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는 IPTV, 정통부는 BCS
방송위 케이블.IPTV 동일규제..정통부 규제완화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대영 편집위원 = IPTV에 대해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는 명칭이나 정의에서부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규제 문제도 방송위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과 규제 개선을 주장하면서 IPTV가 케이블TV와 동일한 서비스이므로 규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통부는 실시간 방송 콘텐츠는 방송법에 따른 규제를 받도록 하되 나머지 프로그램은 규제를 최소화하자는 입장이다.
◇ 명칭과 정의 = 같은 서비스에 대해 방송위는 `IPTV(TV over Internet Protocol)'라는 명칭을, 정통부는 `광대역융합서비스(Broadband Convergence Service)'라는 명칭을 각각 사용한다.
방송위는 IPTV를 "디지털 IP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텔레비전 방송 서비스"로 정의하면서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공중(개별계약에 의한 수신사 포함), 전기통신설비, 송신 등 방송의 요건을 포함하고 있어 방송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실시간TV 외에 라디오방송, 데이터방송, VOD 등 주된 서비스와 EPG(전자프로그램안내:Electronic Program Guide) 등 TV부가적인 서비스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IPTV라는 말은 TV라는 단말 유형 또는 TV 방송이라는 콘텐츠 유형에 초점을 맞춘 용어"라고 지적하면서 TV, PC 등 여러 종류의 단말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개인 양방향 통신과 방송의 융합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광대역융합서비스'라는 명칭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정통부는 BCS를 또다시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 인터넷 콘텐츠(ICOD: Internet Contents On Demand)로 나누고 있다.
정통부가 말하는 BCS란 "통신사업자가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해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실시간 방송프로그램, 영상콘텐츠(VOD), 인터넷 접속, 전자상거래,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여기서는 방송도 주요 서비스의 개념이 아니고 여러 가지 동등한 비중의 서비스들 중 하나일 뿐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IPTV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영국은 `텔코(Telco) TV', 프랑스는 `DSL을 통한 TV(TV par DSL)', 일본과 홍콩은 `광대역TV(Broadband TV)'라고 각각 부른다.
유럽방송연맹(European Broadcasting Union)은 `광대역(Broadband)TV'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인터넷 비디오 스트리밍(Internet Video Streaming)', 즉 웹TV와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EBU는 지난해 5월 제네바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광대역TV는 "일정한 지역에서 일정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셋톱박스가 달린 TV 수상기를 통해 고품질의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보내고 고객들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도 하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라고 정의했다. 반면 인터넷 비디오 스트리밍은 잠재적으로 전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PC로 동영상을 송신하는 서비스이며 보안이나 품질,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규제 강도 = 정보통신부는 실시간 방송 콘텐츠(지상파, PP)만을 방송법의 규제 아래에 놓고 나머지 콘텐츠는 규제를 최소화하자는 주장인 데 반해 방송위원회는 IPTV 전체를 하나의 방송으로 보되, 주문형비디오(VOD), 데이터방송 등 양방향 서비스는 서비스 특성에 따라 규제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방송사에서 편성한 일방향 실시간 콘텐츠는 방송법에 따라 강하게 규제해야 하지만 양방향의 문자, 게임, 오락 등의 콘텐츠에 대해서는 사후심의만 하거나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정통부가 주장하는 `수평적 규제체제'란 전송과 콘텐츠를 이원화해서 네트워크 전송에 해당하는 부분은 진입을 자유롭게 해 경쟁촉진 원칙을 적용하고 콘텐츠는 성격 유형에 따라 규제 강도를 달리하자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다매체 다채널 뉴미디어 시대에 적합하게 지상파, 위성, 케이블등 전송수단에 대해서는 경쟁촉진과 공정경쟁을, 방송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소유·겸영·내용심의 등에 있어서 강한 규제를, 그 밖의 인터넷 콘텐츠에 대해서는 약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하에서 IPTV는 케이블TV사업자(SO)와 동일 규제 적용을 전제로 포괄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사한 서비스에 대해 네트워크에 따라 각기 다른 규제체계가 적용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방송위는 IPTV를 다양한 디지털 멀티플랫폼 중 하나로 보고 있으며, 향후 방송 역시 IP방식으로 진화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SO들은 자신들이 소규모 영세사업자들인데 비해 IPTV를 추진하는 KT는 매출액 11조-12조원의 대형 전국 사업자이기 때문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IPTV가 방송법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면 대세는 이미 SO쪽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방송위가 SO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덩치를 키워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SO들을 77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적으로 사업을 제한하기보다는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정통부의 주장이다. 