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시장 팽창…13조원
연예계 '대형 비리폭탄' 째깍째깍
'팬텀, PD들에 주식로비' 수사…"국장급 PD 등에 무상·헐값 제공" 진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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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연예계의 악연이 또 한번 시작될까.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팬텀엔터테인먼트가 방송사 PD들에게 주식 로비를 했다는 관계자 진술이 나오면서 대형 연예계 비리 사건의 재연을 예고하고 있다. 연예기획사인 이가기획과 (주)우성엔터테인먼트를 모태로 하고 있는 이 회사는 2005년 골프공, 골프의류 제조업체인 팬텀 주식을 70% 가까이 인수하는 형식을 통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면서 급격히 세를 불렸다. 이후 아이비,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이혁재, 노홍철, 박경림 등 유명 연예인을 속속 영입, 현재 소속 연예인수만 80여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김성주 전 MBC 아나운서와 강수정 전 KBS 아나운서가 팬텀의 식구가 됐다. 팬텀은 그러나 연예계 밖에서는 적지 않은 구설수에 시달려왔다. 금융감독원은 2005년 “팬텀이 우회상장 비용 마련을 위해 ㈜서울음반의 시세를 조종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수사를 맡은 서울지검 동부지검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결국 무혐의 조치했지만 “시세조종을 했다는 강한 의심은 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가 적발돼 서울중앙지검이 다시 수사에 나섰다. 방송사 PD들에 대한 주식 로비 정황은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횡령 등 혐의 입증을 위해 소환한 팬텀 전ㆍ현직 관계자들은 “팬텀이 우회상장 시점을 전후로 주식을 저가에 공여하는 수법으로 방송사 PD들에게 로비를 했다”고 자백했다. 2005년 당시 팬텀은 우회상장 테마를 무기로 코스닥 시장에서 대표적인 급등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 2005년3월 주당 300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그 해 7월 1만원을 넘어섰을 정도다. 만일 최저점의 가격으로 1,000주를 받아 최고점에서 팔았다면 1,000만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는 얘기가 된다. 이미 연예계 등에서는 “팬텀이 주가 2,000원대이던 시절 방송사 PD들에게 무상 또는 시세의 절반 수준에 90만주(18억원 상당)를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특히 팬텀 관계자가 “주식 로비 대상자 중에는 방송사 국장급 유명 PD들도 포함돼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돼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2002년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방송 및 신문 관계자 16명의 구속기소와 12명의 불구속기소를 불러왔던 검찰 수사 이후 5년여만에 검찰과 연예계가 또 다시 악연을 맺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감’의 산업에서 ‘확률’의 비즈니스로 변화하는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진입기를 거쳐 성장기에 놓인 국내 연예산업은 엄청난 규모의 ‘황금어장’이다. 지난해 4월 문화관광부가 발행한 ‘2005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매출 규모는 무려 13조 원에 이른다. 세부적으로는 방송 7조8000억 원, 영화 3조 원, 애니메이션 2600억 원, 음악산업 2조 원대다.
‘돈이 된다’는 기대감으로 밤잠 설치는 곳은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만이 아니다.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위해 먹고 살 거리를 늘 고민하는 대기업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사실 대기업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오래 전 일이다. 1990년대 초반 삼성과 대우가 영상사업단을 만들고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맞아 사업을 접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곳이 있다. CJ와 오리온, 롯데다. 지금은 음악, 영화 등의 분야에서 맹주로 떠올랐다.
대형 통신사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신진 세력으로 한 축을 차지하게 됐다. 2005년 SK텔레콤이 IHQ(옛 싸이더스HQ)를 인수했고 KT는 싸이더스FNH에 이어 2006년 올리브나인을 인수했다. CJ와 오리온이 쌍두마차로 달리다가 SK텔레콤과 KT의 합세로 ‘4인방 체제’로 개편됐다.
