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M', 기무라 타쿠야 '히어로' 흥행참패로 본 스타 배우들의 흥행력
지난 10월 6일 부산국제 영화제 파라다이스 호텔 한 기자회견장. 일대 아수라장이 됐다. 작은 회의실 섭외도 문제였지만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청춘스타 강동원이 주인공으로 나선 영화 'M'의 갈라 프리젠테이션 때문이었다.
호텔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던 소녀 팬들과 회견장 앞 입구에 도열한 일본 팬들. 그리고 북새통을 이룬 취재진. 모든 것이 강동원 때문이었다. 행사는 40분이 넘게 지연됐다. 좁은 장소에 취재진은 수용인원보다 두배가 넘어서면서 행사진행에 마비가 온 것.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은 사과를 거듭할 정도로 행사장은 일대 혼란을 빚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소동의 '주범'으로 강동원을 꼽았다.
전날 '히어로'의 주인공인 일본 톱스타 기무라 타쿠야의 기자회견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을 향한 취재진과 팬들의 열기는 부산영화제 최고의 화제가 됐다.
이후 'M'과 '히어로'는 극장에서 1일과 8일 각각 개봉을 했다. 이같은 개봉 직전 놀랍고도 뜨거운 반응이라면 기실 영화 흥행도 어느정도 기대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그동안 두 스타배우에 보여준 팬들의 열광적 반응에 비춰보면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 'M'은 2주차 주말을 넘어섰지만 50만에도 못미쳤고 '히어로'는 첫 주 주말을 넘겨서 20만 관객도 못채웠다.
그 많던 이들의 팬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포효하고 울부짖던 열광적인 팬들은 극장으로는 전혀 몰려들지 않은 것이다. 배우의 티켓파워에 대한 기대감이 여실히 무너진 극적인 사례다.
티켓파워?, 더이상은 통하지 않는 옛 말최근 한국 영화에서 톱스타 출연작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해 스크린에서의 흥행파워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비단 최근 강동원 주연의 'M'이나 기무라 타쿠야의 '히어로'의 참패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다 찍어놓고도 배우들의 흥행력이 약하다고 평가받아 개봉이 1년 가까이 연기됐던 김강우 이하나 임원희 주연의 '식객'은 첫주 60만을 육박하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아이러니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역시 시나리오와 원작의 탄탄함이 흥행의 비결이 되고 있다.
최고 흥행 남자 배우라고 손꼽는 송강호의 '우아한 세계'도 배우의 이름값을 못했다. 송강호와 더불어 500만 관객을 꿈꿨던 투자 배급사 롯데 엔테테인먼트도 기대를 접어야 했다. 지난해 국민여동생 평가를 받아온 문근영의 '사랑따윈 필요 없어'나 비와 임수정 주연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한석규 주연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이병헌 수애 주연의 '그 해 여름'등 티켓파워가 막강하다고 평가받은 배우들의 주연작들이 줄줄히 참패했다.
올해 들어서도 '왕의 남자'감우성의 신작 '쏜다'는 30만에 그쳤고 방송가 최고 MC 탁재훈의 첫 주연작 '내 생애 최악의 남자'도 체면을 구겼다. 은근히 배우의 티켓파워에 기댔던 제작사들은 분루를 삼길 만한 일들이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라고 손꼽는 배우들조차 관객의 외면을 언제 어떻게 받을 지 모르는 예측 불허한 극장가의 상황에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다.
대형 투자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2005년을 전후로 배우들의 티켓파워는 사라졌다고 본다"면서 "이전에는 한국영화에서 누가 나온다고 하면 일단 극장에 가서 확인하던 관객의 성향이 농후했다면 이제는 더이상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100편에 가까운 한국 영화가 쏟아지기 시작한 2005년 이후로는 한국 영화의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진짜 제대로 된 영화만이 관객의 평가를 온전히 받게 됐다"며 "그만큼 관객의 눈높이와 입맛이 까다로와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배우냐 스타냐의 이미지 형상에서 관객은 배우를 원해 전문 영화 마케팅사의 15년차 모 이사는 "마치 우리가 명품을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갖고 구입하는 것처럼 배우들에게도 일종의 브랜드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하향 평준화 되어 기성품처럼 배우들의 브랜드가 낮아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이 배우의 티켓파워를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이사는 "불과 5년전만해도 영화 마케팅을 하는 것은 일종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유리한 고지에 있었지만 이제는 실시간 영화 현장의 상황이 전파되고 배우의 모든 것이 속속들이 알려지다 보니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신비감이 현격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온라인 티저 예고편이나 메이킹 필름 공개, 영화 다운로드 등을 통해 개봉하기도 전에 이미 잠재 관객들이 흡수될 수있는 기회와 탄력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영화배우로 포지셔닝 되어 있느냐 아니면 스타로 포지셔닝 되어 있느냐는 점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한다. 영화계 한 중견 프러듀서는 "스타냐 연예인이냐 배우냐 라는 점에서 우리 한국 배우들은 색깔의 차별이 없다. 그것은 시장이 작아서이기도 하고 스스로 관리하는데 있어 실패한 측면이 있다. 관객들은 배우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 프러듀서는 "기무라 타쿠야의 경우도 우리 관객들에게는 배우로 포지셔닝 되지 않은 것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톱 가수 출신들이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결국 배우의 이미지가 각인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야기의 중요성 더욱 강조돼 프러듀서의 설명은 더 이어진다. "한편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의 입장을 고려해보면, 불과 7000원의 입장료 때문이 아니라 영화를 관람하는 소비와 향유의 행위자체에 영화를 선택하고 예매하고 데이트를 즐기면서 현장에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고 주차하는 종합적 놀이를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불과 7000원의 인색한 선택이라고 보기보다는 그만큼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일일 수도 있다." 결국 배우의 티켓파워 하나만으로 영화를 결정짓기에는 다른 여러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앞서 투자사 관계자는 "어느때보다 탄탄한 시나리오가 중요한 때가 됐다"면서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확보가 최우선이고 배우와 감독 그리고 배급 까지도 흥행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티켓파워'가 관객을 움직일 수 있는 튼튼한 이야기의 힘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현장의 진리에 충무로는 그동안 비싼 수업료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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