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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의 세계문화 기행]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 | ||||
[세계일보 2005-02-24 16:24] | ||||
사하라 이남의 검은 아프리카에는 수많은 현실과 이미지가 있다. 기아, 내전, 질병 등의 부정적인 현실이 있고, 동물의 왕국과 흑인들의 열정적인 춤과 노래 등의 낭만적인 이미지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원초적인 신화의 세계를 엿보는 사람도 있고, 일본의 사진작가 후지와라처럼 “인도에서는 태양이 사물을 비추면 배후의 이미지, 존재의 의미가 솟아오르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빛이 비치면 사물에서 의미가 떨어져 나가고 단지 그 존재 자체만 남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돌이라고 하면 그냥 돌일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아프리카에서 사파리란 극히 부분적이고 사치스러운 경험일 뿐이다. 원래 사파리는 사냥을 의미하는 여행인데, 백인들의 남획으로 야생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현재 케냐나 탄자니아에서는 국립공원이나 동물보호구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그 결과 사파리는 예전처럼 스릴을 맛볼 수 있는 모험이 아니라 잘 짜인 상품처럼 되었지만, 그래도 빌딩 숲에서 살아온 도시인들은 아프리카의 대초원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작은 모험’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한다. ◇대평원의 사자◇전통복장으로 분장한 마사이족들<사진왼쪽부터> 케냐나 탄자니아의 국립공원은 대개 한국의 강원도, 충청도만 하다. 아무리 아프리카의 대초원에 동물이 많다고 해도 이렇게 넓은 곳에 흩어져 있다 보니 ‘동물의 왕국’에서 보는 장관을 쉽게 볼 수는 없다. 결국, 시기와 장소를 잘 선택해야 한다. 대표적인 초원이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과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평원으로, 국경선으로 갈라져 있지만 사실은 하나의 초원이다. 이곳에는 초식동물이 약 300만마리 살고 있는데, 풀을 찾아 정기적으로 대이동을 한다. 9월에서 10월쯤에는 풀이 많은 케냐의 마사이마라 동물보호구역을 향해 이동하고, 1, 2월에는 반대로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옮아간다. 이것을 야생동물들의 ‘대이동’라고 하는데, 이때 가면 끝없이 이어지는 초식동물들의 이주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맘때라면 세렝게티 평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세렝게티는 마사이족 말로 ‘끝없는 평원’이다. 아루샤란 도시에서 네댓명이 팀을 이루어 지붕이 열린 지프를 타고 몇 시간 동안 ‘끝없는 평원’을 달리다 보면, 시간의 물결따라 의식은 출렁거리고, 문득 알 수 없는 존재의 시원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늪지대의 하마들◇대표적 초식동물 누떼<사진왼쪽부터> 이윽고 초원 한복판에 이르는 순간, 엄청난 수의 초식동물이 뛰노는 풍경이 펼쳐진다. 사슴을 닮은 수천 마리의 귀여운 톰슨가젤 그랜트가젤 임팔라들이 뿔을 부딪치며 장난치고,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진 무수한 얼룩말들과 기묘한 누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뿔은 소를 닮고 축 늘어진 수염은 염소를 닮았으며 꼬리는 말을 닮은 누는 세렝게티 평원과 마사이마라 평원에 약 100만마리가 살고 있다. 그리고 바위 밑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던 사자들도 기지개를 켜며 사냥을 준비한다. 사자는 야행성 동물이라 주로 청각을 이용하여 밤에 사냥한다. 초원의 왕은 사자지만 초원을 제패하는 동물은 없다. 아무리 연약한 톰슨가젤도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각, 청각, 후각이 매우 발달해서 사자나 치타가 접근하면 재빨리 도망친다. 그래서 치타는 몰래 접근해서 갑자기 덮치고, 사자는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사냥하며, 레오파드는 나무 위에 숨어 있다가 덮친다. 먹이를 잡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먹다 보면 초원의 청소부 하이에나 무리나 자칼이 와서 방해를 하는데, 레오파드는 먹이를 물고 나무로 도망치고 겁많은 치타는 한입 떼어 물고 도망친다. 초원에서는 모두 목숨을 내놓고 살며 자기 힘닿는 만큼, 먹을 만큼만 사냥하다 힘이 달리면 자연스럽게 소멸하지만, 인간만이 끝없는 욕심을 부리며 미래와 자손을 위해서 저장한다. 초원은 인간세계처럼 무한경쟁이 아닌 유한경쟁의 무대다. 초원에 서면 냉엄한 자연의 법칙을 보지만, 동시에 절제의 미덕을 배울 수가 있다. 몇박 며칠 동안 대초원을 달리며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문득 이런 작은 깨달음을 얻는 순간도 사파리의 큰 기쁨이다. 여행작가 ◇세렝게티 평원의 코끼리◇사파리하는 여행자들<사진왼쪽부터> ■ 여행에피소드
으아, 겁이 난 나는 그만 닭다리 하나를 공중에 던졌고 독수리는 날쌔게 잡아챘다. 그때부터 시작한 독수리들의 공습은 계속 이어졌다. 보니 거대한 바오바브나무 위에 수십마리의 독수리들이 앉아 있었고 우리 일행을 향해 계속 편대를 이루어 한 마리씩 하강했다. 결국 몇 사람은 닭다리를 공중에 던지며 독수리들의 비행을 감상했고, 몇 사람은 지붕 밑에 숨어서 점심을 먹었다. 아프리카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 여행정보 대개 사파리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나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시작하는데 더운 곳이 아니다. 특히 나이로비는 1700m의 고원지대여서 1년 내내 연 평균기온이 17.5도로 서늘하다. 동부 아프리카의 경우 3월 말쯤부터 5월 무렵까지 대우기, 11월 전후의 소우기가 있는데, 우기 때 케냐는 매우 추워서 옷을 단단히 준비해 가야 한다. 사파리는 한국에서부터 패키지에 참가할 수 있지만 혼자 가서 현지 여행사의 팀에 참가하는 방법도 있다. 아프리카 물가에 비해 사파리 비용은 비싼 편이다. 캠핑하는 경우 5명이 가면 모든 걸 포함해서 1인당 400달러 정도가 들고, 초원에 있는 최고급 호텔에 묵으면 하루 숙박비 100달러 정도가 더 든다고 보면 된다. 아프리카에 갈 경우 황열병 예방주사와 말라리아약은 먹어 두는 것이 좋다. 아프리카에서도 도시나 마을에서 성매매가 은밀히 확산되고 있으니 에이즈 등을 조심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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