대기업의 파워에 눌릴세라 기획사로 불리는 전문 기업들에는 M&A가 활발하다. 대표적인 기업은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이하 팬텀)이다. 팬텀은 지난해 12월 영화 제작 배급 사업을 하는 인터클릭을 인수·합병한데 이어 도너츠미디어(옛 팝콘필름)의 경영권도 인수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의 면모를 가다듬은 것. 팬텀은 이전에도 지난 2005년 음반 기획사인 이가엔터테인먼트와 DVD 유통사인 우성엔터테인먼트를 흡수 합병했고 연예 매니지먼트사인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도 자회사로 편입했다.
팬텀엔터테인먼트의 M&A 행보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지난 3월 5일에는 자회사 도너츠미디어를 통해 DY엔터테인먼트의 총지분 55%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202억 원 규모의 M&A였다.
쇼·오락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팬텀이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면, 영화·드라마를 움직이는 것은 IHQ다. 전지현 정우성 송혜교 등 톱스타를 거느린 데다 자체 제작 역량까지 갖춘 IHQ는 지난해 12월 외주 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과 영상 콘텐츠 제작 협력 관계를 맺으며 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영화를 제작한 MK픽쳐스 역시 지난해 12월 보아 동방신기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와 제휴를 맺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공동 제작하기 위해서다.
이러다보니 권력 이동 현상도 일어났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회사의 파워가 방송국을 누를 정도에 이르렀다. 연예 기획사는 고도화, 전문화되는 반면 방송사는 ‘그때는 좋았지’라는 흘러간 노래를 부르게 됐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스타 연예인과 스타 PD를 대거 스타우트해 제작과 스타 매니지먼트 ‘두 장의 카드’를 모두 손에 쥐게 됐다.
산업의 건전성 확보 ‘필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급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어두운 그림자’도 만들어냈다. 2000년 SM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시작으로 우회상장 등을 통한 기업공개가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2001년부터 줄곧 적자를 내고 있다. 2004년 한류의 영향으로 잠시 흑자로 돌아선 적도 있지만 다시 적자 행진 중이다. 최영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투자자에게 실망감을 안겨줘 이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증권시장 상장을 통한 펀딩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상장 기업들이 외형상 매출을 일단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보니 스타의 몸값은 10년간 8배나 올랐다. 영화계에서는 송강호가 5억 원 이상을 받고 있고 배용준은 오는 5월 방영되는 <태왕사신기>에서 회당 1억 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연예인 개런티가 오른 까닭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서였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매출 발생을 위해 ‘무엇이든지 만들어야’ 했고 이 때문에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는 스타의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에는 영화가 무려 110편이 제작됐다. 이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0편 중 1편에 불과했다.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수익성이 낮은 이유는 흥행에 연동하는 산업 특성과 이러한 흥행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작은 시장 규모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수익 배분 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연간 제작 편수가 1~2편에 불과한 소규모 제작사가 아직까지도 많다. 아울러 제작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의 1차 판권, 흥행에 연동되는 제한된 수익 구조로 돈을 만지기 어렵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어 “특히 TV 드라마 외주 제작사는 가장 열악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TV 방영권은 물론이고 케이블 TV, DVD 수출 등 2차 판권 권리의 대부분을 소유하는 지상파 방송국은 제작 원가의 65~70%밖에 지불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PPL(간접광고) 등으로 외주 제작사가 직접 수익을 만들지 못하면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1년에 1~2편의 드라마만을 제작하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는 노릇이다.
