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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의 세계문화 기행]뉴질랜드 남섬 카이코라 | ||||
[세계일보 2005-07-28 21:51] | ||||
뉴질랜드 북섬의 남단에 있는 수도 웰링턴(Wellington)에서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남섬의 픽턴(Picton)이 나온다. 이곳에서 동부해안을 따라 카이코라(Kaikoura)까지 가는 약 160㎞의 해안 길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다. 한두 시간을 달려야 집 몇 채 나오는 텅 빈 길 옆으로 양떼가 널린 끝없는 푸른 들판이 보이다가 갑자기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절벽 왼편으로 파도 치는 태평양과 구름 낀 음산한 하늘이 펼쳐지고, 해안선 옆으로 코스털 퍼시픽(Coastal Pacific)철도가 달리는 환상적인 길 끝에 작은 마을 카이코라가 있다. 마오리 언어로 ‘카이(Kai)’는 ‘먹는다’는 뜻이고 ‘코라(Koura)’는 ‘크레이 피시(작은 바닷가재)’를 의미하는데, 그만큼 카이코라의 앞바다에는 바닷가재가 많이 산다. 현재 카이코라가 관광객에게 유명해진 것은 이 일대에서 출몰하는 향유고래와 돌고래 때문이다. ◇남섬의 픽턴 항구 카이코라 앞바다는 수심이 깊어서 고래가 접근하기에 좋고 고래의 먹이인 오징어와 생선이 많으며,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서 플랑크톤이 풍부하다. 여름철에는 숨을 쉬기 위해 잠시 물 위로 떠오르는 향유고래를 보기 위한 투어는 물론, 돌고래 떼와 함께 수영하는 투어, 그 외 번지점프, 래프팅, 제트보트 타기 등 수많은 투어가 있어서 카이코라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휴식을 취하는 물개 투어가 뜸한 겨울철에도 볼거리는 있다. 마을 중심지에서 해안을 따라 4㎞ 정도 걸어가면 물개 서식지가 나온다. 썰물 때 가보니 뉴질랜드물개(New Zealand Fur Seal)가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저무는 석양 밑에서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물개의 모습이 조금은 고독해보였다. 물개는 한때 남획되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현재는 보호를 받아 3만80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카이코라에서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183㎞ 더 가면 크라이스트 처치가 나온다. 남섬의 최대 도시이자 오클랜드, 웰링턴에 이은 뉴질랜드 제3의 도시지만, 이곳에 사는 인구는 약 32만명 정도. 그러니 우리의 눈에 비친 이 도시는 한적하다. 도시의 중심지 대성당과 그 앞의 광장, 콜롬보 스트리트(Colombo St)와 시티몰(City Mall)에는 번듯한 건물과 은행, 상점,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서 번잡하지만 걸어서 10분만 외곽으로 나가도 단층 주택이 이어진 한산한 길이 나온다. ◇남극 탐험가 스콧의 동상 개척 당시의 영국적인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도시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캔터베리 주청사, 캔터베리 박물관 등은 물론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해 만든 광장, 그녀의 동상, 또 뉴질랜드를 최초로 탐험한 영국 항해사 제임스 쿡의 동상과 영국 출신의 남극 탐험가 스콧의 동상 등이 있어서 그 시절의 분위기를 듬뿍 맛볼 수 있다.
그렇게 구경하다 잠시 눈을 감고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문득 산속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어버린다. 향긋한 공기가 마치 산속의 공기처럼 맑기 때문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그런 공기를 마시는 것이 현실인 곳, 그곳이 뉴질랜드고 크라이스트 처치다. 여행작가 ◇카이코라에서 크라이스트 처치까지 가는 동안의 목가적인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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