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 50대 기업(18) - CNN(하)
수많은 시행착오로 잔뼈 굵어지다


'폭스'등 경쟁사들 등장해도 여전히 NO.1 뉴스채널



▲ <래리 킹라이브>를 이끄는 CNN의 간판 앵커 래리 킹. CNN은 이외에도 신뢰도 높은 전문 앵커들과 뉴스 리포터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수많은 기술적 실책들, 무명 인물들 발탁, 거기다 기존 뉴스 채널들이 내보이는 공공연한 의구심 등으로 인해서, 초기에 CNN은 별다른 인지도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장비를 개량해서 사고를 줄이고, 뉴스캐스터들이 확고한 역할 모델을 확립하고, 충격적인 사건들을 감동적으로 담아내기 시작하자, 마침내 어둠은 걷혔다. 1980년의 존 레넌 피살, 1981년의 이란 인질 석방, 1982년의 에어 플로리다 제트기 사고들은 이 24시간 뉴스 채널이 미국인들에게도 보도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최초의 전국적 사건들이 되었다. 1986년의 챌린저호 폭발 사고와 1987년의 아기 제시카 구출 사건이 일어났을 때, CNN은 생생한 현장 화면을 상시적으로 전달할 능력과 더불어 사건을 지켜보는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깊은 연대감을 전해줄 능력 또한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1989년 중국 천안문 광장에 탱크가 밀고 들어왔을 때, 1991년 스커드 미사일이 바그다드 상공을 가를 때, CNN은 전 세계의 뉴스 채널이 되었다.

그러나 모험적 기업가로 이름이 높아진 터너의 발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85년에는 올림픽의 대안이라며 굿윌 경기대회를 만들더니, 다음해에는 MGM/UA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보유한 4,000편 이상의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째로 구입했다. 이를 통해서 CNN산하 채널들은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독점적 프로그램들을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 터너는 이때 사들인 고전적 흑백 영화들을 ‘컬러화’한 일로 할리우드 사람들의 분노의 표적이 되었으며, 이 두 가지 매입 건이 야기한 부채 때문에 몇몇 자산을 팔아야 했다. 그렇지만 그는 확장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1988년에는 터너 네트워크 텔레비전(TNT)을, 1992년에는 카툰 네트워크를 열었다. 두 채널 모두 이전에 사들인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크게 의존하는 편성을 갖추었다. 그러더니 1996년이 되자 터너는 돌연 모든 것을 타임 워너 사에 75억 달러에 팔았다. 이로써 CNN은 세계 최대의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타임 워너의 자회사가 되었고, 터너는 통합 회사의 부회장-또한 최대 주주-이자 케이블 네트워크 부문의 대표가 되었다.

물론 터너와 CNN에게 언제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시청자들의 요구에 대응하느라 노력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과잉된 행동들이 있었다. O.J. 심슨 재판과 클린턴 탄핵 사건, 쿠바 소년 엘리안 곤잘레스 사건 때 CNN은 황색 신문들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최악의 사건은 1998년에 이들이 ‘뉴스 스탠드’ 프로그램을 통해서 1970년대에 미군이 라오스에서 탈영병들에게 신경 가스를 마시게 했다는 오보를 한 것이다. (CNN은 후에 보도를 철회하고 담당 임원들을 해고했다. 터너 또한 이 사건이 자신과 방송국에 끔찍한 수모를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매번 어려움을 이기고 다시 일어났으며, 새 천년에 접어들면서 공신력 있는 뉴스 매체로서의 명성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000년 6월 1일 창립 20주년을 맞은 CNN은 애틀랜타 본사에서 불꽃놀이를 하며 최고의 영예를 누린 순간들을 비디오로 상영했다. 이들은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되었다. 2000년이 밝기 직전에, 타임 워너는 아메리카 온라인과 합병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터너는 새로 태어나는 AOL 타임 워너의 부회장이 되어서, 케이블 네트워크 부문과 터너 소유의 자산들, 그리고 HBO, 시네맥스, 워너 브라더스 인터내셔널 네트워크 사를 감독하고, 코미디 센트럴과 코트TV 내 타임 워너 지분을 관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사업들에 대한 직접적 관할권은 잃었는데,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는 이 사실에 매우 분개했다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화려한 기념 행사가 벌어질 때, CNN은 9년 만에 최저의 월간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원인으로 가장 크게 꼽히는 것은 케이블 TV 업계에 CNBC, MSNBC, 폭스 뉴스 채널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나서 예전에 CNN밖에 모르던 시청자들을 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청률을 다시금 끌어올리고 일회성 대규모 사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 CNN은 좀더 규칙적인 편성과 다큐멘터리 및 특집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이들은 또한 AOL과 그에 속한 2,200만 회원이 CNN의 옛 영광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이 자축할 만한 것은 많다. CNN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뉴스 네트워크이며, 미국 내 기본 케이블 TV 뉴스 시청률 10위 안에 아홉 개 프로그램을 올려놓고 있는 데다, 다양한 웹사이트를 통해 연간 67역 회가 넘는 페이지 방문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뉴스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불어 제휴사는 미국과 캐나다에 600여개, 전 세계적으로는 800개에 이른다. 이런 제휴의 결과 CNN은 출범 초기의 세 채널과 더불어 현재 CNNfn-경제, 재정 문제 전문으로 1995년 발족-, CNN/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스포츠 전문 채널로 1996년 발족-, CNN 엔 에스파뇰-8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한 스페인어 방송-, CNN 에어포트 네트워크-미국 내 27개 공항에서 여행자를 위한 프로그램 제공-, CNN라디오 등등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텔레비전 뉴스의 지평을 번화 시켰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진실로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다.

by 100명 2007. 4. 25.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