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영화 ‘괴물’의 두 얼굴
| ▲영화 ‘괴물’의 흥행몰이로 영화 배급사 독식체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
영화 ‘괴물’은 최단 기간 1천만 관객 돌파와 해외 시장 공략의 ‘청신호’로 한국 영화계에 희망의 빛을 안겼지만 동시에 반수가 넘는 스크린의 장악으로 문제점을 노출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다른 영화들이 원천적으로 대중과 접할 기회를 차단한 것이다. 이에 ‘괴물’과 같은 경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규제의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1천6백 개 스크린 중 6백20개 스크린에서 동시에 개봉된 ‘괴물’은 역대 영화상 가장 많은 숫자로 전국 좌석수로 보면 68%를 차지한다.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한국영화가 이룬 쾌거’ ‘스타 감독의 명성 확인’ ‘한국영화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SF에 대한 가능성 확인’ 등 찬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회에서 괴물의 흥행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관객을 강제동원 할 수 있는 국가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국민을 스크린 앞으로 몰아가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매년 개봉되는 한국영화 1백여편 중 대부분이 소리 소문도 없이 간판을 내리는 영화산업의 현실에서 ‘괴물’ 한 편이 관객을 싹쓸이하는 기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괴물’의 흥행성공은 영화의 배급에서 승리” 지적 영화 ‘괴물’의 흥행몰이로 영화 배급사 독식체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거액이 투자된 대작 한국영화 성공의 배후에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을 소유한 배급사가 있다는 지적이 ‘괴물’의 상영관 독점 논란과 맞물려 재점화 되고 있는 것. ‘괴물’은 가족애와 환경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듯 하면서도, 국수주의적인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반미를 선동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과거 흥행작인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와 달리 ‘괴물’은 젊은층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중장년층에게는 특별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대와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걸작’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괴물’의 성공이 ‘마케팅과 배급에서의 승리’가 아니냐는 주장을 낳고 있다. | ▲괴물에 납치되어 온 강두의 딸 현서가 음침한 하수구에 갖혀 탈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 영화 의 포스터 스틸컷 ©청어람 |
제작비 1백13억원. 광고·마케팅비 43억원. 제작에서 배급까지 들어간 비용 1백45억원. 영화 ‘괴물’은 비용면에서도 괴물 수준이다. ‘괴물’은 해외시장에서 벌써 70억원 정도 수입을 올린 상태여서 국내에서 85억원만 모으면 손익분기점은 넘어서게 된다. 일반적으로 관객 1인당 극장요금 7천원 중 세금과 부대비용으로 1천원을 뺀 나머지 6천원의 절반인 3천원 정도는 상영 극장측에 몫이 되고 남은 절반 3천원 가량이 배급사와 제작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많은 상영관 확보가 승패 좌우 배급사 측은 관객 3백만명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1인당 3천원씩 계산 할 경우, 대략 관객 3백만명이면 85억원이 채워진다. 그런데 괴물은 지난달 27일 개봉해 일주일도 안되서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2주째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익을 쌓아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위 ‘대박’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지난 8월17일 개봉한 영화 ‘신데렐라’는 제작배급에 모두 36억원이 들어갔다. 관객 1백20만명 정도가 들어야 제작 배급에 들어간 비용 36억원을 건질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3백석 상영관에서 하루 5회 전회가 매진돼 하루 1천5백명이 보더라도 1백20만명이 되려면 장장 8백일, 2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상영관을 2백개로 늘린다면 단 4일 만에 1백20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제작사들은 상영관 확보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영화 ‘신데렐라’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2백개에서 3백개 스크린에서 짧은 기간에 이익을 투입한 비용을 뽑아야 된다”고 말했다. 완성된 영화가 몇 개 극장에 걸리느냐는 제작사가 아니라 배급사의 일이다. 때문에 제작사는 능력 있는 배급사를 잡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메이저급으로 불리는 배급사는 ‘왕의남자’의 시네마 서비스, ‘웰컴 투 동막골’의 쇼박스(주)미디어, ‘친절한 금자씨’의 CJ엔터테인먼트, 최근 ‘다세포소녀’, ‘예의 없는 것들’을 내놓은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등 4개사. 배급사 입김이 영화판 좌지우지 | ▲CJ엔터테인먼트는 2006년 상반기 한국영화배급 점유율 24.2%를 보였다. |