장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비합리적 요인의 제거를 통한 산업의 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겉으로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뒤안길의 열악한 제작 환경과 일상적인 음성적 거래 등은 산업으로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이어 “과거 인맥에만 의존한 산업 관행이 기획력과 시장 조사력 등이 우선시되는 합리적인 과정으로 바뀌어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이효정 한경비즈니스 기자
연예산업 어디까지 왔나
M&A로 덩치 키워…수익모델 ‘심봤다’
5조 또는 10조 또는 50조 원?’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매출 규모를 산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눈에 보이는 제품은 1만 개 팔면 얼마, 1억 개 팔면 얼마 등 확실한 매출액이 나오겠지만 연예 비즈니스는 다르다. 무형의 콘텐츠 산업이 주를 이루고, 부가 시장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규모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아울러 최근 몇 년 사이에 우회상장 등을 통해 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많지만 아직까지 상장기업만으로 산업의 규모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또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범위를 어디까지 제한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확연히 달라진다. 이런 이유로 5조 원부터 이보다 10배 큰 50조 원까지 각기 다른 기준에 따라 편차가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 2004년 영화·연예산업의 연 매출액이 5조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한류 열풍이 최고점에 달했던 즈음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영화·연예 부문의 매출액은 4조8349억 원으로 4년 전인 1999년 2조4916억 원에 비해 두 배 늘었다고 분석했다. 영화산업 매출액은 1998년 1조5455억 원에서 2000년 2조879억 원으로 2조 원대에 올라선 뒤 2002년에는 3조 원을 넘어섰다. 연예산업의 매출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전보다 줄어드는 등 침체 기미를 보였지만 그 후에는 해마다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나타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2007년 현재 산업 규모라는 외형만 놓고 보면 2004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50조 원은 엔터테인먼트를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는 산업’으로 포괄적으로 봤을 때 나오는 금액이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4월 발행한 ‘2005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디지털 교육 및 정보산업 등 10개 문화산업의 총매출 규모는 50조601억 원이었다. 전년 대비 13.3% 성장한 결과다.
이 가운데 ‘연예’ 산업이라는 일반적인 의미에 충실히 해서 방송과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등 4개 산업만 뽑아낸다면 약 13조 원에 이른다. ‘2005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방송이 7조7728억 원, 영화 3조224억 원, 애니메이션 2650억 원, 음악산업이 2조1332억 원 규모다.
이렇듯 집계 기관, 전문가마다 분석한 수치가 다르다. 산업 규모를 명확히 밝힐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연예 산업의 현 상황을 말해준다. 산업화되고 있는 과도기라는 얘기다.
산업화의 첫출발을 증권시장 상장으로 보는 전문가가 대다수다. 이렇게 놓고 보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본격적인 역사는 2000년 시작된다. SM엔터테인먼트가 IPO(기업공개)로 증시에 얼굴을 내민 게 2000년이다.
적자행진에서 흑자전환 ‘예상’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2001년부터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면서 “2004년 한류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되기도 했지만 순이익은 부실 선급금 상각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증자를 통한 자본잉여금 증가가 기업 생존의 근원이었다”며 “2005년 한류 시장 퇴조와 기대했던 온라인 음원 시장 형성이 부진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도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장 기업들이 돈벌이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애널리스트는 “2007년 선두 기업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면서 “100% 외주 제작을 표방하고 있는 경인방송 출범과 예정된 IPTV(인터넷TV) 서비스 시작으로 제작편수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에는 수익성 개선 또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케이블 VOD 서비스, IPTV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이 수익 구조를 안정화시킬 것으로 전망돼서다.
흑자 전환 시기와 더불어 인수·합병(M&A)과 제휴를 통한 ‘대형화’ 또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화두다. 2005년 SK텔레콤이 IHQ를, KT가 싸이더스FNH를 인수한 데 그치지 않았다. 2006년에도 CJ그룹의 엠넷미디어, KT의 올리브나인 등 대기업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가 꼬리를 이었다.
올해에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끼리의 합병이 이슈가 됐다. 각 분야로 특화돼 있던 회사끼리의 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퍼즐을 맞추듯이 각기 다른 부문으로 조각나 있던 회사들이 재조합하는 상황이다. 하나의 분야로서는 안정적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다. 드라마, 영화, 음악, 연예인 매니지먼트 등 고른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이하 팬텀)이다. 지난해 도너츠미디어(옛 팝콘필름), 올해 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MC 천하통일’을 이뤘다. 팬텀은 이미 강호동 신정환 박경림 MC몽 등 대어 MC를 대거 확보하고 있었다. 여기에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 강수정 이혁재 송은이 등이 소속된 DY까지 ‘먹은’ 것이다. 최근 팬텀은 MBC의 스타 아나운서 김성주까지 영입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매머드’로 떠올랐다.
