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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의 세계문화 기행] 뉴질랜드 북섬 로토루아 | ||
[세계일보 2005-07-14 22:18] | ||
뉴질랜드에 최초로 발을 디딘 인간은 마오리족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들은 1000년 전에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서 거대한 카누를 타고 이 땅에 왔는데, 그 후 1624년 네덜란드의 항해사 아벨 타스멘(Abel J. Tasmen)이 나타나 자신의 고향인 네덜란드의 해변 도시 젤란트(Zeeland)의 이름을 따서 ‘노보 젤란트(Novo Zeeland, 새로운 젤란트)’란 뜻으로 불렀고 이것이 영어식으로 바뀌면서 뉴질랜드(New Zealand)가 되었다. 그러나 마오리족은 이 땅을 아오테아로아(Aotearoa), 즉 ‘좁고 흰 구름 같은 땅’으로 불렀다. 북섬과 남섬을 다 합친 면적이 한반도보다 조금 더 넓은 27만㎢며, 길이가 1600㎞나 되는 이 흰 구름같이 긴 땅에 급격한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엽부터였다. 1769년 영국인 항해사 제임스 쿡이 뉴질랜드를 탐사한 후 영국인들의 이민이 급증했고, 1840년 영국 정부는 마오리족과 와이탕기 조약을 맺으면서 이 땅을 식민지화했다. 그 후 토지 문제로 1860년에 일어난 영국과 마오리족 사이의 12년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하게 된다. 이런 역사 흐름 속에서 패배한 마오리족들의 터전이 로토루아(Rotorua)란 도시다. ◇오클랜드 시내 풍경(사진 왼쪽) 목초지의 양떼들. 로토루아는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Auckland)에서 차를 타고 동남쪽으로 두세 시간 가면 나온다. 푸른 풀로 뒤덮인 목초지에는 방목되는 양떼들과 젖소들이 보이고, 집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 한적한 길이 이어지다가 로토루아에 들어서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갈색 피부의 몸집이 큰 마오리족들이 보이고 유황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로토루아는 북섬 최대의 관광지답게 많은 볼거리가 있다.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 지열지대에서는 간헐천이 솟는데, 하루에 한두 시간 간격으로 온천물을 약 30m 높이까지 내뿜는 포후투(Pohutu) 간헐천이 유명하고 마을회관에서는 마오리족의 공연이 벌어진다. 어깨가 딱 벌어진 건장한 마오리족 전사들이 손님과 코를 맞대고 인사한 후 민속 무용인 ‘하카’를 춘다. 가슴을 치고 눈을 크게 부릅뜬 채 혀를 내밀면서 상대방을 위협하는 전투 때 추던 춤이다. 여성들은 줄끝에 포이(공)를 달고 돌리면서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은 바다의 물보라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노래가 귀에 익은 곡조였다.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는 마오리족 연인들의 슬픈 사랑을 읊은 노래로 후일 한국에 “비바람이 불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으로 알려진 ‘연가’와 같았다.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 마오리족 노래는 6·25 때 참전한 뉴질랜드 병사들에 의해 한국에도 알려졌다고 한다. 이 외에도 레인보 스프링스라는 정원에는 뉴질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을 모아 놓았고, 건너편의 키위 인카운터(Kiwi Encounter)에서는 키위새가 보호되고 있다. 과일 키위(kiwi)와도 단어가 같은 키위새는 뉴질랜드에서만 살고 있는 새로 뉴질랜드의 상징인데, 날개가 퇴화되었고 하루에 18시간 정도 잔다. 약 1억년 전에 대륙에서 갈라져 독자적으로 생물의 진화가 이루어진 뉴질랜드에서는 이상하게도 포유동물이 진화되지 않았고, 7000만년 전부터 나타난 키위새는 이런 환경 속에서 편안하게 살다가 인간과 그들이 데리고 온 개와 쥐에 의해 공격을 당해 지금은 7만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15년에는 키위새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여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보호 정책을 펴고 있다. 이곳에서는 양털깎기 쇼도 빠뜨릴 수 없다. 아그로돔(Agrodome)에서는 양털깎기를 직접 보여주는데, 1분도 안 되어 커다란 양이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 버린다. 양털깎기는 고도의 숙련된 노동으로 최고의 기록은 하루에 720마리를 깎은 것으로, 한 마리당 약 45초 걸렸다고 한다. 그 외에도 류머티즘과 근육통에 좋다는 노천 온천, 번지점프, 밑에서 올라오는 강한 공기 위에서 떠 있는 보디 플라잉(Body Flying)을 즐길 수 있어 로토루아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여행작가 ■여행 에피소드=오클랜드 공항에서는 비행기 통로에서부터 이민국 직원들이 승객들을 검사했다. 다른 이들은 무사 통과했지만 나는 따로 불러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몇 가지 질문을 했고, 여행작가라는 것을 알고난 후에야 호의를 보이며 보내주었다. 그러나 정식 입국 심사할 때, 또 다른 이민국 직원은 계속 망설이다가 빨간 볼펜으로 카드에 뭐라 쓴 후 통과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세관 검사에서 4번으로 가 짐 검사를 받으라 했다. 번호가 높을수록 강도가 세어지는데, 4번으로 가면 두어 시간 정도 조사를 받는다고 한다. 음식물 반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뉴질랜드지만 전혀 걸릴 것이 없던 나로서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다만 기분이 언짢았다. 같이 갔던 후배는 모든 조건이 나와 같았고 옷차림도 비슷했는데 무사히 통과했고 왜 나만 이럴까. 아하, 딱 하나 차이가 있었다. 내가 콧수염을 길렀다는 것. 9·11 테러 이후 서양 문화권에서 콧수염 기른 나에게 이유 없는 적대감과 경계심을 보인 사람들을 보았는데 여기서도 그런 것일까. 그러나 구세주가 나타났다. 처음에 비행기 출구에서 나를 검사해 내가 여행작가라는 것을 알고 있던 이가 다가와 간단한 질문을 한 후, 그냥 데리고 나가 입국시켜주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음식물 반입은 결코 하지 말고, 콧수염 기른 사람은 가급적이면 깎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여행 정보=직항인 대한항공을 타면 오클랜드까지 11시간30분 소요. 캐세이 퍼시픽을 타면 홍콩까지 3시간, 홍콩에서 뉴질랜드까지 11시간 걸리는데, 홍콩에 들러 구경할 수 있는 1석2조의 장점이 있다. 뉴질랜드는 7, 8월이 겨울이라 피서와 설경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많다. 오클랜드에서 버스는 운행 횟수가 뜸해 불편하다. 현지에서 일일 투어를 할 수도 있고, 렌터카를 이용해도 좋다. 보험료까지 포함해 하루에 약 4만원이면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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