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 있는 작품" vs "음란성 극심"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 출연 배우들의 실제 성행위 장면이 나오는 문제작 '숏버스(Shortbus)'를 놓고 두 법정기관이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려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9일 영화계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달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사실상의 상영불가와 마찬가지인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숏버스'에 대해 등급분류 면제추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숏버스'는 10일부터 서울 스폰지하우스와 광주, 천안, 부산, 인천, 대전, 대구 등 지방 6개 도시에서 열리는 '5월의 영화축제-씨네휴 오케스트라' 행사 기간에 특별상영 형식으로 70여 차례 일반에 공개된다.
영진위 관계자는 "'숏버스'의 성 표현 정도가 과하긴 하지만 예술성이 있는 작품이라서 무조건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 것이 옳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 영진위원들의 판단"이라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영진위의 권한에 따라 등급분류 면제추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행 영비법 제29조는 영진위가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에 대해선 상영등급분류 대상에서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달 전 영등위는 '숏버스'에 대해 "29개 장면에서 가림처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성교와 혼음, 정액 분출, 동성간 성행위 등 음란성이 극심하다"며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바 있어 영진위의 이 같은 결정은 자칫 영등위의 등급분류 판정 권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조항의 취지는 영화제 관객을 위해 접근권을 확대하자는 것이지만, 이미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한 뒤 일반 개봉을 위해 등급분류를 신청했다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자 영화제 특별프로그램으로 끼워넣어 70여 차례나 상영하려는 것은 편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등위 관계자는 "문화관광부 산하의 두 기관이 동일한 사안을 놓고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영등위의 등급분류 판정 자체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응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영등위는 지난해 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숏버스'를 특별상영 형식으로 상영했던 영화사 스폰지를 지난 1월 행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가 수개월 뒤 취하한 전례가 있어 영등위가 영진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헤드윅'으로 컬트 팬들을 사로잡았던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의 신작 '숏버스'는 비밀스런 혼음(混淫)이 이뤄지는 공간인 '숏버스'라는 뉴욕 언더그라운드 살롱을 중심으로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섹스 치료사 소피아, 게이 커플 제이미ㆍ제임스 등 다양한 뉴요커들의 성과 사랑, 우정을 컬트적 색채로 그린 작품.
지난해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과도한 성적 묘사로 화제를 모았으며 같은 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으나 배우들의 실제 성행위 장면이 나온다는 것 때문에 일반 상영될 수 있을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12월29~30일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특별상영됐을 때는 전회가 매진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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