 15.4%의 양도소득세를 오는 200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관련법은 이르면 이달 안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식이 포함되는 해외펀드 가운데 역내펀드는 시행일 이후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는 복제펀드나 자체 운용 해외펀드 등 역내펀드에 속하는 모든 해외펀드가 대상이다.

by 100명 2007. 5. 15. 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