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 '100억짜리 콤플렉스'(?)

[현장메모]올해 100억 대작 '화려한 휴가'준비하는 CJ엔터테인먼트 조급증 여전

[ 2007-05-09 오후 4:56:25 ]

그렇게 자신없었을까?

언론을 불러 모아놓고 대대적으로 벌이는 영화 제작발표회에서 제 식구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면서 '알아서 잘 써 달라'는 식의 무대포 대응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9일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할 예정인 2007년도 100억 대작 '화려한 휴가'(김지훈 김독, 기획시대 제작)의 제작발표회가 CJ의 자회사인 압구정 CGV에서 열렸다.

1980년도 광주 5.18 항쟁의 가슴 벅찬 뜨거운 순간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는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사 기획시대와 손잡고 만드는 2007년 자사 최고 기대작. 매년 한 두작품 대작에 올인하는 CJ엔터 입장에서 이번 영화에 사활을 걸었다. 그동안 매년 연말 '태풍' '중천'등 연거푸 내놓은 대작 흥행 참패를 거뒀던 CJ입장에서는 오는 7월 여름방학을 겨냥한 올해의 대작에 사세를 또한번 걸고 있다.

하지만 이날의 제작발표회 모습은 그동안 CJ가 늘 품었던 '100억 짜리 프로젝트 콤플렉스'의 강박을 여실히 보여줬다. 사회자 배유정과 김지훈 감독, 안성기, 김상경,이요원, 박철민 등이 무대에 나와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했다. 광주 항쟁 당시 외신기자까지 무대에 올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 까진 좋았으나 이것이 전부였다. 정작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은 사전 고지도 없이 생략해버렸다.

마치 자기들끼리 나눈 대화를 '알아서 쓰라'는 배짱을 부렸다. CJ가 초대한 사회자가 영화에 대해 우호적으로 질문을 던질 것은 불문가지인데도 이들은 여기서 그쳤다. 여전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하늘아래서 고통받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상황에서 5.18 광주 항쟁을 다룬 민감한 영화에 대한 감독의 견해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한 소회를 듣는 과정을 무시한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김주성 대표이사까지 나와 영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 극장을 빌려 여는 행사에 시간이 촉박하고, 극장 다음 상영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는 처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거기에 한 CJ관계자는 "원래 기자들이 질문을 잘 안해서 생략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궤변도 덧붙여졌다.

일반 관객들의 신청을 받아 오픈 토크를 하는 행사도 아니고 개봉전 분위기를 파악하는 제작발표회에서 언론과 제작진의 소통을 거부하는 CJ의 언론관이 의심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상업영화로 광주 항쟁을 다루는 바에야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을 사전에 피해나가려는 신중함은 이해하겠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대작 개봉 때마다 이리저리 온갖 호들갑 떨며 조바심 내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 같아 안쓰럽다.
by 100명 2007. 5. 10. 0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