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상의 세계문화 기행]올림픽 열리는 아테네
[세계일보 2004-08-05 17:06]

1주일 후면 제28회 올림픽이 아테네에서 열린다.

고대 올림픽은 원래 올림피아에서 열린 제전이다.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열린 제1회 근대 올림픽은 1896년 아테네에서 열렸으니, 이번 올림픽은 108년 만의 귀향으로 역사에 기록될 참이다.

아테네 여행은 대개 신타그마 광장에서 시작된다. 신타그마란 그리스어로 ‘헌법’이란 뜻이다. 1843년 이곳에서 그리스 헌법이 공포되었는데, 주변의 무명용사기념비 앞에서는 매시 정각에 근위병 교대식이 열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수많은 유적지가 신타그마 광장과 모나스트라키 광장 사이의 남쪽에 넓게 퍼진 지역에 모여 있다. 그 중심지는 단연코 아크로폴리스다.

아크로폴리스로 가려면 플라카 지역을 거쳐야 한다. 이곳은 아테네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지로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마다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이 밀집되어 있다. 아테네는 인구 320만명(2001년)밖에 안 되지만 연중 몰려드는 엄청난 관광객으로 번잡한데, 특히 플라카의 미로는 항상 북적거린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골목길을 벗어나면 멀리 우뚝 솟은 아크로폴리스가 나타난다. 그리스어로 ‘도시(polise)’에서 ‘가장 높은(akros)’ 곳이라는 뜻인 아크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정치적·종교적 중심지로 어느 도시에나 있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해발 156m, 동서 약 270m, 남북 약 150m의 가파른 절벽 위에 있는데 올라갈 수 있는 길은 딱 한 군데, 서쪽 언덕길이다. 숨을 헐떡거리며 정상에 다다르는 순간, 멀리 파르테논 신전이 보인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 1호인 이 신전은 처녀신 아테나의 집이다.

아테나 여신은 제우스의 딸로 이 도시의 이름을 처음 지을 때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경쟁했었다. 결국 시민들은 포세이돈이 준 소금보다 올리브나무를 준 아테나 여신을 택해서 아테네가 도시 이름이 됐다.

파르테논 신전이 세워진 기원전 5세기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의 전성기였다. 그 시절의 영광을 보여주듯 파르테논 신전 건축에는 수많은 건축기법이 동원되었다. 가로 31m, 세로 69.5m인 신전의 각 기둥은 중간이 볼록한 엔타시스, 즉 배흘림 기법을 사용해 기둥 밑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일직선으로 보인다.

또 신전 중앙의 기둥 사이는 폭이 좁고 변두리 쪽은 넓어서 멀리서 보면 각 기둥들이 균일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모두 눈의 착시 현상을 이용한 건축기법이었다.

아크로폴리스의 절벽 부근에는 디오니소스 극장과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헤로데스 아티쿠스 원형극장이 있는데 헤로데스 아티쿠스 원형극장에서는 현재도 야외공연을 하고 있다.

아크로폴리스 근처에는 소크라테스의 동굴감옥도 있다. 인간들의 무지를 설파하던 그는 사회를 혼란시켰다는 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이곳에 갇혔다고 전해지지만, 정확한 사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상징일 것이다.

◇염소의 뿔과 다리를 가진 신 판(Pan)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희롱하는 내용의 조각(사진위) 파르테논 신전.

아고라는 아크로폴리스에서 서북쪽으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있다. 아고라(Agora)는 그리스어로 ‘함께 모이다’라는 동사에서 나왔는데, 정치적인 집회 장소는 물론 시장터로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활짝 꽃핀 현장이었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 돌무더기만 가득하지만 약 2400년 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거닐었던 감회 어린 현장이다.

아크로폴리스의 동남쪽에는 신 중의 신인 제우스신을 모시는 신전이 있다. 당초 높이 17m, 지름 167㎝의 기둥 104개로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16개의 기둥만 남아 있어 아쉽지만 그래도 여전히 웅장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제우스 신전의 동쪽에는 말굽처럼 생긴 올림픽 스타디움이 있다. 이곳은 기원전 331년 아테네 대축제 경기장으로 만들어졌지만 로마제국 이후에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버려졌다가 복원되어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렸었다.

이 밖에 국립고고학박물관에는 그리스 전역에서 발굴된 수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급히 보자면 하루도 가능하지만 천천히 음미하자면 한 달도 모자란 도시가 바로 아테네다.

/여행작가

<여행 에피소드>

소매치기 우글우글 어디가나 지갑 조심

아테네는 매력적인 도시지만 관광객을 통해 한몫 챙기려는 호객꾼와 소매치기, 택시기사들도 많다. 특히 올림픽을 앞두고 전 유럽의 소매치기들이 속속 아테네로 집결하고 있을 테니 관광객은 이들과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스의 ‘친절한’ 사내를 따라 술집에 갔다가 맥주 한 병과 안주 몇 조각을 먹고 500달러를 날렸다는 여행자, 미터기를 꺾지 않고 ‘뺑뺑이’를 돌리다가 50유로짜리를 내면 슬쩍 10유로짜리로 바꿔치기해 탑승객을 혼란에 빠뜨리는 택시기사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늘 조심하고 하나하나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소매치기에 대비해 바지 안에 두르는 복대에 여권과 돈을 챙기고, 자기만 조심한다면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다행히 나는 아테네에 있는 동안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적은 없다. 오히려 ‘도가니탕’ 먹는 재미에 흠뻑 빠졌었다. 그리스인들은 우리처럼 흐물흐물한 소 무릎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매우 싸다. 시장 안 허름한 식당에 앉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문한 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싼값으로 꼬들꼬들한 고기를 맛보는 재미가 최고였다.

<여행메모>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려면, 중심지 신타그마 광장까지 운행하는 E95 익스프레스 버스가 싸고 편리하다. 24시간 운행. 밤늦게 도착했을 경우 바가지를 쓸 위험성이 있기에 택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시내에서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은 지하철과 주요 관광지를 경유하는 트롤리버스다. 버스를 탈 때 티켓을 사서 버스 안 검표기에 스스로 찍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표원의 불심검문에 걸려 수십배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by 100명 2007. 4. 13. 2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