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서북부에는 타르 사막이 있다. 사하라 사막처럼 거대한 모래언덕이 흔하지도 않고, 가도 가도 메마른 돌집들과 고독해 보이는 낙타들 그리고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숨죽인 메마른 선인장과 뿌연 먼지들이 스쳐 지나가는 황량한 벌판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 타르 사막을 안고 있는 지역이 라자스탄주인데, 한반도의 1.5배 크기에 약 5000만명이 살아 인구 밀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는 인도의 여느 지역과 달리 황량한 타르 사막을 배경으로 핑크빛 도시 자이푸르, 낙타 축제로 유명한 푸슈카르, 호반의 도시인 우다이푸르, 인도에서 가장 큰 성이 있는 조드푸르 등 이국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관광도시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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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 사막의 폐허가 된 유적지 |
이곳은 현재 힌두교인과 이슬람교인들이 같이 살고 있지만 원래는 힌두교인의 땅이었다. 불교와 힌두교라는 종교를 배경으로 크게 성장했던 굽타 왕조가 6세기에 멸망하자 봉건제도에 기초한 소왕국들이 출현한다. 그리고 8세기부터는 서쪽에서 밀려 들어오는 이슬람 세력을 맞아 수많은 전투가 일어나는데, 이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던 이들이 라자스탄 지방을 다스려온 라즈푸트였다. 그들은 힌두교인으로서 결코 항복하지 않고 이슬람 세력에 맞서 싸웠으며 부인들은 불에 뛰어들어 죽음을 택했는데, 이런 사실들은 수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거대한 이슬람 왕조 무굴제국이 북인도를 통일하자, 라즈푸트는 공물을 바치며 복종한 대신 그들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라자스탄 지방의 ‘작은 왕’들은 위대한 왕 ‘마하라자(Maha Raja)’라고 불리며 자신들의 영토를 다스려왔고, 그들이 세운 성과 유적지들이 라자스탄주에는 많이 남아 있다. 영국이 이곳에 몰려왔을 때도 라즈푸트들은 영국인의 환심을 산 후 지위를 보장받아 라자스탄주는 ‘왕들의 땅’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들의 특권은 새로운 인도 독립 후에도 유지되다가 훗날 인디라 간디 총리에게 빼앗겼지만, 여전히 그들의 자부심은 이 땅에 배어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간 여행자들은 그들의 자부심보다는 그들의 조상이 남긴 유물들과 풍경에 더 끌리게 된다. 황량한 사막을 달려 파키스탄 국경 부근에 있는 자이살메르에 도착한 후 구시가지에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우뚝 선 자이살메르성이다. 1156년 라왈 자이살이 트리쿠타 언덕 위에 세운 80m 높이의 이 성 안에는 마하 라자의 궁전과 자이나교 사원이 있는데, 그런 역사적 유적지보다도 더 매력적인 것은 성 안에 숨겨진 수많은 여행자 숙소, 성벽 길의 조그만 가게와 음식점들 그리고 거의 1000년 동안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다. 긴 세월 동안 성벽 속에 젖어든 그들의 삶과 분위기에 푹 빠지다 보면 문득 먼 과거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외에도 수많은 귀족들이 지은 저택과 라자스탄 토속품점, 인형극을 공연하는 문화센터가 있으며, 근교의 사막에는 가디 사가르라는 인공호수가 있어서 색다른 풍경을 즐길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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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몰이꾼 |
그러나 역시 자이살메르의 가장 유명한 관광상품은 낙타 사파리다. 낙타 사파리는 겨울철이 좋은데, 한낮의 따가운 햇살과 사막 위를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낙타를 타고 황량한 사막을 지난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자이나교 사원과 왕족들의 무덤들 그리고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마을들을 지나치다 보면 어느새 훌쩍 하루가 간다. 저녁이 되면 지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을 바라보며 거대한 모래언덕 위에 잠자리를 만든다. 모닥불을 피우고 차파티(밀개떡)에 차이 한 잔으로 저녁을 먹으며 낙타 몰이꾼의 노래를 듣노라면 어느샌가 캄캄한 밤하늘에는 별들이 금싸라기처럼 빛난다.
만약 그날이 보름이라면 사막의 지평선 위에서 쟁반처럼 둥근 달이 둥실 떠오르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모래에 누워 온몸으로 젖어드는 달빛을 느끼면서 사막의 적막함에 귀 기울이다 문득, ‘락, 락, 락….’하는 낙타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절대자와 대면하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 속으로 빠지기도 한다. 그 고독하고 환상적인 사막의 밤은 어디서나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세상의 수많은 여행자들은 오늘도 계속 타르 사막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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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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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우물 터인 작은 오아시스 |
여행작가(blog.naver.com/roadjisang)
■여행 에피소드
낭만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자이살메르지만 관광객이 많아지면 어디나 그렇듯이 오염되기 시작한다. 낙타 사파리 상품들이 난무하고, 각 숙소와 업체들이 서로 헐뜯으며 온갖 악소문이 무성해서 여행자들을 혼란 속에 빠뜨린다. 또 바라나시나 푸슈카르도 그렇지만 자이살메르에서도 ‘방라시’란 것을 판다. 방라시는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라시’라는 음료에 마약의 일종인 ‘방’을 탄 것을 말한다. 이걸 마신 서양 여자 여행자에 따르면 방라시에는 강한 것, 중간 것, 약한 것 등이 있는데 중간 것 정도를 마시면 약 7시간 정도 몸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으면서 계속 웃음이 나오고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계속 웃으며 허겁지겁 이것저것을 먹어댔다. 그런데 훗날 바라나시에서 만난 한국인은 강한 것을 먹고 나서 너무 취해 ‘죽는 줄’ 알아 유서까지 쓴 적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축제 때 이걸 너무 많이 마시고 죽는 사람들도 종종 나온다고 하니 조심할 일이다.
■여행정보
가장 가기 좋은 때는 10월 중순에서 3월 중순까지다. 낮에는 봄·여름 날씨고 밤에는 싸늘하다. 델리에서 기차로 약 20시간 걸리고 자이푸르에서는 12시간 정도 걸린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고급 호텔부터 저렴한 숙소까지 많다. 특히 성 안에는 몇 천원 정도 하는 여행자 숙소들이 많이 있다. 거리의 여행사와 거의 모든 숙소에서 낙타 사파리를 하고 있다. 1박2일부터 4박5일 등 많은 종류가 있는데, 사막의 맛만 보고 싶은 여행자들은 대개 1박2일 혹은 2박3일 정도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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