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마케팅의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대면
[시사회리뷰] 박해일,박솔미의 <극락도 살인사건>

여러가지 잇슈로 언론보도에 소개된지 꽤 되었건만 난 최근에야 시사회를 다녀올 수 있었다. 기자초청 시사회가 아니라서 감독도, 배우들도 없었지만 조용하게 영화감상을 할 수는 있었다.

한국영화가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영화제작 자체만큼이나 문제가 되는 것이 그 마케팅 방법이다. 그래서 때론 문제가 되기도 하고, 때론 박수를 받기도 한다.

<극락도 살인사건>의 경우, 꼭 마케팅 방법의 문제는 아니지만 보도자료의 내용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즉 영화의 실화성여부인데. 결론만 먼저 말하면, <극락도 살인사건>의 줄거리는 실화가 아니다.

문제는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실화라는 기대와 생각을 바탕으로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극락도 살인사건>개봉 후에도 제법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많은 관객들이 사실을 알게되고 실망을 할지도 모른다.

광고에서는 인지도와 노출도, 회상도 등을 중요한 변수로 취급한다. 일단 특정 상품에 대한 호의적이거나 비호의적인 태도의 형성을 떠나서 많이 노출되거나,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인지도만 높히기만 하여도 그 광고는 성공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극락도 살인사건>의 이번 해프닝은 그 고의성 유무를 떠나서 영화제작자에게는 호재이다. 영화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서 자연스레 제매체 노출도와 소비자들의 회상도도 높아질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들이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서 참으로 도움이 되는 지는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해프닝성이기는 하지만 소비자(관객)를 우롱하는 사태가 빈번하다면 결국 관객들은 한국영화를 외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참 많다. 언뜻 떠오르는 것이 영화포스터의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지만 영화포스터만 가지고서는 어떤 영화인지를 짐작할 수가 없다. 영화 포스터와 광고를 보고서 이러이러한 영화일 거라고 짐작을 하고 극장엘 가서 낭패를 한 경험이 모두들 한두번은 될 것이다.

영화마케팅의 여러가지 해프닝들

사실, 영화마케팅에서는 돌발 사건도 무시 못한다. 의도하지도 않게 사건에 휩싸이는 영화가 그렇다. 한국에서 돌발 사건의 제1순위는 외설이다. 외설사유로 언론을 타거나 삭제되는 씬이 생기는 경우, 영화흥행에는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랑머리>,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서울무지개> 등 언뜻 생각해도 꽤 된다.

최근에는 인터넷마케팅과 관련하여서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사실 이 경우는 영화의 흥행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경우 역시 여러매체를 타면서 영화자체의 인지도는 제고시킨다. 단 문제가 되는 것은 영화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의적인 태도가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화잡지를 읽다보면은 외국에서는 ´네거티브 마케팅´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반드시 외국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기도 하다.

사회적 의제나 도덕관념 등에 반하는 방향으로, 고의적으로, 티저나 광고를 꾸며서 영화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인지도와 매체노출도를 높히겠다는 마케팅전략으로 별로 바람직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외국의 모영화는 거리와 버스광고에서 ´성폭행´씬을 보여주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막대한 제작비를 드린 광고물을 철거했다고 한다.

과연 어느쪽이 더 클까? 날려버린 광고물 제작비와, 그렇게 해서 끌어들인 관객수를 비교하면.

영화사측에서는 이 영화의 광고와 제작의도가 성폭행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경우라도 노골적인 성폭행 묘사 광고는 정당화될까? 단지 상업화의 문제인가? 아니면, 거기에는 표현수위에 대한 한 사회의 용납 정도의 문제도 관련되어 있는가?

<극락도 살인사건>의 시사회를 다녀오고, 영화잡지에서 영화마케팅에 관한 여러 사례를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by 100명 2007. 4. 13. 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