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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의 세계문화 기행]폴란드 크라쿠프 | ||||
[세계일보 2004-11-18 16:36] | ||||
세상에서 빼어나게 아름다운 도시는 흔치 않다. 아름답고도 인심이 후한 도시는 더욱 찾기 힘들다. 그런데 아마 폴란드의 크라쿠프는 그런 도시가 아닐까? 크라쿠프는 우리나라 경주에 비할 만한 폴란드의 고도다. 7세기부터 발전한 이 도시는 1038년부터 1596년까지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고, 전성기였던 14세기에는 학문과 예술이 크게 부흥했다. 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인구의 20%인 600만명을 잃었던 폴란드지만, 이 크라쿠프만은 피해를 입지 않아 1978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곳의 중심지는 구시가지의 리네크 글로브니라는 광장이다. 이 광장에는 14∼15세기에 만들어진 중세풍의 시청 탑과 성 마리아 교회가 들어서 있다. 특히 성 마리아 교회 탑에서는 정시마다 나팔이 울린다. 13세기 타타르인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나팔을 불다 화살에 맞아 죽은 나팔수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았던 폴란드인들은 800년이 다 되어가는 과거의 일도 쉽게 잊지 못하고 있다. 광장 주변에는 박물관들이 수없이 많고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다녔던 야기에오 대학도 있는데,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광장의 중앙에 있는 길이 100m나 되는 커다란 직물회관이다. 원래 의복이나 직물의 교역소였지만 지금은 많은 기념품 상점들이 있다. 구시가지 남쪽에는 아름다운 숲길이 있고 그 끝에 바벨 언덕이 있다. 언덕에는 폴란드 왕족의 대관식과 장례가 치러졌다는 바벨 성당, 16세기 초부터 폴란드 역대 왕들이 살던 바벨성이 있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크라쿠프까지 왔다면 그곳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 있는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소금광산 역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하에 180개 이상의 갱이 있고 현재 소금 채취가 중단된 2040개 이상의 방이 있는데, 그것을 연결하는 통로의 총 길이는 무려 200㎞다.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안의 동상들 본격적으로 비엘리치카 광산이 개발된 것은 700년 전으로 지하 1층은 64m, 지하 9층은 327m 깊이에 있다. 계단을 따라 깊은 땅속으로 들어가다 시커멓고 딱딱한 바위를 손가락으로 문지른 후 맛을 보니 짭짤하다. 이 광산 안에는 수많은 이름이 붙은 방이 많다. 코페르니쿠스가 1493년 이곳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방’이 있고 폴란드의 공주 킹가와 관련된 ‘전설의 방’이 있으며, ‘불탄방’이란 방에는 긴 막대에 매달린 횃불을 들고 뭔가를 하는 소금 동상들도 있다. 이 광산에서는 메탄 가스 때문에 종종 화재가 발생해 이것을 미리 정기적으로 폭발시켜주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수많은 방 중에서도 ‘축복받은 킹가 교회’에 다다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체육관만한 크기의 텅 빈 바닥, 벽, 제단 그리고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도 모두 암염, 즉 소금 바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곳은 1862년부터 1880년 사이에 소금을 다 파낸 뒤 만들어진 공간을 활용해 교회로 만들었다. 교회 소금벽에는 최후의 만찬, 그리고 기독교 성인들의 부조와 동상들이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깊이가 9m인 지하 호수와 수없이 이어지는 방들을 찾아가며 3시간 정도 컴컴한 땅속을 걸어다니다 지상으로 나오면 불현듯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거리의 화가들과 작품 이렇게 크라쿠프에는 볼거리도 많지만, 거리나 골목 구석의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의 순박한 미소와 따스한 눈빛이야말로 여느 관광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크라쿠프의 매력이다. 이 인심에 취해 저녁나절 구시가지 광장의 어느 레스토랑에 앉아 거리 악사들의 연주를 듣노라면 이 도시에 몇 달간 머물러 보았으면 좋겠다는 충동이 들고마니, 세상에 이런 도시가 그리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여행작가 ■여행 정보
가는 동안 음식 사먹을 시간이 없으므로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숙소:가이드북을 보고 찾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역의 사설 안내센터에서 민박을 소개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민박을 소개받을 경우 1박에 30유로 정도부터 다양한데, 1박에 5유로의 소개수수료를 받고 있다. ■여행 에피소드 다른 동유럽국가와 달리 현지인들 순박하고 친절 동유럽의 아름다운 도시에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현지인들이 쌀쌀맞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폴란드의 크라쿠프는 다르다. 숙소를 찾다 잡화를 팔고 있던 여인에게 길을 물어보아도 수줍은 미소를 띠며 길을 가르쳐 주었고 숙소 주인도 순박했다. 길에서 옥수수를 사먹는데도 아주머니는 동양인인 나를 호의 섞인 눈초리로 따스하게 바라보았으며,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도 여종업원은 ‘즐겁게 드시라’는 말을 꼭 붙이며 친절했다. 글쎄, 말보다도 수줍어하는 그들의 표정과 눈빛에 나는 감동했다. 저녁무렵 광장 주변의 레스토랑에서 음식 몇 가지를 시켰는데, 여종업원은 그건 너무 양이 많으니까 조그만 것을 시키라고 친절하게 권하는 것 아닌가. 유럽 혹은 동구에서 이런 섬세한 배려는 흔히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약간의 팁을 주니 얼굴이 발그스레해지면서 고맙다고 하는데…. 아, 이런 푸근한 인심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나는 다시 크라쿠프에 가고 싶다(물론 불친절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 따스했다. 크라쿠프를 방문했던 많은 여행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바다). |
