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시장 지각변동..콘텐츠 서비스 성패 좌우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과 시청자 확보 경쟁
(서울=연합뉴스) 김대영 편집위원 = 방통 융합시대의 대표 매체로는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이 꼽힌다. IP 기반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고선명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TV 단말기로 제공할 IPTV는 출범과 동시에 미디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IPTV는 단순히 인터넷으로 TV를 본다는 개념이 아니라 시청자와 프로그램 제공자의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즉, 시청자들은 수동적으로 방송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형 비디오(VOD), 전자상거래, 은행업무, 오락과 정보, 메신저, 영상전화 등의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문자메시지서비스 (SMS:Short Message Service), 화상전화와 화상회의, 공연티켓 구매, 온라인 게임, TV를 통한 투표와 설문조사, TV 노래방, TV를 통해 질문도 할 수 있는 쌍방향 교육, 인터넷 쇼핑, 주식거래 등이 모두 가능하다.
소비자들이 IPTV를 접하는 도구도 처음에는 TV로 시작하겠지만 나중에는 와이브로 등 휴대 인터넷으로 무장한 단말기 등으로 다양화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로 화상전화나 화상회의를 하고 공연티켓을 구매하고 주식거래 등을 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 단시간에 거대 시장을 형성하면서 기존 매체들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IPTV의 급속한 성장은 몇 가지 요건을 전제로 한다. 우선 IPTV가 기존의 케이블 TV나 위성TV 등 유료방송 시청자들과 지상파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만큼 좋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제공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은 콘텐츠와 서비스의 질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 오랫동안 방송사의 편성 프로그램들에 수동적인 시청태도를 보여온 시청자들이 과연 양방향 서비스에 대한 `능동적인 이용자'로 쉽게 변화할 것인가의 문제도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진단이다.
IPTV는 아직 관련 법제가 정비되지 않아 본격적인 출범 시기는 빨라야 내년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IPTV를 준비 중인 통신업체들은 이미 IPTV 시연회와 임직원 대상 시범방송 등을 하면서 법제만 정비되면 불과 몇 개월 내에 IPTV 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KT의 경우 네트워크 건설이나 콘텐츠, 미들웨어, 셋톱박스 개발에 올해만 3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고 법제가 정비되면 언제라도 IPTV 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는 수도권을 모두 초당 1.5-2메가 이상의 VDSL망으로 커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매체들은 강력한 새 매체와의 본격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IPTV가 출범하면 1천400만 가입 가구를 확보한 케이블TV와 가입가구 190만의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지상파 TV 등이 가입자 또는 시청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지상파 TV나, 케이블TV, 위성TV 등은 이미 서비스 향상과 고화질(HD) 디지털화, 다채널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케이블TV 업계는 IPTV의 출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IPTV가 어차피 기존의 유료 가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케이블 TV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판촉을 벌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케이블 업계는 가정에서 IPTV의 셋톱박스가 케이블 TV 셋톱박스를 점차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 TV의 현 상황은 매우 좋다. 한때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우려했던 위성TV는 케이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 TV는 본격적으로 초고속 인터넷 시장점유율도 늘려 현재는 10%를 돌파했고, 인터넷 전화(VoIP) 서비스가 제공되는 내년부터는 더욱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오지철)에 따르면 현재 케이블 TV는 전체 TV시청 가구인 1천700만 가구의 약 82%인 1천400만 가구를 가입자로 확보했다. 케이블TV는 지상파 TV의 영향력을 이미 상당 부분 잠식했고 통신시장의 점유율도 함께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방송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개 SO들의 매출액은 모두 1조5천957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1.3% 증가했고 PP는 홈쇼핑 5개사를 제외한 164개사의 방송부문 매출액이 7천268억원으로 전년대비 33.7% 늘었다. 이것은 지상파 TV 라디오 방송사 42개사의 매출액이 지난해 모두 3조5천425억원으로 전년대비 0.07%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IPTV의 출현은 이 같은 케이블 TV의 성장 환경을 어느 정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IPTV는 한꺼번에 전국을 커버하는 데 비해 케이블 업계는 전국을 77개 권역으로 나누고 그 지역에서만 방송을 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의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불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몸집이 작은 지역 케이블 TV 사업자들이 인수 합병 없이 KT 같은 거대 IPTV 사업자와 경쟁하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IPTV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SO의 외국인 지분 제한이나 외국 채널 규제 등 여러가지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고 케이블TV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케이블 TV 업계는 IPTV 출범 이후 가입자의 정체 또는 감소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구책을 강구중이다. 대표적인 조치는 케이블TV 화질의 고선명(HD)화이다.
SO들의 모임인 케이블TV방송국협의회(SO협의회)는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까지 아날로그방송을 끝내고 이후 디지털방송만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O들은 또 디지털케이블TV를 현재 표준화질(SD)로 방송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프로그램을 고선명화질(HD)로 방송하기로 했으며 2010년까지 HD채널을 유료채널(PPV:Pay Per View)을 포함해 15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오광성 SO협의회장은 "케이블TV방송협회 차원에서 프로그램 제공업체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에 HD 시설 투자 등을 지원할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TV 1개 채널 대역(6㎒)에서 HD 채널 외에 SD 채널과 데이터, 오디오 등 여러 채널을 방송하는 MMS(멀티모드서비스) 시험방송을 실시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MMS 서비스가 케이블이나 IPTV에 대한 지상파방송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는 또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케이블TV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디지털 지상파TV를 수신할 수 있도록 수신환경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청안테나망(MATV)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지상파의 MMS 서비스 실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케이블TV측은 IPTV 출범에 위협을 느끼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들의 MMS 서비스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PP협의회, SO협의회 등 케이블사업자들은 지상파 다채널방송 도입이 "유료방송시장의 붕괴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 TV들이 디지털로 HD 채널과 데이터, 오디오 등을 무료로 보내게 되면 시청자들이 돈을 내고 케이블TV나 위성TV를 보겠느냐는 것이다.
위성TV는 케이블TV만큼 IPTV를 경계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대비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스카이라이프의 공희정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IPTV가 실시간 방송까지 하게 된다면 (위성TV와) 경쟁과 협력의 관계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PVR(Personal Video Recording) 서비스와 독보적인 채널 등으로 콘텐츠와 서비스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미 치열해진 미디어 시장에 뛰어드는 IPTV는 매체 간 `경쟁'을 더욱 격화시켜 거의 생존을 위한 `전쟁'수준으로 만들 전망이다.
IPTV 서비스를 준비중인 하나로텔레콤의 박종훈 경영전략본부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IPTV는 기존 방송과의 차별화된 새로운 영역의 서비스를 추구하지만 기존 유료방송과의 일부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케이블이나 위성 등 기존의 유료 방송들과 경쟁 속에서도 IPTV가 성공적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 디지털 텔레비전 수상기가 올해말까지 840만 대 보급될 것이라는 추산과 ▲ 주5일 근무 등 여가시간의 증가에 따른 TV시청시간의 증가 ▲ 단순시청에서 적극적 참여(on-demand) 형태로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태도 등을 IPTV 성공 전망의 근거로 들었다.
한편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매체 간 경쟁에 대해 "시청자 입장에서 IPTV는 기존의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 다를 바 없는 다채널 방송서비스"라면서 "따라서 시장에서 서비스 상호 간에는 경쟁관계를 형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경쟁관계 속에서 각 매체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 특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는 것이 각 매체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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