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거실정복' 머나먼 꿈
세계 PC업계의 `거실정복' 전략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시장포화와 대체수요 부진으로 성장세가 꺾인 PC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MS) 주도로 개발된 신무기 `미디어센터PC'를 내세워 PC의 영토를 차세대 홈네트워크 시대의 전략 거점인 거실로 확대하기 위해 끊임없는 공세를 펼쳐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 영역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처음부터 거실 TV 옆에 붙어 꾸준히 성장해온 가정용 비디오게임기가 PC와 맞먹는 막강한 고성능 하드웨어로 진화, 그동안 PC가 공을 들여온 홈 엔터테인먼트 서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또한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HDTV로의 대변혁이 진행됨에 따라 `거실의 터주대감'인 TV진영에서도 최첨단 셋톱박스나 컨버전스 신개념 DTV 제품들로 PC진영과 홈네트워크의 중심을 놓고 다툴 태세다.
◇PC의 `블루오션' 거실정복, 장기전으로1995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 운영체제(OS) 등장, 90년대 말 인터넷 붐, 2000년 `Y2K 특수'까지 고성장을 구가해온 PC업계는, 이후 선진시장 포화 및 킬러애플리케이션 부재로 인한 교체수요 부진으로 불황을 맞아 가격경쟁 위주의 생존 게임에 몰두해 왔다.
이런 와중에 MS 빌 게이츠 회장이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PC의 거실정복전략'이다. MS는 HP 등 PC업계와 제휴해 2002년 말 `윈도XP 미디어센터에디션(MCE)' 운영체제(OS) 및 이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센터PC'를 발표해 거실공략의 포문을 열었다.
미디어센터PC는 급증하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거실의 대화면TVㆍ하이파이오디오로 즐길 수 있게 해줌은 물론, VCRㆍDVD플레이어ㆍ오디오 등 기존 AV가전들을 통합하는 홈 엔터테인먼트 서버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그러나 기존 제품들의 기능을 묶어놨을 뿐 고유의 킬러애플리케이션을 마땅히 제시하지 못했고, TV에 묶여 전통적인 PC 용도의 활용에 부적합한 약점도 있었던 이 제품은 초기 시장에서 기대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MS와 PC 업계는 지난해 말 네트워크기능과 HD급 고화질 콘텐츠 지원을 강화한 신버전 `윈도XP MCE 2005'와 신형 미디어센터PC를 앞세워 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형 미디어센터PC는 유무선랜을 통해 전용`미디어센터익스텐더'를 장착한 복수의 TV와 연결, TV로 PC에 저장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거나 MS 제휴사의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포터블미디어센터'(PMC) OS 기반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와의 원활한 콘텐츠 공유도 지원하게 됐다.
국내에서도 미디어센터PC 마케팅에 적극적이던 삼성전자와 한국HP는 물론, 기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LG전자ㆍ삼보컴퓨터, 그리고 신형 제품부터 공급이 가능하게 된 주연테크 등이 모두 신형 미디어센터PC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멀티미디어ㆍ멀티태스킹에 탁월한 성능을 제공하는 인텔ㆍAMD의 듀얼코어CPU들이 점차 시장주류로 올라서면서 미디어센터PC의 보급확대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비디오게임기ㆍ셋톱박스ㆍ컨버전스 DTV… 홈네트워크 서버 경쟁심화그러나 시장 상황은 PC업계의 대응보다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비디오게임기 진영의 약진이 PC업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2'(PS2)로 비디오게임기시장을 양분해온 MS와 소니, IBM 멀티코어 CPU와 삼성전자 고속 메모리 등 최첨단 부품들로 무장한 고성능 차세대 게임기인 X박스360ㆍPS3을 각각 올 연말과 내년 초에 출시할 계획이다.
X박스360은 동시에 6개 소프트웨어(SW) 스레드를 처리하는 IBM 3코어(3.2㎓×3) 파워PC CPU를, PS3는 2스레드를 동시에 처리하는`파워PC 프로세싱 엘리먼트'(PPEㆍ3.2㎓) 1개 및 `시너지스틱 프로세싱 엘리먼트'(SPE) 8개(3.2㎓×8ㆍ1개는 예비용)를 통합한 `셀' CPU를 탑재, CPU성능 면에서 인텔의 현 최고사양인 듀얼코어CPU `펜티엄 익스트림에디션(EE)'(3.2㎓×2ㆍ하이퍼스레딩 지원)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니는 도시바 등과 함께 장차 셀 칩을 다양한 정보가전 제품들에 탑재해 홈네트워크의 기반으로 삼을 계획이며, PC산업 주도업체 MS마저도 X박스360을 미디어센터PC와 함께 홈네트워크 서버의 복수후보로 밀 것으로 보여, 그동안 고성능의 강점을 내세웠던 PC진영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DTVㆍ셋톱박스 등 가전진영 또한 홈네트워크 시장의 `노른자위'를 PC진영에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을 태세다. 특히 국내시장에서는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ㆍLG전자마저 MSㆍ인텔 주도의 PC보다는 자사 주도 정보가전 중심의 홈네트워크 전략을 가져가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컴퓨터사업부에서 미디어센터PC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불구, 자체 홈네트워크 표준기술 `홈비타'(HomeVita)를 PC제품군에는 전혀 적용시키지 않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데스크톱PC 최상위모델 `엑스피온 900'에 전력선통신(PLC) 기능 및 자체 `홈넷'(HomNet)기술을 적용했으나, 최근에는 별도의 `홈넷서버'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LG전자는 최근 하드디스크(HDD) 일체형 PDP TV 제품군을 출시, 미디어센터PC의 주요 기능인 지능형 TV녹화ㆍ재생기능을 TV에 직접 탑재, 향후 DTV 자체를 홈네트워크 서버로 내세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셋톱박스업계 또한 PVR 셋톱박스 및 차세대 IP셋톱박스를 내세워 홈네트워크 서버시장 공략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PC진영 대응과 향후 전망은일부 홈네트워크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성능이 강화되고 있는 PC가 궁극적으로는 홈네트워크 서버로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PC진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PC산업 선도업체인 인텔ㆍMS도 듀얼코어CPUㆍ미디어센터PC 등으로 PC의 홈네트워크 서버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정보가전용 임베디드CPUㆍOS와 게임기에도 힘을 싣고 있어, PC업계로서는 홈네트워크 서버로서의 역할을 하루 빨리 선점해야 하는 상황이다.
HPㆍ델 등 세계적인 PC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미디어센터PC의 편리한 사용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 홍보ㆍ마케팅에 집중하는 한편, 직접 DTV 등 가전분야까지 진출하면서 시너지 창출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일본 후지쯔와 샤프는 아예 32인치 DTV와 PC를 결합한 컨버전스 신제품을 자국에서 출시해 이 영역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PC업계가 미디어센터PC로 거실을 정복, 홈네트워크 서버시장을 선점하는 데는 무엇보다 기존 1인 정보기기였던 PC를 가족들 다수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제품으로 자리매김 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듀얼코어CPUㆍ가상화 기술을 통해 다수 가족구성원이 동시에 각자의 용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지만, TVㆍ게임기처럼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 중요해 게임 콘텐츠 업계와의 전략적 협력도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국내시장에서는 EPG(Electronic Program Guide) 업계와 협력을 통해 미국 `티보'에서 제공되는 것과 같은 지능형 예약녹화 등 소위 `PVR'기능을 미디어센터PC의 핵심기능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도 PC의 거실점령에 중요한 과제다.
주범수기자@디지털타임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