[이지상의 세계문화 기행]폴란드 크라쿠프 | ||||
[세계일보 2004-11-18 16:36] | ||||
세상에서 빼어나게 아름다운 도시는 흔치 않다. 아름답고도 인심이 후한 도시는 더욱 찾기 힘들다. 그런데 아마 폴란드의 크라쿠프는 그런 도시가 아닐까? 크라쿠프는 우리나라 경주에 비할 만한 폴란드의 고도다. 7세기부터 발전한 이 도시는 1038년부터 1596년까지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고, 전성기였던 14세기에는 학문과 예술이 크게 부흥했다. 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인구의 20%인 600만명을 잃었던 폴란드지만, 이 크라쿠프만은 피해를 입지 않아 1978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곳의 중심지는 구시가지의 리네크 글로브니라는 광장이다. 이 광장에는 14∼15세기에 만들어진 중세풍의 시청 탑과 성 마리아 교회가 들어서 있다. 특히 성 마리아 교회 탑에서는 정시마다 나팔이 울린다. 13세기 타타르인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나팔을 불다 화살에 맞아 죽은 나팔수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았던 폴란드인들은 800년이 다 되어가는 과거의 일도 쉽게 잊지 못하고 있다. 광장 주변에는 박물관들이 수없이 많고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다녔던 야기에오 대학도 있는데,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광장의 중앙에 있는 길이 100m나 되는 커다란 직물회관이다. 원래 의복이나 직물의 교역소였지만 지금은 많은 기념품 상점들이 있다. 구시가지 남쪽에는 아름다운 숲길이 있고 그 끝에 바벨 언덕이 있다. 언덕에는 폴란드 왕족의 대관식과 장례가 치러졌다는 바벨 성당, 16세기 초부터 폴란드 역대 왕들이 살던 바벨성이 있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크라쿠프까지 왔다면 그곳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 있는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소금광산 역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하에 180개 이상의 갱이 있고 현재 소금 채취가 중단된 2040개 이상의 방이 있는데, 그것을 연결하는 통로의 총 길이는 무려 200㎞다.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안의 동상들 본격적으로 비엘리치카 광산이 개발된 것은 700년 전으로 지하 1층은 64m, 지하 9층은 327m 깊이에 있다. 계단을 따라 깊은 땅속으로 들어가다 시커멓고 딱딱한 바위를 손가락으로 문지른 후 맛을 보니 짭짤하다. 이 광산 안에는 수많은 이름이 붙은 방이 많다. 코페르니쿠스가 1493년 이곳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방’이 있고 폴란드의 공주 킹가와 관련된 ‘전설의 방’이 있으며, ‘불탄방’이란 방에는 긴 막대에 매달린 횃불을 들고 뭔가를 하는 소금 동상들도 있다. 이 광산에서는 메탄 가스 때문에 종종 화재가 발생해 이것을 미리 정기적으로 폭발시켜주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수많은 방 중에서도 ‘축복받은 킹가 교회’에 다다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체육관만한 크기의 텅 빈 바닥, 벽, 제단 그리고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도 모두 암염, 즉 소금 바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곳은 1862년부터 1880년 사이에 소금을 다 파낸 뒤 만들어진 공간을 활용해 교회로 만들었다. 교회 소금벽에는 최후의 만찬, 그리고 기독교 성인들의 부조와 동상들이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깊이가 9m인 지하 호수와 수없이 이어지는 방들을 찾아가며 3시간 정도 컴컴한 땅속을 걸어다니다 지상으로 나오면 불현듯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거리의 화가들과 작품 이렇게 크라쿠프에는 볼거리도 많지만, 거리나 골목 구석의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의 순박한 미소와 따스한 눈빛이야말로 여느 관광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크라쿠프의 매력이다. 이 인심에 취해 저녁나절 구시가지 광장의 어느 레스토랑에 앉아 거리 악사들의 연주를 듣노라면 이 도시에 몇 달간 머물러 보았으면 좋겠다는 충동이 들고마니, 세상에 이런 도시가 그리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여행작가 ■여행 정보
가는 동안 음식 사먹을 시간이 없으므로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숙소:가이드북을 보고 찾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역의 사설 안내센터에서 민박을 소개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민박을 소개받을 경우 1박에 30유로 정도부터 다양한데, 1박에 5유로의 소개수수료를 받고 있다. ■여행 에피소드 다른 동유럽국가와 달리 현지인들 순박하고 친절 동유럽의 아름다운 도시에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현지인들이 쌀쌀맞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폴란드의 크라쿠프는 다르다. 숙소를 찾다 잡화를 팔고 있던 여인에게 길을 물어보아도 수줍은 미소를 띠며 길을 가르쳐 주었고 숙소 주인도 순박했다. 길에서 옥수수를 사먹는데도 아주머니는 동양인인 나를 호의 섞인 눈초리로 따스하게 바라보았으며,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도 여종업원은 ‘즐겁게 드시라’는 말을 꼭 붙이며 친절했다. 글쎄, 말보다도 수줍어하는 그들의 표정과 눈빛에 나는 감동했다. 저녁무렵 광장 주변의 레스토랑에서 음식 몇 가지를 시켰는데, 여종업원은 그건 너무 양이 많으니까 조그만 것을 시키라고 친절하게 권하는 것 아닌가. 유럽 혹은 동구에서 이런 섬세한 배려는 흔히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약간의 팁을 주니 얼굴이 발그스레해지면서 고맙다고 하는데…. 아, 이런 푸근한 인심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나는 다시 크라쿠프에 가고 싶다(물론 불친절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 따스했다. 크라쿠프를 방문했던 많은 여행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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