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결과 ‘여론의 모순’ 왜?
[경향신문 2007-04-05 09:4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에 대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눈길 끄는 대목이 있다. 합의 내용이 “미국에 유리하다”면서도 ‘타결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이다. 모순된 이런 반응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KBS가 한·미 FTA 타결 하루 뒤인 지난 3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협상 결과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매우 만족’ 3.3%, ‘대체로 만족’ 47.9%로 조사됐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2%, 모름·무응답은 6.6%였다. MBC가 같은 날 코리아리서치센터를 통해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잘된 일’이라는 대답이 48.4%, ‘잘못된 일’은 35.4%였다.

정작 협상 내용을 두고는 달랐다. MBC 조사에서 긍정적 답변이 31.1%에 그친 반면 ‘보통이다’라는 평가는 49%였다. KBS 조사에서는 협상 결과가 누구에게 더 이익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미국’이라는 답변이 50.5%, ‘한국과 미국’ 35%, ‘한국’ 7.4%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여론몰이를 1차적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 한·미 FTA는 한·미간 협상이라기보다 국내 찬·반 세력의 대결로 전개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바 ‘개국이냐, 쇄국이냐’ 논리로 개방론을 설파했고, 정부는 한덕수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장 등 홍보팀을 가동했다. 그뿐만 아니다. 한·미 FTA의 강력한 지원그룹인 재계는 민간대책위를 만들어 광고를 쏟아부었다. 협상 타결 직후에도 대다수 언론은 일방적인 긍정 평가를 내렸다.

반면 한·미 FTA 반대세력은 사실상 손발이 묶여있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FTA 반대 집회는 불허돼 불법시위로 묘사됐고, 반(反) FTA TV 광고는 ‘사실상 불허’에 해당하는 ‘조건부 방송 가’로 판정받았다.

김덕영 코리아리서치 사장은 “국민들이 정부와 재계의 적극적 홍보 등을 통해 FTA의 필요성이나 당위성 측면에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여론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 FTA의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감이 한몫 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지영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국민들이 FTA를 양자가 다 이익을 얻는 ‘윈·윈 게임’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7. 4. 5.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