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영국의 방탕한 천재시인 로체스터 백작의 불꽃 같은 삶을 다룬 영화 <리버틴>은 조니 뎁의 완벽한 연기 변신과 함께, 아름답고 독특한 분위기의 17세기가 재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국을 무대로 한 시대극은 많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리버틴>만의 특별함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영국의 17세기, 단호하고 도전적인 사실주의로 표현
<리버틴>은 영국의 17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왕정복고 시대가 한창이었던 17세기는 급진적인 사상들이 등장하고 성의 자유가 확대되고, 연극이나 파티, 생활 양식이 모두 풍족했던 때이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까지 중세의 잔재가 남아있던 시기이기도 하여 질병과 미신이 만연하고, 가난과 불결함으로 얼룩진 시대였다.
<리버틴>의 연출을 맡은 로렌스 던모어 감독은 당시의 이런 격동적인 변화의 분위기를 단호하고도 도전적인 사실주의로 표현한다. 왕정복고 시대를 묘사하는 데 있어 이러한 접근은 이례적인 것으로, 감독은 이를 위해 궁정의 풍족하고 화려한 모습뿐 아니라 악취가 나고 지저분하지만 활기로 넘쳐나는 거리의 모습 또한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따라서 영화는 가능한 자연광을 사용하고 화면을 진흙과 안개, 비, 연기로 가득 채우게 되고 이로 인해 <리버틴>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신비하고도 독특한 분위기의 색감으로 17세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화려함은 억제, 흐릿한 풍경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
<리버틴>의 두 가지 세상, 즉 귀족적인 영역과 런던 거리의 모습은 적나라하게 대조되는 동시에 일관된 톤을 가지고 그려져야 했다. 왕정복고 시대의 섬세한 퇴폐주의와 그 이면의 누추한 모습을 동시에 강조하려는 감독의 이와 같은 결심은 숙련된 솜씨와 창의력을 가진 팀을 필요로 했고, 그 중심 인물이 바로 촬영 감독 알렉스 멜맨과 프로덕션 디자이너 벤 반 오스, 그리고 의상 디자이너인 디엔 반 스트랄렌이다.
이들은 매우 상세한 컬러 팔레트를 만들어 내고 이를 영화 전체의 디자인에 적용한다. 앤틱스웨이드와 제이드그린, 스톰블루를 섞어서 작업한 배경톤의 핵심은 모든 화려한 풍경의 현란함을 억제하고 흐릿하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실내에서는 컬러를 풍부하게 사용함으로써 연극적인 세계의 신비함을 표현하고, 로체스터가 런던 거리로 나가게 되면 그것은 보다 거칠게 묘사 되도록 변화를 준다. 하지만 그것은 전체적으로 가능한 더럽고 불결하게, 그리하여 사실적으로 보여지도록 정교하게 계획되었다. 그들은 진흙과 연기로 가득 찬 탁하고 흐릿한 그 세상 속에서도 어떤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것이 바로 <리버틴>이 그려내는 17세기가 보여주는 독특한 아름다움이다.
17세기 영국을 찾아라!
<리버틴>의 또 하나 중요한 핵심은 주요 배경이 될 촬영지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감독은 17세기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성채와 장소를 찾기 위해서 자신의 차를 타고 영국을 누비며 무려 1만 2천 킬로미터를 주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중세 귀족 저택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웨일스의 트레타워 코트를 비롯한 여빌 근처의 몬테큐테, 옥스퍼드셔의 샬레큐테 등을 섭외할 수 있었다.
<반지의 제왕>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스탭들이 참여한 의상과 헤어 디자인
<리버틴> 촬영 시 가장 복잡한 디자인 작업이 요구되었던 분야 중 하나는 바로 분장과 헤어 디자인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17세기의 패션은 너무나 화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으로 아카데미 어워드 헤어&메이크업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던 피터 오웬은 그 누구보다 깊은 영감으로 이 작품에 임한다.
그는 시카고의 연극 무대에서 <리버틴>을 접했을 당시, 로체스터 역할을 맡고 있었던 존 말코비치에게 혹시 이 연극이 영화화 된다면 자신이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건넨 장본인이었다고. 로체스터의 이야기와 그 시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는 오웬은 로렌스 던모어 감독과의 호흡이 잘 맞아 제작해 나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많은 영감을 받고 즐겁게 작업을 했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과 헤어도 뛰어나지만 가장 핵심적인 작업은 로체스터의 분장이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의 모습은 점차적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이것은 화려한 삶 뒤의 그의 파괴적인 몰락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기에 더욱 중요한 작업이었다.
그 외에 피터 오웬이 가장 즐겁게 일했던 것은 존 말코비치를 찰스 2세로 분장시킬 때였다고 한다. 찰스 2세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것 몇 가지를 적용해서 눈썹을 달고, 아주 큰 분장용 코를 붙이고 어마어마하게 긴 가발을 씌웠다. 과장된 듯한 찰스 2세의 큰 코는, 여느 영화에서와는 조금 다른 캐릭터로서의 찰스 2세를 표현하고 있어 관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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