지난해 국내영화 흥행작 톱 10을 봐도 1(웰컴투 동막골)·2(가문의 위기)·3(말아톤)위는 쇼박스, 4(공공의 적2)·10(박수칠때 떠나라)위는 시네마서비스, 5(태풍)·6(친절한 금자씨)·7(마파도)·8(너는 내운며)·9(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위는 CJ 등 메이저가 싹쓸이를 했다. 올해 개봉됐거나 개봉중인 89개 한국영화 중에 13개를 제외한 나머지도 모두 이들이 배급사이다. 그런데 이들 4개사 배급사중 3개사는 멀티플렉스 극장과 연계돼 있다. 그래서 이들 3개사 배급사 중 한 곳과 손을 잡을 경우 상영관 확보에서 일단 유리해지는 것이다. 시네마서비스의 김인수 대표는 “예매가 잘되고 손님이 잘 드는 영화를 우선적으로 배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기영화에 먼저 관을 내주는 일이 당연히 예상되는 것 아니냐”며 “그것은 누가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말했다. 영화 관계자 “3개사 재벌급 독과점 전 세계에 없는 것” “괴물 성공논란…스크린쿼터 축소 상황과 겹쳤기 때문” 영화제작자들로선 극장을 겸업하고 있는 이들 3개 배급사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이들 배급사의 입김이 영화판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지역 영화관객 2천5백80만명 중에 70.8%가 본 영화는 이들 3개 배급사가 배급한 영화였다. 그런데 영화 ‘괴물’의 배급사도 이들 3개 배급사 중 하나인 쇼박스이다 그래서 ‘괴물’의 관객몰이는 배급사의 독과점 체제가 조장한 측면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적정 스크린 확보가 문제의 관건 한 영화 관계자는 “장사가 잘 안되는 변두리 극장에서 상영을 하면 흥행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까 영화계를 독과점적으로 운영지배하고 있는 3개사 재벌급 독과점 회사들이 한국영화 산업을 철저하게 지배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효과적으로 지배한다”라며 “스크린 수로는 50%, 객석수로는 68%, 70%가까운 독과점은 전 세계에 없는 독과점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쇼박스 측은 관객들의 관심과 수요가 폭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쇼박스 측의 한 관계자는 “6백20개 스크린에서도 거의 매진이 됐다. 3백개의 스크린에서 상영했을 경우에는 보고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소지도 있다"라며 “실제로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스크린이 적어서 못 볼 수 있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영화의 스크린 수를 논하기 전에 그 영화의 사이즈에 맞는 적정 스크린을 확보하느냐가 오히려 문제의 관건이 된다”고 말했다. ‘괴물’이 다른 영화의 상영기회를 박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영화 배우 송강호는 “극장수라는 것이 우리가 많이 잡고 싶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괴물’이라는 영화 때문에 작은 영화들이 피해를 본다든가 하는 경우는 전혀 발생이 안 된다고 본다”고 전했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태풍’ 등, 1백억 이상이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때도 스크린 싹쓸이 현상은 있었다. 하지만 유독 ‘괴물’의 성공에 대해 논란이 이는 것은 지난 7월1일부터 스크린쿼터가 실질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양기환 사무처장은 “상반기에 대부분의 극장들은 스크린 쿼터 일수를 채웠다. 하지만 채우지 않은 극장들이 지금 ‘괴물’을 상영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괴물’ 이외의 다른 수많은 작은 영화들은 극장을 잡을 수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personchosen@hanmail.net 영화 배급 ‘독식 논란’ 해결책 “대형 자본 불공정 거래 감시 장치 마련 시급”
영화 배급 ‘독식 논란’ 해결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마이너리티 쿼터, 프린트 벌수 제한, 극장주와 배급사의 수익 배분 비율 재조정 등 다양한 처방이 고려되고 있다. 특히 일정수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의무적으로 일정 부분의 인디영화를 상영토록 한 마이너리티 쿼터의 경우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최근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프린트 벌수 제한은 극장에서 상영할 영화필름의 수를 제한하자는 것. 이렇게 되면 한 영화를 한꺼번에 여러관에서 동시 상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져서 자연스럽게 스크린 수 제한이 된다. 하지만 이들 정책들은 인디 영화의 연속된 흥행부진과 영화계내의 다양한 이해관계 등으로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적은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당장 특정한 정책을 시행하기보다는 거대 배급업체가 내부자 거래를 행하거나 특정영화의 상영을 봉쇄하는 등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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