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도내 중소영화관(하) 대안은?
'예술영화 전용관'으로...부산 국도극장, 예술관 자리매김
하루에 손님이 들 때가 손꼽을 정도인 도내 중소영화관. 필름 수주도 어려워지면서 경영은 더 악화돼가고 있다. 수익으로만 생각한다면 폐쇄해야 하지만 지역 문화공간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손을 털 수만은 없는 상황. 그러나 대안이 없는 것만도 아니다. 지역 중소영화관 대표들은 변화의 시도 끝에 예술전용관으로 자리매김한 국도극장의 예를 희망으로 삼고 있다.

멀티플렉스와 차별화만이 희망...극장주 의지·관객 동원력이 관건


대형 멀티플렉스의 침공으로 하나 둘 맥없이 무너진 부산지역 향토 극장들. 부산 중구 PIFF 거리의 국도극장도 그 중 하나다. 국도극장은 휴관과 폐관을 반복하고 제한상영관 등으로의 변신을 거듭하며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2005년 '국도극장 예술관'으로 이름을 바꾼 국도극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올해의 예술영화관으로 선정됐다. 변신의 첫 작품으로 부산 극장가에 걸리지 않았던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망종>이 상영돼 눈길을 끌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정적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부산 관객들의 성원은 힘을 북돋운다. 현재 국도극장 예술관의 인터넷 카페(cafe.naver.com/gukdo)에는 6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으며 연회비를 내는 회원도 100여 명에 이른다. 또 독립영화협회 등 관련 단체와 연계해 매주 수요일을 독립영화 상영일로 정해 수준 높은 국내외 독립영화, 해외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등 대형멀티플렉스 극장과는 차별화되는 전략으로 관객을 이끌고 있다.

도내 중소영화관 관계자들은 국도극장의 변화를 보고 희망을 안고 있다. 예술영화 전용관 등 대형 멀티플렉스와 경쟁할 수 있는 틈새 영화관만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진해 중앙극장 대표는 "하드웨어면에서는 멀티플렉스 극장을 따라갈 수가 없어 콘텐츠로 경쟁력을 갖추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지원도 받을 수 있어 어느 정도 영화관으로 버틸 힘도 생긴다.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되면 200석 기준으로 관객의 8%까지, 즉 연간 5000여만원이 지원된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예술영화전용관 선정사업에 도내 극장은 한 곳도 지원하지 않았다.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보연 팀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 부산 등 광역도시 중소극장들이 주로 지원하고 있다"며 "극장주의 의지와 예술영화 관객 동원 가능성 등을 어느 정도 고려한 후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부산만 해도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도내는 한 곳도 없어 서울, 부산 등에서 상영하는 괜찮은 영화를 제목만 보고 군침만 흘리는 경우가 많다.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는 관객들이 계속적으로 늘고 있는데다 경남은 전문직 종사자 등 관객층도 부산만큼 튼튼해 국도극장과 같은 부활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은 있다. 무엇보다 지역 중소영화관 관계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5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울 중앙시네마의 경우 2006년 개봉작 재상영회, 애니 충격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인디영화 상영관 가능성을 계속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영화진흥위 또한 장기적인 관점으로 추진할 극장주의 의지를 첫 번째 선정기준으로 본다.

예술전용관은 지역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이자, 중소영화관도 영화관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극장주가 의지를 가지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알릴 때 지역관객들의 관심도 모아질 것이다.
by 100명 2007. 4. 14.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