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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의 세계문화 기행]그리스 파트모스·로도스 | ||||
[세계일보 2004-07-29 16:30] | ||||
이 섬은 무서운 심판을 예언하며 새 땅과 새 하늘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약성서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현장이다. “나 요한은…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의 증거를 인하여 밧모라 하는 섬에 있었더니 주의 날에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 내 뒤에서 나는 나팔 소리 같은 큰 음성을 들으니…”(요한계시록 1장 9∼10절) 여기서 등장하는 밧모섬이 바로 파트모스섬이다. 파트모스섬은 길이 16, 폭 10 정도로 험한 바위산이 솟구쳐 있는 작고 황량한 섬이다. 인구는 3000여명 정도인데 부둣가에 많이 모여 살고 있다. 산 정상에는 성요한 수도원이 있으며 중간에 파트모스 신학교와 기숙사가 있다. 요한이 계시를 받았던 동굴은 바로 그 아래 있다. 동굴 위에는 요한이 계시받은 것을 제자 프로코로스가 받아적은 그림이 그려져 있고 계단을 내려가면 철문이 나온다. 그곳을 통과하면 50평 정도의 컴컴한 공간이 드러난다. 좌측 끝에 제단이 있고 근처에는 요한이 자던 곳이라는 움푹 들어간 바닥, 요한이 책상으로 썼다는 턱이 진 바위 등도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양 팔을 쭉 펴면 품에 안을 수 있는 크기의 바위다. 이 바위는 금이 3개로 갈라져 있다. 사도 요한이 나팔 소리와 같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을 때 세 쪽으로 갈라졌다고 전하는데, 기독교인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예수의 애제자 사도 요한이 이곳에 유배왔을 때는 암담한 시절이었다.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는 스스로 신이라 칭하며 자신을 숭배하도록 강요했고 그것을 거부하는 기독교인들을 대대적으로 박해했다.
◇요한계시록을 쓴 동굴 입구. 요한의 흔적은 남쪽 해안가에도 있다. 요한이 신자들에게 세례를주었다는 터에 기념비가 서 있고, 요한을 기념하는 성요한 수도원이 산 정상에 있다. 화강암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성채는 1088년에 지어졌는데 수도원 보물실에는 보석이 박힌 황제의 대관식 왕관들과 6세기에 쓴 금박 필사본의 마가복음 33쪽 등 기독교에 관련된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다. 이왕 파트모스 섬에 왔다면 조금 더 시간을 내 로도스섬까지 가볼 만하다. 파트모스섬에서 배를 타고 9시간 정도 남쪽으로 가면 나타나는 로도스섬은 에게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이곳은 현재 그리스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나, 14세기 초에는 십자군전쟁에 참가했던 성요한 기사단이 점령해 견고한 요새를 만들기도 했다. 기원전 3세기쯤 이곳 사람들은 외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믿음으로, 고대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높이 36m의 거대한 크로이소스의 청동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원전 225년 지진으로 파괴된 후 1000여년간 방치되다가 7세기쯤 이곳을 침공한 아랍인들이 그 조각들을 시리아의 유대인에게 팔아서 지금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이미 사라진 거상의 흔적에 관심을 갖는 이는 지금 이곳에 없다.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구시가지의 성벽과 유적지를 돌아보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박물관에 있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로마 신화에서는 비너스)의 조각상이다. 기원전 1세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높이 60㎝ 정도의 아름다운 아프로디테는 길게 여러 가닥으로 딴 머리를 양손으로 받쳐 들고 오른쪽 무릎을 꿇은 채 목욕을 하고 있다. 그 매혹적인 자태 앞에서 가슴 설레지 않는 이는 드물다. 해변이 좋아서든 매혹적인 아프로디테 조각 때문이든, 로도스는 한번 가볼 만한 섬임에 틀림없다.
◇성요한 기사단이 만든 구시가지 성벽. ■ 여행정보 ●파트모스 아테네 피레우스항에서 오후 1시에 떠나는 카미로스호를 타면 10시간 정도 걸린다. 터키로부터 자유를 쟁취한 3월 25일에는 독립기념 행사를 볼 수 있다. 부둣가에 작은 호텔, 민박 등이 있고 배가 도착하면 종업원들이 호객에 나선다. ●로도스섬 아테네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배로 18시간 소요. 파트모스섬에서 밤 배를 타면 약 9시간 정도 걸려 이른 아침에 도착한다. /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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