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급감… 전국 매달 1개꼴 폐업 강사 격일제 등 고육책 "아, 옛날이여" "더 이상 영업 안 합니다."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풍동 'S 자동차운전면허학원'. 지난달만 해도 수강생이 북적거렸던 학원 본관 건물에는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었다. 셔터에는 "경영 악화로 더 이상 학원 운영을 할 수 없어 폐업하오니 수강생들은 양해해 달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위치가 좋아 수강생이 300명에 달했던 이 학원은 지난달 말 문을 닫았다. 학원 측은 "기름값이 너무 올라 적자를 견딜 수 없어서 문을 닫게 됐다"고 말했다. S학원을 비롯, 고양시에서는 지난달에만 운전면허학원 5개 중 2개가 문을 닫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영업을 일시 중단하는 자동차운전면허학원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방안'을 발표하자, 제도 시행을 기다리며 면허시험 응시를 미루는 사람이 늘면서 수강생도 급감했다. 땅값과 기름값 상승으로 비용은 늘면서, 응시자 감소로 수익은 악화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운전면허 전문학원은 올 들어 전국에서 매달 1개꼴로 폐업하고 있다.
◆기름값 8년 만에 5배
대전에서 40년간 자동차운전면허학원을 운영해온 이정돈(70)씨는 지난달 처음으로 은행에서 8400만원을 대출받았다. 휘발유가 L당 2000원 가까이 치솟아, 한 달에 4000만원씩 들어가는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달부터는 강사 38명에게 '격일제 출근'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씨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 달에 기름값 800만원이면 충분했는데 이제 5배가 들어간다"며 "대전에 운전면허 학원이 7개 있는데 대부분 문 닫을 날만 꼽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에 따르면,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운전면허 학원들은 보통 60만원에서 8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장내 기능 교육이나 도로 주행을 가르칠 경우, 들어가는 시간당 비용은 기름값 1만5000원, 강사 인건비 7500원 등 평균 2만2500원 선.
반면 수강료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울산이 시간당 2만5000원 선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2만원 선이거나 그 이하다. 현재로서는 영업을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연합회 김기태 기획실장은 "학원에서 사용하는 기름은 면세 혜택이 전혀 없어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폐업 신고를 하지 않은 학원 중에도 강사의 절반을 내보내거나 일시 영업을 중지하는 등 사실상 휴업 상태인 학원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뛴 땅값도 이들에겐 큰 부담이다. 전국 500여 곳의 학원 중 부지를 직접 소유한 곳은 30% 안팎인 150곳 정도. 나머지 300~400곳은 임대로 쓰고 있다. 임대료는 보통 학원 운영비의 15%를 차지한다.
경기도 광주 하남21세기자동차운전학원 이세현 원장은 "9만9000㎡(약 2만9900여 평) 규모의 학원 부지 임대료가 지난해 550만원에서 올해 770만원으로 올랐다"며 "나가는 돈은 계속 오르기만 하는데, 수강료는 제자리니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신규 면허 신청자도 계속 줄어
서울 중랑구 중랑자동차학원의 수강생은 지난 3월 이후 손익분기점(300명)을 훨씬 밑도는 190여명으로 급감했다. 이 학원 임장현(51) 원장은 "지난 3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운전면허시험을 간소화하라고 말한 직후 20여명이 환불 신청을 했고, 지난달 13일 이석연 법제처장이 운전면허시험제도를 손질한다고 하면서 또다시 20여명이 환불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전국의 운전학원 수강생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1%와 9.2%가 줄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면허 간소화' 발언과 법제처의 '현행 7단계인 운전면허 취득 절차를 필기시험과 주행시험의 2단계로 간소화하겠다'는 발표 이후 감소세는 급가속됐다. 3월에는 작년에 비해 18.4%가 줄었고 4월과 5월에는 각각 20.3%와 25.7%가 줄었다.
경찰청 교통관리관실 관계자는 "각 지방경찰청에는 '응시를 미루고 있는데 제도가 언제 바뀌느냐'는 문의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고 말했다.
운전면허 소유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신규 면허 신청자도 갈수록 줄고 있다. 낮은 출산율도 원인이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에 따르면 매년 운전면허를 새로 취득하는 사람들은 2002년 151만2973명에서 2006년 79만342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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