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3'가 국내 영화시장 질서 흐린다
목요일 개봉 관행 파괴로 다른 작품 상영일수 잠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3’가 화요일 개봉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개봉일 5월 1일은 기존 개봉일보다 이틀이나 앞당겨진 것. 그동안 크리스마스나 화이트데이 등 특정한 대목에 수요일 개봉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공식적인 화요일 개봉은 흔치 않았다. 따라서 ‘스파이더맨 3’가 영화계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국내 영화 개봉일은 목요일이 일반적이다. 주 5일제가 안착 되면서 몇 년 전부터 금요일 개봉이 목요일로 굳어졌다. 현재 배급 시스템은 목요일을 시점으로 주 단위로 돌아간다. 개봉주 목요일부터 그 다음주 수요일까지 상영하고 흥행 성적에 따라 스크린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화요일 개봉이 이뤄지면 기존 체계가 혼란스러워진다.

당장 전주 개봉작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26일 개봉하는 작품들은 ‘날아라 허동구’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더블타겟’ 등 5∼6편 선. 이들 중 몇 편은 주말 흥행 성적에 따라 최대 이틀 빨리 스크린을 내려야 한다. 그만큼 예상 수익도 떨어진다.

‘날아라 허동구’ 제작사측은 “우리 영화는 어린이날 이후까지 목표로 한 가족 영화라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다른 작품 중 일부는 ‘스파이더맨 3’때문에 평소보다 더 빨리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스파이더맨 3’는 이미 대대적인 예매에 들어간 상태다. 올 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란 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본사가 한국 시장을 아시아 거점으로 판단, 전략적으로 전세계 최초 개봉을 지시했다. 영화 홍보사측은 “어느 지역보다 한국에서 작품에 대한 기대와 선호도가 높다”며 “영화의 상징성도 있고 마침 노동절이 임시휴일이라서 1일 개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 개봉은 3일이다.

여기에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극장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 한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은 “배급사 요청으로 화요일 개봉을 선택했다”며 “극장 입장에서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를 상영하는 건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보통 해외 배급사 요청으로 극장이 개봉일을 앞당기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 결국 ‘돈이 되는 상품’을 빨리 걸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5월 첫주 개봉 예정인 국내 영화들도 ‘스파이더맨 3’을 뒤따랐다. 차승원 주연의 ‘아들’과 코미디 ‘이대근, 이댁은’이 각각 1일로 개봉을 당겼다. ‘아들’ 배급을 맡은 시네마서비스 이원우 배급팀장은 “‘스파이더맨 3’가 1일 개봉을 못박은 상황에서 우리만 목요일을 고집할 순 없었다”면서도 “(개봉일 변경으로) 배급 질서가 흐려지고 다른 영화들이 실질적 피해를 보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by 100명 2007. 4. 18.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