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제작도 '보험시대?'

기사입력 2008-06-24 11:39


심형래 감독 차기작 '라스트 갓 파더' 첫 행운

'한국영화의 메카' 충무로에도 보험시대가 개막된다.

한국수출보험공사가 '라스트 갓 파더'를 준비 중인 심형래 감독의 영구아트무비와 문화수출보험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르면 8월께 정식 계약을 체결키로 한 것. 본 계약이 맺어지면 국내 영화보험 1호로 기록된다.

'라스트 갓 파더'는 마피아 대부 말론 브란도가 전국의 마피아들을 불러 모아 숨겨진 아들 영구를 공개하고 후계자로 삼는다는 내용의 코믹 액션물이다. 회사 측은 "2004년 타계한 말론 브란도를 최첨단 CG작업으로 복원해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번 작품도 '디워'와 같이 미국시장 직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무엇보다 그동안 보험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던 충무로 영화인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영화 제작 시장은 가장 낙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험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현재 영화 한 편을 제작하려면 평균 제작비가 40억원가량 투입되지만 영화 완성을 담보해 주는 것은 사실상 '상호신뢰'가 전부.

특히 영화촬영 도중 엎어지거나 찍어 놓고 개봉을 못하는 '대형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이럴 경우, 투자자와 제작자 양측은 손해 부분을 놓고 감정싸움을 넘어 법정다툼으로 비화해 한순간 '원수지간'으로 변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 수출보험공사와 영구아트무비가 맺은 MOU 내용은 귀를 솔깃하게 할 만큼 괜찮다. 제작비 200억원 중 손실이 발생할 경우 최대 70%를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험은 미국 영화보험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중론이다. 이번 한국의 영화보험이 '손실보전'인 반면 할리우드는 '완성보증'이라는 것. 다시 말해 미국은 영화제작에 앞서 보험을 체결하면 보험사가 일정 비용을 받고 중도에 사고와 비용증가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영화의 완성을 보증한다는 것.

이와 관련, 태원영화사 정태원 사장은 "이번 수출보험공사의 영화보험은 무척 획기적인 내용"이라며 "그러나 충무로에는 궁극적으로 할리우드식 보험이 도입되어야 영화제작과 투자가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한편 수출보험공사 측은 "심 감독의 '라스트 갓 파더' 외에도 한국감독이 국내 자본으로 미국, 일본 배우들을 활용해 제작한 영화들에 대해 추가지원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보험이 충무로에 본격적으로 도입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by 100명 2008. 6. 24.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