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지상의 세계문화기행]그리스 마라톤·수니온곶 | ||||
[세계일보 2004-08-26 17:30] | ||||
기원전 5세기쯤 동방의 통일 세력인 페르시아가 팽창 정책을 추진하자 지중해 일대에 전운이 감돌았다. 드디어 기원전 5세기 말 그리스 도시국가들과 페르시아 사이에 큰 전쟁이 3차례 일어났다. 마라톤의 기원이 된 마라톤 전투는 기원전 490년에 있었던 페르시아의 2차 침공 때 일어났다. 격전지였던 마라톤 평야는 아테네에서 동북쪽으로 40쯤 떨어진 곳에 있다. 현재 그곳에는 마라토나스시가 있는데, 아테네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아테네시를 벗어난 버스는 일단 동쪽으로 가서 에게해 연안의 항구도시 라피나를 거친다. 그곳에서부터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파란 에게해를 감상하며 북상하다 마라토나스시에 도착하기 전에 ‘팀보스’란 곳이 나온다. 버스에서 내려 바다 쪽 벌판으로 조금 걸어가니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나무에 둘러싸인 거대한 무덤이 있었다. 바로 마라톤 전투에서 전사한 그리스 영웅 192명이 묻힌 곳이다. 반면 페르시아군의 전사자는 6400명. 이 믿을 수 없는 승리를 전하려고 그리스군의 병사인 필리피데스(혹은 페이디피데스)가 아테네시까지 달려가서 “우리가 승리했다”라는 말을 한 후 숨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전설에 가깝다.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에는 그런 얘기가 없고 다만 아테네의 직업적인 장거리 주자, 필리피데스가 스파르타에 지원군을 요청하려고 이틀에 걸쳐 약 200를 뛰어갔다는 기록은 나온다. 그런데 그 이름이 후일 ‘말(馬)이 필요치 않은 자(장거리 주자)’라는 뜻의 페이디피데스로도 알려져 두 단어가 혼용되어 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쨌든 이 전설에 의거해 프랑스의 언어학자 미셸 브레알이 1896년 열린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때 정규 종목에 넣자고 주장해 마라톤은 정식 종목이 됐다. 한국 시각으로 30일 0시에 시작되는 이번 남자 마라톤은 이 무덤부터가 아닌, 마라토나스시의 마라토나스 스타디움에서 시작해서 아테네의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까지 달린다. 제1회 때 달렸던 거리는 약 39였고 그 후 7회 때까지는 마라톤 거리가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1924년 파리대회 때부터 42.195로 통일했는데, 이 거리는 1908년 제4회 런던대회의 마라톤 거리였다. 마라톤은 올림픽의 꽃이지만, 페르시아의 후손인 이란은 마라톤에 참가하지 않고 1974년 아시안게임 때도 마라톤을 제외했다. 현재 마라톤은 정치와 무관한 스포츠지만 그 기원은 전쟁에서 비롯되었으니 패한 사람으로서는 기분 좋을 리 없을 것이다. 페르시아와의 2차 전쟁은 마라톤에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마라톤에서 패한 페르시아군은 급히 배를 타고 수니온곶으로 왔다. 그곳에 상륙해 아테네를 치려고 했지만 재빠르게 그리스군이 대처한 탓에 할 수 없이 귀국하게 된다. 수니온곶은 아테네의 동남쪽 70 지점에 있는데 깎아지른 절벽 위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 신전이 있다. ▲(사진)마라톤 전투의 전사자묘 그리스인들은 지중해를 무대로 활약했는데,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는 뱃길이 안전한 편이나 다른 때에는 풍랑이 심해 늘 바다를 두려워하며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제사를 지냈다. 포세이돈은 태풍을 부르거나 가라앉히고 해안을 뒤흔들기도 한다. 또 그가 놋쇠 발굽과 황금 갈기를 가진 말이 끄는 2륜마차를 타고 바다 위로 나가면 바다는 그 앞에 엎드려 조용해진다고 한다. 포세이돈 신전은 기원전 5세기에 세워졌는데, 페르시아군의 공격 때 파괴돼 다시 복원됐지만 또다시 파괴돼 지금은 폐허처럼 남아 있다. 그런데 바로 그 폐허의 분위기가 더욱 낭만적이다. 특히 일몰에 바라보는 신전과 에게해의 분위기는 기막히게 좋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이 풍경에 심취해 신전의 기둥에 낙서를 남겼다고 한다. 오늘도 많은 관광객들은 그런 역사와 신화를 회상하며 신전을 거닐고 있다. 여행작가 ■여행정보 그리스 병사들의 무덤을 보려면 아테네에서 마라토나스행 버스를 타고 가다 5쯤 남겨 놓고, 운전사에게 ‘팀보스’라고 말해야 한다. 아테네에서 수니온곶까지는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리고 수니온곶에서 아테네로 오는 막차는 오후 7시에 출발한다. 그러므로 해가 일찍 지는 겨울에는 일몰을 볼 수 있지만, 해가 오후 8시30분에나 지는 여름에는 개인적으로 갔을 경우 일몰을 보기가 힘든다. 렌터카를 구하든지 근처 호텔에서 1박을 하는 수밖에 없다. ■에피소드 길거리 요리 ''수블라키'' 맘껏 즐겨 고급 호텔에서 그리스 음식을 즐기는 단체 관광객과는 달리 개인 여행자들은 타베르나를 많이 이용한다. 타베르나는 서민적인 그리스인의 식당으로 떠들썩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올림픽을 맞아 그리스의 식당들이 음식값을 배나 올렸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만약 가격이 부담된다면 거리의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다. 그리스 여행 중 내가 가장 즐겼던 거리의 음식은 ‘수블라키’였다. 양, 소, 닭, 돼지 고기 등을 썰어 양파와 파인애플, 피망 등과 번갈아 꼬치에 끼워 구운 요리로 값도 저렴하고 맛도 있었다. 여기다 얇은 밀전병인 ‘파타’에 고기를 싸서 요구르트와 오이, 올리브유, 식초, 다진 마늘을 혼합해 만든 ‘차지키’라는 새콤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한끼 식사로는 그만이다. 또한 각종 다진 고기와 야채를 빵에 싼 후 오븐에 넣어 구워낸 ‘기로스’도 입맛에 맞았다. 국내에서는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의 기로스, 홍익대 앞의 그릭조이, 이태원의 산토리니 등에서 그리스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