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이준목 기자]한해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추석이 다가왔다.
전통적으로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였던 추석시즌이지만, 올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본 얼티메이텀>이 초강세를 보이며 극장가 주도권을 선점, 국산 영화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로버트 러들럼의 첩보소설을 원작으로 한 ‘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본 얼티메이텀>은 국내에서 최근 <미션 임파서블>과 <007>시리즈를 능가하는 웰메이드 첩보액션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여름에 이어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는 여름 시즌 쌍끌이 흥행을 이끌었던 <화려한 휴가>와 <디 워>이후 선뜻 눈길을 끌만한 후발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시즌에는 최동훈 감독의 <타짜>가 무려 684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 수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그만큼의 흥행 폭발력을 갖춘 대작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
대신 올해는 명절에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코미디 영화를 비롯하여 휴먼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멜로 영화 등 예년에 비해 장르과 개봉 편수에서 좀 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졌다. 비슷비슷한 규모의 작품들이 격돌하는 가운데, 저마다 장르와 소재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숙제다.
<두 얼굴의 여친> 추석극장가에 선보이는 유일한 국산 로맨틱 코미디. 하나의 몸속에 두 개의 인격이 공존하는 소위 ‘다중이’ 여자 친구를 사랑하게 된 어느 순진남의 못 말리는 좌충우돌 소동을 다루고 있다. 첫 영화주연을 맡은 정려원의 능청스러운 1인 2역과 어수룩한 순진남 전문배우 봉태규의 연기조화가 돋보이는 아기자기한 코미디 영화.
볼까? 명절에 젊은 커플 관객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을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캐릭터에 최적화된 ‘정려원-봉태규’라는 맞춤형 캐스팅이 주는 효과.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음직한 스토리를 흥미로운 소재로 풀어내는 상상력.
말까? <엽기적인 그녀>의 다중인격 버전? 익숙하고 뻔하다.
소재도 신선하고 연기도 좋다. 하지만, 예고편 이상의 재미는 기대하지 말 것.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 소비하고 있는 봉태규의 판에 박힌 연기.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연기생활 30여년 만에 첫 영화 주연을 맡은 중견배우 나문희의 활약이 돋보이는 코미디영화. ‘국밥재벌’ 권순분여사가 납치된 자신을 외면하는 자식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물려주었던 돈을 회수하기 위해 납치범들과 의기투합한다는 내용이다. 톱스타는 없지만 나문희 외에도 강성진, 유해진, 박상면 등 개성 넘치는 감초 배우들이 등장해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볼까? <거침없이 하이킥>과 나문희 여사의 연기를 사랑하는 팬들.
명절에 모처럼 부모님 은혜를 되새기고 싶은 관객들, 그리고 불효자식들.
말까? 아무리 코미디라고 해도 납치과정, 인질극 설정의 치밀함이 부족하다.
욕심은 많은데 후반부 너무 판을 크게 벌렸다.
잘나가는 스타나 꽃미남 꽃미녀 배우들이 나오지 않는 영화를 용납할 수 없다면 PASS~
<즐거운 인생> 40대 중년들의 록밴드 ‘활화산’ 결성기,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밴드라는 소재 면에서 유사한 듯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 아날로그에의 복원, 음악과 중년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는 점에서 이준익 감독의 전작 <라디오 스타>에서 이어지는 속편이나 다름없다. 언제나 평균 이상의 연기를 선보이는 정진영과 김윤석, 김상호 등 실력파 중견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단연 돋보인다.
볼까? 꿈이 살아있는 한 인간은 아름답다. 잃어버린 젊은 날의 열정을 되새겨보고 싶은 관객들.
이준익의 영화에는 언제나 인간이 살아있다. 그리고 크게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쉘 위 댄스>의 밴드 버전, 그동안 가려졌던 연기파 중견 배우들의 재발견
말까? 40대 중년의 재발견? 고리타분한 ‘아저씨 영화’라는 편견 아닌 편견
한주 앞서 개봉한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의 비교.
중반 이후부터 드라마의 흡인력은 매우 강하지만, 이전까지는 약간 뻔한 스토리.
<상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조폭마누라>와 더불어 한국의 3대 ‘조폭 코미디’로 불리는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1편의 고교생 체험, 2편의 교사 체험에 이어 이제는 주인공 계두식이 대기업 직장에 취업하며 ‘글로벌 경영’을 배우기 위하여 벌이는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특이한 것은, 시리즈 전편에서 이어지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배우들만 모두 바뀌었다는 점. 전편의 정준호, 정웅인, 김상중 등이 모두 하차하고, 이성재, 박상면, 손창민, 김성민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볼까? 뭐라고 욕을 먹든 항상 명절시즌에 개봉한 조폭 코미디 영화들은 본전 이상은 해냈다.
명절에 특별히 갈 곳 없거나, 즐길만한 오락거리가 없는 관객들.
똑같은 전작의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를 달라진 배우들이 어떻게 소화하는지 비교하는 재미.
말까? 욕설, 구타, 말장난, 화장실 개그로 일관하는 조폭코미디를 명절에도 또 봐야하나?
조폭코미디의 고질병, 메인 플롯은 없고 단발적인 소동극으로만 채워지는 빈약한 각본.
요즘 작품 고르는 눈이 의심스러운 ‘흥행 부도수표’ 이성재.
<사랑> <친구>, <똥개>, <태풍> 등 남성 영화에서 강세를 보였던 곽경택 감독이 고유의 스타일로 액션과 멜로를 결합하여 만들어낸 전형적인 남성 순애보다. 그동안 외모에 가려서 저평가 받은 배우로 꼽히는 주진모의 재발견, 팜므 파탈에 가까운 캐릭터로 분한 박시연과 악역에 도전한 김민준의 연기변신도 눈에 띈다.
볼까? ‘상대역 띄워주기’ 전문배우 주진모의 ‘원톱’ 재발견
밋밋한 것은 싫다. 눈물어린 멜로와 화끈한 액션이 공존하는 뜨거운 스토리.
남자가 친구와 여자 잘못만나면 인생이 어떻게 꼬이는지 삶의 교훈을 알고 싶다면
말까? 이거 어쩐지 뮤직비디오에서 너무 많이 본 스토리인데?
주진모, 박시연, 김민준의 연기력이 의심스러운 관객들.
최근 곽경택 감독의 영화는 <친구>를 정점으로 언제나 그 전작이 더 나았다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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