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북한의 식량사정, 인도적 지원 서둘러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서 발표한 '국제곡물시장 동향과 북한의 식량문제'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곡물부족량은 140만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국정원은 약간 낮춰 잡았지만 역시 북한의 곡물 부족량을 120만톤으로 예상했지요. 이 정도면 2~300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90년대 중반 정도로 '최악'은 아니더라도 다시 집단 아사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벌써부터 아사자가 생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올들어 북한시장의 주요 곡물가격은 2배 이상 올랐다고 합니다. 연초만해도 kg당 1,000원 남짓하던 쌀 가격이 2,500원까지 오르고, 옥수수 가격도 kg당 6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북한주민의 생계비 중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은 그 비중이 80%를 넘고 있지요. 그만큼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는데요. 북한주민들은 식량의 절반을 배급으로, 나머지 절반은 시장에서의 구매로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가격도 폭등하다보니 북한 주민들이 식량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지요.
이처럼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주된 원인은 지난해 수해로 인해 주요곡물의 생산량이 25% 이상 감소하여 재고량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국제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해 외부적 환경이 매우 어려워졌지요. 우선 세계식량 기구를 통한 식량지원량도 대폭 감축될 예정입니다. 세계식량기구에 지원되는 식량은 현물이 아니라 현금으로 결재되는데요. 한정된 예산으로 비싸진 식량을 구매하다보니 지원량이 그만큼 축소되는 것이지요.
특히 중국의 동향이 북한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자국물가 안정을 위해 곡물 수입할당제를 실시하면서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주요곡물의 평균 수입단가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옥수수 49%, 쌀 15%, 콩 40% 등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이미 작년에 수입단가가 14~40% 상승한 상황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게다가 중국 당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국경단속을 강화하여 예전처럼 국경지대에서 곡물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국경지대에서 북한시장의 곡물가격이 중국의 1.2배였는데 요즘에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고 합니다.
북한으로서는 어떻게든 수입으로 식량부족분을 메꿔야 하는 상황이지만 열악한 경제상황과 곡물가 상승으로 인해 충분한 곡물을 수입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또한 핵문제 진전과 함께 미국이 북한에 50만 톤 정도의 식량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지만 올해 연말 내지는 내년 초 정도에나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올 한해동안 북한주민들은 심각한 굶주림을 견뎌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도 지원에 미온적입니다. 정권을 잡기 전 국민들에게 이야기한 것과는 다르게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지난 10년동안의 남북관계를 완전히 부정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권은 북한정권의 기를 꺾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듯 합니다. 북한정권이 그들의 가난함과 허약함을 인정하고 남측에 지원을 호소할 때까지 강경하게 나가 우리의 요구조건을 관철시켜 내야 한다는게 이 정권의 주축을 이루는 '뉴라이트'의 생각입니다.
물론 그 동안 지원해 온 식량들 중 일부가 군부대로 유입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분배 투명성에 문제가 있어왔던게 사실입니다. 군량미로의 전용을 막기 위해 쌀 대신 옥수수 가루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경청할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의 지원으로 인해 많은 북한주민들이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로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부정해서는 '인권'을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의혹'을 부각하며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북한주민들은 만성적인 기아와 질병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지난 10년동안 북한은 우리의 지원으로 겨우 절대적 식량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분배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면, 이번에 북-미 핵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된 것처럼 상대를 대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끈질긴 협상으로 문제를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고압적이고 일방적으로 북한을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긴급하게 지원을 재개한다고 해도 충분한 지원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작년 국회에서 통과된 2008년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는 총 1,974억원이었습니다. 이 예산으로 예전에는 충분히 50만톤 이상 지원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겨우 20만톤 정도를 지원할 수 있을 뿐입니다.
북한정권이 비민주적이고 억압적이라고 해서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을 외면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모든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며 최소한의 지원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북한정권을 비판할 자격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정권이 끝까지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을 외면한다면, 백기완 선생이나 가수 김장훈 씨가 실천한 것처럼 평범한 국민들이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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