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왜 한국서 먼저 개봉할까
[헤럴드경제 2007-04-18 14:02]

스파이더맨3ㆍ다이하드4…

불법파일 돌기전 `기습` 상영

직배사 사활걸고 흥행 경쟁

`한국에서 먼저!` 한국이 미국 영국 일본 등 영화시장 규모가 더 큰 나라들을 제치고 할리우드 대작을 비롯한 외화 블록버스터들의 첫 개봉 무대가 되고 있다. 세계 영화팬들로부터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올해 주요 대작의 한국 측 배급사들은 최대 1주일, 적어도 1~2일 이르게 한국에서 먼저 공식 개봉할 것이라는 계획을 최근 잇달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 영화시장이 세계 10위권의 규모를 갖춘 데다 아시아 대중문화의 유행을 주도하는 시장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한국에서 만연한 불법 다운로드족들을 겨냥한 대책이라는 성격도 강하다. 아예 불법 파일이 돌아다니기 전에 한국에서 먼저 개봉해 흥행 성적을 좌우하는 개봉 초반 관객몰이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아시아에서 제일 큰 시장인 일본에서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라도 현지 배급 사정에 맞춰 미국보다 많게는 수개월까지도 늦게 개봉하는 영화가 상당수 되는 것과는 대비되는 사실이다. 먼저 올여름 시즌 블록버스터들의 흥행경쟁의 첫 포문을 터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스파이더맨3`는 미국보다 사흘 이른 5월 1일로 한국 개봉일이 정해졌다. 현재 관행인 `목요일 개봉`을 이틀이나 앞선 화요일 개봉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쉬는 노동절에 맞췄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마이클 베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로봇 SF 대작 `트랜스포머`는 미국 개봉일인 독립기념일(7월 4일)보다 무려 1주일 이른 6월 28일 한국에 상륙한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다이하드4.0`은 전 세계 동시 개봉일인 6월 29일보다 하루 앞서 한국 극장가에 걸린다.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와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각각 5월 25일과 7월 12일 전 세계 동시 개봉일에 한국 일정도 맞췄다.

`다이하드4.0`을 배급하는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개봉한 다음날이면 한국에서 불법 파일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블록버스터의 경우에는 미국과 동시 개봉하거나 이보다 이르게 국내 극장가에 걸린다"며 "미국에서는 주로 금요일에 개봉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수~목요일 개봉 관행이 자리잡혀 있어 `세계 동시 개봉`의 경우에도 사실상 한국 최초 개봉이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외화 배급사들은 불법 파일 유통으로 인한 흥행수익 손실을 우려해 이처럼 한국 시장에서는 동시 혹은 최초 개봉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박물관은 살아 있다`는 한국에서 최초 개봉해 불법 다운로드를 사전에 막고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에서 흥행순위 10위 안에 랭크된 외화 `미션 임파서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다빈치 코드` 등도 예외없이 세계 동시 개봉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박물관이 살아 있다`가 지난 3월 중순에 개봉하는 등 한국보다 외화의 개봉일 선정이 훨씬 유동적이었다. `트랜스포머`의 국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한국 중국은 인터넷으로 영화를 다운받는 비율이 전 세계 최고"라며 "해외 직배사들도 그런 사실을 알고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전략을 세운다"고 덧붙였다.

by 100명 2007. 4. 18.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