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노트북 배터리 410만개 리콜’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단 하루 만에 해외 언론들은 수천건의 기사를 쏟아냈고, 수많은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등 배터리 리콜 관련 논의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델의 한국 법인인 델인터내셔널(이하 델코리아)은 향후 구체적인 일정 발표 없이 “개별 연락을 통해 배터리를 수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어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세계일보 8월 15일자 ‘델, 결국 노트북 배터리 410만개 리콜’ 기사 참조>
◆고개숙인 델 = 알렉스 그루젠(Alex Gruzen) 모빌리티 제품 그룹 부사장은 델 공식 블로그(http://www.direct2dell.com)에서 “델을 대표해서 모든 고객들에게 사과한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며 “노트북으로 하는 작업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외 네티즌들은 “늦게라도 리콜 발표를 환영한다”며 배터리 리콜 문의를 쏟아냈다. 일부 네티즌들은 “‘소니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 ‘델 배터리 문제’”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야후 버즈 인기검색 키워드 순위에는 ‘Dell Battery Recall’이라는 단어가 단 하루만에 ‘99999%’라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사태로 델의 명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런 샤만(Arun Sharma) UBS 에퀴티(UBS Equities)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리콜은 대부분 사용자 서비스 및 브랜드 관리와 연관된 PR(홍보) 문제로 이어진다”며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앞으로 과거보다 더 많은 PR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배터리 리콜과 관련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는 배터리 리콜 비용이 3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확한 숫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량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델은 정확한 리콜 비용 추산을 거부했지만, 직접적으로 모든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량 배터리를 제조한 소니 측은 이와 관련 “재정적으로 돕겠다(financially supporting)”는 입장만 밝히고 있어, 리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빌 쇼프(Bill Shope) JP 모건(J.P. Morgan) 애널리스트는 “델이 지금 당장 재정적으로 영향을 받진 않더라도, 향후 파장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델은 노트북 PC 판매량이 데스크톱 판매량을 넘어서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번 리콜 대상은 해당 기간 델이 판매한 노트북 2200만대의 18%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410만대 중 270만대는 미국 지역에, 140만대는 해외에 판매됐다.
◆한국 사용자 배려 소홀 = 델 코리아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리콜대상 배터리는 래티튜드, 인스피론 6400제품과 프리시전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M60, M70, M90제품과 함께 판매된 배터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해외서 구매한 경우에도 글로벌 해당 제품일 경우 국내서 리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델 코리아는 “국가별 리콜 물량을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해외 직접구매인 경우를 제외하고, 온라인과 카달로그를 통해 판매된 것은 수천 대 수준”이라고만 밝혔다.
델은 소비자들이 리콜 대상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16일부터 ‘http://www.dellbatteryprogram.com’ 홈페이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어, 일본어 등 총 8개 언어로 된 안내 페이지에 ‘한국어’는 제공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또 향후 리콜 일정에 대해서도 “개별 연락을 통해 배터리를 수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황이다.
이에 대해 델 관계자는 “(영문 웹사이트 접속이 어려운 분들은) PFR_KR@dell.com으로 e메일을 보내거나 080-200-3802로 연락하면, 택배 직원이 직접 고객에게 방문해 배터리를 수거하고, 현장에서 새 배터리를 나눠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http://www.segye.com/photo/2006/8/16/dell_fire_3.jpg)
◆실제 화재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아 = 410만개 델 배터리가 모두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보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사실상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0.01%에도 못 미친다. 이와 관련 테드 새들러(Ted Schadler) 포레스터 리서치 가전 조사부문 부사장은 “이 같은 사고(화재 및 폭발)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 410만개 배터리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 제품 보호 위원회(US 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접수된 노트북 및 휴대폰 리튬 배터리 사고 339건 중 델 노트북 배터리 관련 사건은 총 6건이다. 사고의 대부분은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거나 화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불량 배터리 =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매우 희귀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일지라도, 일단 배터리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 게다가 델이 410만개 전량 교체라는 강수를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전량 회수가 가능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얼마나 많은 배터리가 어느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지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유사한 폭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로저 카이(Roger Kay) 엔드포인트 테크놀러지즈 어소시에이츠(EndPoint Technologies Associates) 대표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문제의 핵심은 ‘소니 배터리’”라며 “새로운 전지 제조 과정에서 금속 이물질의 유입으로 인해 단락 및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리콜은 제조 과정상의 문제로 인한 것이지 리튬 배터리 기술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http://www.segye.com/photo/2006/8/16/dell_fire_2.jpg)
◆경쟁사 희색…2차 전지시장 요동칠 듯 = 애플(Apple), 휴렛팩커드(HP), 레노버(Lenovo) 등은 15일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델의 배터리 리콜과 관련해 어떤 영양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델과의 거리 두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린 폭스(Lynn Fox) 애플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공급받고 있는 배터리가 현재 노트북 라인 및 이미 출시된 노트북 라인의 안전 및 성능 기준에 적합한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HP 대변인은 “소니 불량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리콜 사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페이지(Robert Page) 레노버 대변인 역시 “현재까지 우리는 우리 노트북 배터리와 관련해 어떤 비정상적인 패턴이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델이 사용한 배터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LG화학 등 주요 2차전지 관련 업체들이 ‘수혜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델 컴퓨터의 이번 리콜 결정은 2차전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규모”라며 “불량 배터리 제조사인 소니가 위축되면서 LG화학의 점유율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LG화학의 이차전지 사업부문도 과거 애플사의 리콜 여파로 1년 넘는 시련을 겪은 적이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대규모 리콜 조치는 소니의 위축 및 2차전지 시장 전체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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