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상의 세계문화 기행]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
[세계일보 2005-03-24 15:48]

독재자 이디 아민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우간다의 이미지는 그리 밝지 않다. 1970년대 이디 아민 우간다의 대통령은 종종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해외토픽난을 장식했다. 대통령이 직접 글러브를 끼고 복싱 선수들을 지도한다든지, 우간다의 백인들이 이디 아민이 탄 가마를 들고 가는 사진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 기억이 난다. 이디 아민이 인육을 먹었다는 소문도 있는데, 이런 얘기들로 우간다는 미개한 나라쯤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이미지다. 물론 이디 아민이 이상한 행동을 하고 그의 독재 때문에 경제가 망가져서 지금도 우간다 사람들은 이디 아민을 싫어하지만, 그가 사람고기를 먹었다는 것은 서방 언론의 왜곡인 듯하다. 이슬람을 믿는 그가 사람고기를 먹을 이유가 있었을까.

우간다는 아름다운 나라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집트까지 아프리카를 종단한 사람이나 서부아프리카에서 동부아프리카까지 횡단한 사람들 모두 우간다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총리도 우간다를 ‘아프리카의 진주’라고 감탄했을 정도로 우간다는 산이 많고 밀림이 우거진 평화로운 곳이다.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버스로 8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대적인 건물들이 꽤 있었고 매우 활기차 보였는데, 특히 밤거리는 삶의 열기가 물씬 느껴졌다. 가로등이 별로 없는 컴컴한 거리지만 수많은 사람이 호롱불이나 촛불을 밝힌 채 온갖 생활필수품을 사고팔았다. 구두 몇십 켤레를 길에다 늘어놓고 열심히 광을 내는 사내, 야채를 들고 목이 쉬어라 외치는 장사치들을 보노라면, 우리에게 알려진 느긋한 아프리카인들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인간과 가장 비슷하다는 침팬지는 다처다부제로 알려져 있다.<사진왼쪽>

◇캄팔라의 시장에서는 온갖 생활필수품을 판매한다. <사진오른쪽>

◇우간다의 차들은 짐을 많이 싣고 다닌다.<사진왼쪽>

◇포트포탈에서 민속공연을 하는 현지인들.<사진오른쪽>

우간다에 가면 포트포탈이란 곳도 놓칠 수 없다. 캄팔라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5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데, 호수가 여러 개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가까운 키발레 국립공원 숲에서는 침팬지 사파리를 할 수 있다.

공원으로 가니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 공원안내인을 따라 숲속의 침팬지를 찾아갔다. 넓은 숲 속을 헤쳐가며 한두 시간 걷자 어디선가 출현한 침팬지가 나무 위에 숨어서 인간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꼬록꼬록, 워어익, 워어익” 하며 신호를 보내다 열매를 던지기도 했고, 나무 밑의 인간들을 향해 소변을 봐 골탕을 먹이기도 했다.

확실히 침팬지는 원숭이와 달리 뭔가 깊은 생각을 할 줄 아는 것 같다. 침팬지는 인간의 유전적 특질을 98% 공유함으로써 인간과 매우 흡사하다는데, 한평생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은 침팬지도 도구를 쓴다고 말한다.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굴을 쑤셔서 거기에 달라붙은 개미를 핥아 먹기도 하고 단단한 과일은 돌로 깨 먹기도 한다. 잡식성 동물인 침팬지는 원숭이를 공동으로 사냥하는 경우도 있는데 포획물은 공정하게 분배한다. 그러나 혼자 잡았을 때도 침팬지들이 모여들어 좀 달라는 시늉을 하면 준다고 한다. 설령 주인이 안 줘도 그냥 돌아서지 강제로 뺏지 않는다. 나름대로 질서가 있는 것이다. 또 침팬지는 고릴라, 오랑우탄 등의 유인원들과 함께 자기를 인식할 수 있다니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 할 수 있겠다.

나무 위의 침팬지들은 시간이 지나자 경계심을 풀고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구경을 하는데 갑자기 수컷이 암컷에게 달려들어 교미하기 시작했지만, 20초도 안 되어서 떨어져 나갔다. 일반적으로 침팬지는 그렇게 교미를 금방 끝낸다고 한다. 침팬지들은 다처다부제로 부성 개념이 없으며, 수컷 여러 마리가 암컷과 교미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한다. 그런데 이렇게 난교를 하는 침팬지들도 자기 자식이나 형제자매와는 성적인 접촉을 거부한다니 이 또한 전혀 질서가 없는 게 아니다.

과연 우리 인간은 먼 과거에 어떻게 살았을까. 진화된 인간은 침팬지와 사촌 정도쯤 되는가, 아니면 따로 창조된 것인가. 숲 속에서 침팬지와 어우러져 서로 구경하노라면 인류의 근원과 조상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여행작가

■여행 에피소드

포트포탈의 숙소에 들어가는데 웬 청년이 따라왔다. 침팬지 사파리를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결정할 수 없어서 돌려보냈다.

그런데 이 청년이 돌아서며 “혹시 압둘하고는 하지 마세요. 그놈은 나쁜 놈입니다”라고 말했다. 압둘이 누구인가 했는데, 방에 들어와 짐을 풀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려서 내다보니 압둘이었다.

압둘은 가이드라고 새겨진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자기와 사파리를 하자고 했다. 어떻게 내가 이곳에 있는 줄 알았느냐고 물으니, 일본에 있는 자기 친구가 내가 이곳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미리 팩스로 보내 알게 되었다나.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일본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 그 역시 멋쩍은 웃음을 지었는데 사정을 알 만했다.

마을이 좁아 외국인 하나만 나타나면 비상이 걸려 줄지어 방문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치열하게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경쟁 속에서 서로 비방하는 투서를 마을 위원회인가 하는 곳에 올렸다는 얘기도 들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압둘은 집안이 망해서 사정이 어려웠고 미국에 가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우간다의 중소 도시에서 만난 이 청년을 보며 1960년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과연 앞으로 20∼30년 후의 우간다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여행정보

케냐 비자가 있으면 우간다는 그냥 들어갈 수 있다. 캄팔라에 10달러짜리 저렴한 숙소부터 100달러가 넘는 호텔까지 다양하다. 캄팔라는 치안이 안전하다.

포트포탈의 침팬지 사파리는 현지 여행사를 이용하는 경우 4명을 팀으로 1인당 15달러 정도. 혼자 하면 전부 부담해야 한다.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고 혼자 할 수도 있는데, 공원 입장료만 15달러 정도다. 홀로 가는 경우 대중교통수단이 별로 없어 히치 하이킹을 해야 하는데,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아 불편하다.


by 100명 2007. 4. 13.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