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시민 배려 실종으로 '따가운 눈총'

기사입력 2008-06-28 08:18 |최종수정2008-06-28 10:33


[OSEN=김민정 기자]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영화제’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 45회 대종상 영화제에 정작 시민을 위한 배려가 실종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 홀에서 개최된 대종상 시상식.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의 코엑스에 마련된 레드카펫 행사에는 수많은 별들의 참여가 예고돼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주변 일대는 팬들로 북적이기 시작했고,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후 7시 이후에는 인도가 꽉 막힐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인도 한가운데 마련된 레드카펫과 배우를 태운 의전차량으로 인해 코엑스 앞 인도는 차도도 인도도 아닌 희한한 광경을 연출했다. 식전 행사인 레드카펫 행사를 위해 주최측이 시민을 위한 인도를 임시로 통제한 것.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영화 축제에서 '통제'라는 명목 하나로 시민들의 통로부터 막는 과감성(?)을 선보였다.

문제는 식전 행사뿐 만이 아니었다. 1부를 마친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장은 썰렁함이 공존했다. 레드카펫에만 1시간 30분여를 소진한 본 행사는 오후 8시50분쯤에야 시작했고 기다리다 지친 관객들의 원성이 높았다. 결국 1부가 끝나자마자 상당수 관객들이 식장을 빠져나오면서 사태가 발생했다.

한 관객은 “대한민국의 대표 영화 축제라고 해서 시간을 내서 구경을 왔는데 축제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상을 할 영화배우와 영화 관계자들만 모인 ‘그들만의 축제’라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가는 길이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다른 관객은 “시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라고 했는데 눈에 띄는 행사가 없어 많이 아쉽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실제로 시상식에는 많은 후보들이 참여하지 않아 반쪽 영화제라는 비판을 샀다. 한 예로 남우주연상 후보는 김윤석 송강호 임창정 하정우 황정민 다섯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자인 김윤석만이 시상식에 참여해 시상식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수상 전 이미 김윤석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알게 된 해프닝도 발생했다.

또 수상자와 시상자가 중복 출연하면서 상대적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배우들의 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김윤석의 경우는 조연상의 시상자로 참석했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윤진은 감독상 시상자로 출연했다.


또 한류 인기 작품상 수상자로 참석한 차태현은 신인감독상의 시상자로, 신인여우상을 거머쥔 한예슬 역시 신인감독상 시상자로 나서면서 참석자 우려먹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대종상 시상식이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호응과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45회를 맞은 대종상 영화제는 시민을 위한 축제로 거듭나기에는 미약한 부분이 많았다. ‘영화인들 만을 위한’ 축제가 아닌 진정한 대한민국 영화팬들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다.
by 100명 2008. 6. 28.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