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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의 세계문화 기행]터키 파묵칼레·캉갈 | ||||
[세계일보 2004-09-16 16:27] | ||||
세상의 수많은 온천 중에서 터키의 파묵칼레만큼 경이로운 온천도 없을 것이다. 터키 관광엽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파묵칼레 온천은 터키의 서남부 지방에 있다. 일단 데니즐리란 중소 도시까지 가서 돌무슈(미니버스)를 타고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후텁지근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창 밖의 야자나무들을 바라보면 마치 열대지방에 온 것 같은데, 20분쯤 지나면 난데없이 남극의 거대한 빙산처럼 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듯한 산이 나타난다. 원래 파묵칼레는 ‘목화’란 뜻으로 예전에는 하얀 산이 목화로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지금은 무더운 여름임에도 빙산처럼 보여 서늘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그 묘한 풍경은 바로 자연의 경이로운 연출에서 왔다. 산을 흘러내리는 온천수에는 석회질이 많고 긴 세월 석회가 침전돼 하얀 석회가 산을 뒤덮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석회암은 크고 작은 계단을 만들었고 그 사이사이 온천수가 괴었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섭씨 35도의 탄산수로 특히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서 로마 황제들도 이곳을 종종 방문했다고 한다. 파묵칼레에는 온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꼭대기에는 히에라폴리스 유적지가 있다. 이곳은 기원전 3세기부터 시리아와 페르가몬 왕국의 지배를 잠시 받다가 로마 치하에 크게 발전했는데, 지금도 서기 2세기에 만들어진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원형극장이 잘 보존돼 있다.
이 호텔에서는 유적지의 무너진 대리석 기둥을 그대로 두고 온천탕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대리석 기둥 사이를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니며 옛 로마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터키는 온천이 많다. 전국에 300여개의 온천이 있는데 아주 신기한 온천이 또 있다. 터키 중부의 캉갈이란 소도시 근처에 있는 물고기 온천의 정식 명칭은 ‘발리클리 카플리자’. 발리클리는 물고기란 뜻인데, 이곳은 섭씨 30여도의 온천물에 사는 물고기가 사람들의 피부병을 고쳐준다 해서 매우 유명하다. 이곳은 별로 화려하지 않고 관광객보다는 피부병 환자들이 많이 오고 있다. 숲이 우거진 넓고 아늑한 단지를 지나 허름한 건물로 들어가면 샤워장이 나온다. 일단 이곳에서 샤워를 하고 통과하면 탕이 나오는데, 모두 6개가 있다. 관광객을 위한 수영장이 있고, 피부병 환자들을 위한 남탕·여탕이 두 개씩 나뉘어 있다. 한 개의 탕에는 송사리 같은 조그만 물고기들이 있고, 또 한 개의 탕에는 손가락만한 조금 큰 물고기들이 있다. 물고기들은 사람들이 키운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이 온천수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이곳에서 한 한국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병원에서도 치료가 안 되는 몹시 심한 마른버짐을 앓았는데, 이곳에 와서 이틀 만에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캉갈의 물고기 온천에서 피부병을 치료하는 사람. “와, 처음에는 조그만 물고기가 있는 탕에 들어갔는데 한 300마리가 내 몸에 모여들어 상처를 쪼았어요. 그런데, 묘하게도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러고 며칠이 지난 뒤 조금 큰 물고기들이 있는 탕으로 왔는데, 요놈들은 상처 부스러기를 살살 핥아먹어서 간지럽고요.” 그는 하루 8시간씩 온천 안에 있는데 3주일 정도 더 있다 갈 예정이라며 건성피부염에 효과가 좋다고 했다. 세계 각국의 환자가 오는데 이란에서 온 피부과 의사는 자기 피부병을 못 고쳐서 이곳에 왔다고 했다. “허허, 의사가 물고기 의사한데 치료받고 있소이다.” 피부과 의사가 허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용한 온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
◇로마시대의 원형극장. ■에피소드 목욕탕선 수영복 입어… 누드로 들어간뒤 ‘아뿔싸’ 한때 ‘터키탕(증기탕)’이 퇴폐적인 것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원래 터키의 하맘(목욕탕)은 뜨끈하게 달궈진 대리석으로 만든 단에 누워서 피로를 풀고 목욕하며 휴식을 취하는 건전한 곳이다. 처음 하맘에 갔을 때 나는 옷을 훌훌 다 벗고 수건 하나만 갖고 들어갔다. 그런데, 아뿔싸 사람들은 대부분 수영복을 입었거나 커다란 타월로 치부를 가리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황급히 조그만 수건으로 가릴 곳을 가리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대충 씻을 수밖에 없었다. 터키에서는 온천이든 하맘이든 대개 수영복을 입는다. 터키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많은 나라의 목욕탕에서 그러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곳이 아닌 전통적인 하맘은 남탕과 여탕이 구별돼 있지 않고, 같은 탕을 이용하되 대략 2시간씩 교대로 입장시킨다. 처음에 이런 사정을 모르고 여탕 시간대에 갔다가 못 들어가게 해서 몹시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 ■여행정보 데니즐리에서 파묵칼레까지는 돌무슈로 약 20분 소요. 데니즐리는 주요 도시에서 장거리 버스가 많이 왕래한다. 파묵칼레의 여행자 숙소들은 깨끗하고 조그만 온천 수영장도 딸려 있어 권할 만하다. 2인실이 대략 8∼12달러. 산 정상의 호텔에 있는 멋진 온천수영장은 입장료가 6달러 정도. 캉갈의 물고기 온천을 가려면 먼저 시바스로 가야 한다. 시바스는 버스로 앙카라에서 7시간, 이스탄불에서는 13시간 정도 걸린다. 시바스에서 캉갈까지는 미니버스로 약 1시간 걸린다. 캉갈에서 택시를 타고 20분쯤 달리면 발리클리 카플리자가 나오는데 택시비로는 왕복 14달러 정도 요구한다. 온천 입구의 사무실에서 피부병 상담도 받을 수 있고 일반관광객은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된다. 온천 주변에 숙소가 있는데, 만약 당일치기 방문이라면 시바스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 편하다. 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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