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병 비싼 땅값 / ④ 투자유치 발목 잡아◆
"땅값 때문에 모든 게 틀어졌습니다 ."
지난해 독일 태양광 발전 선도업체인 `쇼이텐 솔라`의 한국 투자유치건을 담당했던 이태목 경기도 투자유치자문관이 한 말이다.
현재 경기도의 어지간한 땅은 평당 200만~300만원을 훌쩍 넘는다.
50만평이라면 땅값만 1조~1조5000억원 이상 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올해 생각하고 있는 설비투자 금액이 9조원 안팎이다.
땅값만 1조원이 넘는 국외투자를 특화 기업인 `쇼이텐 솔라`가 추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경기도는 궁리 끝에 서해안을 메운 매립지를 활용해 땅값을 줄이는 방안도 연구했다.
이 자문관은 "바다를 메워서 공짜로 생긴 땅도 평당 200만원이 넘더라"며 "땅값이 이렇게 비싸니 아무리 다른 조건이 좋아도 외국 기업은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고(高)지가가 국가ㆍ기업 경쟁력을 좀먹는 사례는 많다.
특히 비싼 땅값에 놀라 한국을 등진 외국 기업들은 부지기수다.
유니버설스튜디오가 2003년 인천 청라지구 진출을 검토했다가 무산된 데도 비싼 땅값이 한몫했다.
유니버설스튜디오가 희망했던 청라지구 내 용지는 총 26만평. 여기에 최근 분양된 인천 청라지구 상업용지 평균 낙찰가(평당 1755만원)를 적용하면 땅값만 무려 4조5630억원(49억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당시 예상했던 연간 매출액은 1억9600만달러 수준이었다.
상업지와 테마파크 용지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땅을 사지 않고 빌리기만 하더라도 임차료 부담은 버티기 힘든 수준이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당시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생각했던 투자 규모는 10억달러였다"며 "저렴한 테마파크 유치용 유보지까지 따로 지정해 놨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지 가격은 일본 대만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아시아 다른 국가보다 2~6배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공단 분양가가 중국과 말레이시아 공장 단지의 3배가 넘고, 영국보다 2배 이상이 높다는 통계치도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비싼 땅값뿐만 아니라 토지규제라는 짐까지 져야 한다.
경기도 ○○시 공단지역에 96년 입주한 H사는 종업원 600명, 연매출 4000억원 규모인 중견기업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매출과 수출이 15~37%씩 신장되자 공장 증설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H사는 자연보전지역 내 신ㆍ증설 면적 규제, 도시지역 지정에 따른 건폐율 축소 등 규제 때문에 추가적인 생산라인 확보에 실패했다.
H사 선택은 `중국행`이었다.
기존에 운영중이던 중국 공장으로 생산라인 1개를 이전했다.
이로 인해 ○○시는 종사원 100명의 일자리를 잃었고, 연간 500억원의 매출액을 중국에 빼앗겼다.
문제는 H사 같은 업체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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