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가 영화관객 앗아간다
`미드`가 영화관객 앗아간다
ⓒ`석호필 신드롬`을 불러온 `프리즌 브레이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회사원 김지희(26)씨. 그는 자칭 `미드(미국 드라마) 폐인`이다. `프리즌 브레이크` `그레이 아나토미` `히어로` 등이 요즘 그가 즐겨보는 미국 드라마이다.

하지만 평소 회사 업무 등으로 시간을 쉽게 낼 수 없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를 받아 주말에 몰아 본다.

특히 그는 "좋아하는 시리즈의 방송분을 모두 보고 나면 새로운 시리즈를 다운로드 받거나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 방송 전 다운로드를 통해 드라마를 보곤 한다.

`미드` 인터넷 카페 회원이기도 한 김씨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함, 특히 다양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가져다주는 흥미진진함, 놀라운 상상력" 등을 미드의 매력으로 꼽는다.

그는 `미드`의 매력을 체험하기 전엔 "적어도 한 달에 세 차례 정도" 영화를 봤다.

하지만 김씨는 지금,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 한 달에 1편 정도를 관람"할 뿐이다.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평소 같으면 주말에 극장을 찾았을텐데 일주일 동안 오매불망(?) 기다렸던 미드를 보느라 시간이 그냥 지나버린다"고 말한다.

가히 `미드가 영화 관객을 앗아가버린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미드 열풍`이 극장가를 썰렁하게 하는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충무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극장가 관객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전체 영화 관객수는 상영작 기준 1205만6948명.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7.3%가 줄어든 수치다.

이는 한국영화 관객수가 줄어든 탓에 큰 원인이 있다. 이 기간 한국영화 관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1.9%나 줄어들었다.

또 지난 4월 극장 관객수는 최근 3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다.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가 내놓은 4월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총관객은 801만명. 하지만 이는 전년 대비 18.8%가 줄어든 수치다. 3월에 비해서도 18.0%가 줄어들어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영진위는 이를 "대규모 흥행작의 부재 등으로 인한 한국영화의 부진한 흥행 실적"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충무로 일각에서는 이와 함께 "`미드`의 영향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SBS 라디오 `뉴스앤조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40.1%가 미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 가운데 여성이 43.2%이며 20대가 54%로 전체 시청층의 절반을 넘는다. 또 자신을 애시청자인 `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6.8%에 이르렀다.

전통적으로 영화 주 관객층이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점에서 극장가에 미친 `미드`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 관객층과 미드 시청자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물론 뚜렷한 흥행작이 없었다는 점도 있지만 `미드`를 시청하는 행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도 말한다.

그에 따르면 `미드` 시청자들은 김씨처럼 단순히 TV를 통해서만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미드` 시청자층의 상당수인 20대들은 대부분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드라마를 본다. 그 만큼 개인적인 시청 행태를 보이며 이제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미드` 영화 관객을 `앗아간다`고 보는 시각은 물론 어떤 통계나 수치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또 영화계의 일반적 시각 역시 아니다.

다만 영화의 주 관객층인 20대들의 문화상품 향유 방식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좀 더 반영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해보인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영화의 경우, "최근 드라마 혹은 스토리 구성에 민감한 관객들의 취향에 제대로 다가가지 못했고 각 장르적 특성 또한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많은 영화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영화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젊은층에 소구할 수 있을 만한 소재나 내용 등을 담은 영화가 많지 않았던 데다 지난해 한국영화 개봉편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그 질적 수준이 낮아졌다는 선입견을 심어준 건 아닌지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제 문제는 다시, 작품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드 열풍`이 가져다준 바, 충무로에는 그것일지 모른다.

by 100명 2007. 5. 10. 0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