케이블TV도 지역적으로 독점이기 때문에 그런 독점을 풀어 케이블끼리 경쟁을 시켜야 하고 IPTV가 도입되면 IPTV와도 역시 경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가입자망을 고도화하기 위한 멀티플랫폼간 경쟁은 인정하지만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진입제한 폐지는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서만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네트워크 정책과도 연관된다는 점에서 정통부가 좀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규제 기관 = 정통부는 정책기관과 규제기관의 분리를 주장하는 데 비해 방송위는 정책과 규제 권한을 함께 갖춘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같은 모델을 선호한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방송통신 규제기구의 설치는 독립적 합의제기관의 형태로 방송과 통신에 관한 행정 및 준입법권, 준사법권 등을 행사하는 미국의 FCC 모델을 참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방송위는 방송의 언론기능과 사회문화적 가치를 감안해 통합규제기관인 가칭 `방송통신위원회'가 직무상 독립된 법적 위상을 유지해야 하며, 행정 및 준입법권, 준사법권을 총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통부는 일반 부처가 정책을 담당하면서 진흥과 육성 등의 기능을 하는 한편 규제는 재경부의 금융감독위원회처럼 별도의 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한편 공정성과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진정한 의미의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프로그램 내용 심의기구는 따로 민간 기구로 만들자는 것이 정통부의 제안이다.
이에대해 방송위는 "정책-규제 분리론은 우리나라와 달리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행정부처에 정책권을 부여하고 규제기구를 부처 산하기구로 종속시키는 방안을 주장하는 것으로, 우리의 경우에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고 이미 독립기관으로서 방송위를 출범시킨 사회적 합의에도 위배되므로, 타당치 못한 방안"이라고 말한다.
정통부는 이에대해 시장이 원하는 다양한 통신방송 융합서비스가 원활히 도입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의 완화와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고 통신방송 융합에 맞춰 정보통신(IT) 가치사슬(단말, 네트워크, 서비스, 콘텐츠)의 선순환 구조를 효율적으로 연계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 및 규제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통신계와 방송계가 기본방향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하고 실현가능한 사안부터 단계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면서 "정통부는 방송위와의 인사교류를 통한 상호이해, 협력 증진을 주장하며 통신방송 융합서비스 조기도입 등을 위해 정통부와 방송위의 IPTV사업 시범사업 공동실시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 제도를 정비하고 앞으로 출범할 방통융합추진위를 통해 기구개편등 융합의제에 대한 국가적 합의도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자"면서 "IPTV가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외국에서도 이미 상용서비스를 시작했으니까 먼저 시범사업이라도 터주고 그 뒤 제도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위는 먼저 IPTV 방송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문제점을 논의하자는 정통부의 제안에 대해 신문법, 방송법상 ▲ 신문 방송의 겸영 금지 조항 ▲ 보도채널의 1인 지분이 30% 넘지 못하게 돼 있는 조항 ▲ 해외채널의 재송신은 케이블, 위성에서 전체 채널의 20%를 넘지 못하게 돼 있는 조항 등 기존 방송법령과의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송위 관계자는 "선 서비스 후 규제는 상용화한 후 규제하는 모순이 발생하며, 결과적으로 업계의 불필요한 비용 발생과 시청자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IPTV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법제도중 충돌하는 것을 먼저 합리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라면서 "IPTV를 유무선망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다 허용할 것이냐, 그래서 과당경쟁을 시킬 것이냐의 논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콘텐츠가 취약하고 서비스가 동일한 가운데 사업자들의 과당경쟁은 필연적으로 덤핑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 이밖에도 "ADSL 인터넷을 사용하는 가정과 그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VDSL 인터넷 가정의 정보격차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방송위의 시범사업은 정통부의 BcN시범사업과 다른 사업목적으로 예산을 확보했다"면서 "방송위는 컨소시엄을 공개모집해 기존 법체계 안에서 시범사업을 운용할 것이며 정통부와도 공동 추진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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