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 융합의 대표적인 신규 미디어 서비스인 인터넷TV(IPTV)서비스를 먼저 시작하고 나중에 규제의 틀을 마련해 정책 개혁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위성방송, 디지털TV,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IPTV 등 신규 미디어 기술 도입 과정부터 주요 정책결정을 회피하거나 지연시켜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주요 신규 미디어 정책결정에 적게는 7년 길게는 10년이 각각 소요됐다. 이로 인해 관련산업에는 총 4조원의 기회비용 손실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기구 통합에서부터 융합법의 제정까지 논의가 활발했으나 이해관련자와 규제기구들 간의 이해조정 실패 등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규제 시스템이 디지털시대인 현재까지 혁신적인 변화없이 이어져 내려온 아노미 현상이다. 정부는 기술발전으로 인한 혜택을 국민들에게 돌리지 못하고 이해집단간 소모적인 주도권 다툼에 휘말려 시간만 낭비했다.
결국 글로벌 정보기술(IT) 선진국임에도 불구, 신규 미디어 시장에선 역행하는 규제로 인해 업체들은 해외 수출의 기회를 빼앗겼으며 국민들은 신규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최근 지연되고 있는 IPTV의 경우 국내 업체와 관련 연구원들은 국제통신연합(ITU-T) 산하 IPTV 포커스 그룹 의장 등을 맡아 다수의 핵심 기술과 우수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결단 지연으로 국내 상용화의 길은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000년 한국과 같은 시간대에 정책 논의에 들어갔던 미국과 영국,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2년 전부터 IPTV 상용화를 시작했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문제점으로 제기한 콘텐츠와 기술을 발전시키며 우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특히 경제적 기회 손실과 함께 신규 서비스에 대한 접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들의 보이지 않는 손실까지 고려하면 국가적인 손실이 매우 크다. 이는 IT 발전을 절실하게 생각하는 국가 정책 목표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IPTV 서비스 선 시행 후 규제
지난 7월 공식 출범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는 올해 말에 IPTV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용시점을 내년이라고 단언하긴 힘들다.
해외 선진국가들이 2년 전부터 시작한 IPTV 서비스가 국내에서는 4년 이상 뒤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사업자들은 IPTV 서비스의 상용화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소비자들도 최근 IPTV의 징검다리 서비스인 TV포털 서비스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방통융합추진위원회가 올해안에 규제의 틀과 법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IPTV를 둘러싼 통신 및 방송의 현행 규제체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이원적 법체계, 규제기관 분리, 융합서비스에 대한 관련 법제의 미비 등 복잡한 문제들이 쌓여있다.
지금까지는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개별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서비스를 각각 제공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 기술이 적용돼 소비자 측면에선 구별이 쉽지 않은 형태의 서비스로 출시된다.
결과적으로 통신과 방송의 특성에 따라 규제의 논리가 다르고 융합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규제 정책 적용도 논란이 되고 있어 현재 지속적으로 갈등 국면이 노출되고 있다.
또 전통적인 가치에 따라서 각각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법 등 상이한 법제 하에서 운영됐다. 방송은 단일법이 아닌 방송법과 전파법 등 복수의 법체계에 의존하고 있다.
가령 방송사업의 소유 및 내용에 대한 규제는 방송법에서, 무선방송사업의 허가 및 설비에 대한 규제는 전파법에서 관할하고 있다.
또 유선방송사업의 허가 및 설비에 대한 규제는 유선방송사업 및 전송망 사업의 허가 및 등록에 관한 규칙이 적용되는 등 관련법이 중복 분산돼 있다.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여기에 규제기관도 방송위와 정통부로 이원화돼 있다. 방송위가 방송기본 계획을 심의 및 의결할 경우 방송기술 및 시설에 관한 사항은 정보통신부 장관의 의견을 듣도록 방송법에 규정돼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통신과 방송이 분리된 법체계 하에서는 결합 서비스에 대한 허가나 내용 심의 자체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즉 사업자는 동일한 영상물을 방송, 인터넷, 기타 미디어 등 사안별로 별도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따라서 급격히 변하는 기술 수준이나 소비자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힘들다.
■신규 통신 서비스의 활성화가 IT 성장동력
최근 발표한 한국 IT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산업 중 정보통신서비스가 창출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76.8%로 여타 부문의 동반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IT산업에 새로운 성장 에너지 제공과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신규 통신 서비스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사전에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일관성을 유지, 신규 투자의 정책적 위험을 축소해야 한다.
최근 3년간 전체 통신시장은 매출이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이에 따라 통신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신규 설비 및 연구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에서 발전하지 못한 신규 미디어 시장 때문에 해외 진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는 통신시장 정책 변화와 규제개혁이 통신 사업자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 산업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통신시장 선·후발사간의 유효경쟁 도입, 결합상품 개선, 통방융합 서비스 상용화 등 굵직한 현안들이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모든 규제의 틀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정책으로 변화 되어야 한다. 시장의 흐름에선 뒤처지지 않도록 사업자간 자율에 맡기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만 사후적으로 규제가 이뤄지면 된다.
또 광대역통합망(BcN) 등 미래 통신 인프라 및 신규 서비스 투자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적 배려도 요구된다.
인프라 투자는 부가서비스 등 파급 효과가 매우 크며 IT-839 및 u-Korea 실현의 기반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사회간접자본에 한해 사업자에 법인세 감면과 민간투자 유도책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