지상파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MC를 싹쓸이했을 정도다. 〈야심만만〉 〈진실게임〉 〈황금어장〉 〈해피투게더 프렌즈〉 〈헤이헤이헤이2〉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섹션 TV 연예통신〉 〈무한도전〉 〈스타 골든벨〉 〈연예가중계〉 〈X맨 일요일이 좋다〉 〈일요일 일요일밤에〉 등에서 팬텀의 MC들은 맹활약하고 있다. 김호영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 전략기획실 이사는 “팬텀의 계열사는 현재 13개”라면서 “〈X맨 일요일이 좋다〉 등이 일본에서 방영돼 배우와 가수에 이어 MC 부문에도 한류 열풍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독립된 미디어 플랫폼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어 “개성이 강한 소형 엔터테인먼트 사업자들끼리 뭉쳤을 때 조화를 이루는 게 관건”이라면서 “소형사끼리 의기투합해 대형사를 만들거나 대형 사업자와 제휴해야 장기 사업성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외형은 성장한 데 반해 인적 자원은 아직까지 따라오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학계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학과를 개설, 운영 중이다. 동아방송예술대는 2006년 연예산업경영과를 개설했다. 아울러 장안대 엔터테인먼트학과와 추계예술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학과에서도 연예 산업의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
이효정 한경비즈니스 기자
‘속속 뛰어드는’ 대기업
‘콘텐츠 잡아라’…‘신4강’ 경쟁 후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형화와 산업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대기업들이다. 일찌감치 영화 상영·배급 분야에 진출해 강자로 군림해 온 CJ와 오리온은 연예 매니지먼트, 음반 및 음원 제작, 온라인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위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에 뛰어든 SK텔레콤과 KT가 무섭게 몸집을 불리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CJ와 오리온이 양대 산맥을 형성하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경쟁 구도가 ‘신4강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멀티플렉스와 영화 투자·배급사를 갖고 있는 데다 최근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롯데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투자는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0년대 초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처음 뛰어든 곳은 삼성 대우 등 대그룹들이었다. 이때 설립된 삼성영상사업단과 대우영상사업단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초기 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오리온, 엔터테인먼트로 영업이익 절반
이들 그룹의 철수로 ‘무주공산’이 된 엔터테인먼드 시장을 발 빠르게 치고 들어와 선점한 곳이 바로 CJ와 오리온이다. CJ는 1998년 계열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홍콩의 골든하베스트, 호주의 극장 체인 업체인 빌리지로드쇼와 합작으로 ‘CJ골든빌리지(CGV)’를 출범시키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선보였다. CJ는 이를 계기로 영화의 제작 배급 상영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냈다. 오리온 역시 쇼박스(제작·배급)와 메가박스(상영)를 앞세워 그 뒤를 바짝 뒤쫓았다.
CJ와 오리온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그룹의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삼아 공격적으로 키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2001년 18%이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의 매출 비중이 2005년 28%로 뛰었다. 영업이익에서 엔터테인먼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 2005년 오리온그룹은 전체 영업이익의 48%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벌어들였다. 오리온보다 그룹 규모가 앞서는 CJ의 경우에도 2005년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전체 그룹 매출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세계적으로 매년 5% 이상, 한국의 경우 10% 이상 성장을 보이는 고도 성장 산업”이라며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수익 창출 능력이 높고,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얼마든지 ‘리스크’ 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엔터테인먼트는 대박 아니면 쪽박인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이는 시스템화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한 편의 영화가 흥행할지를 점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접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감’의 산업에서 ‘확률’ 비즈니스로 발전하는 것이다.
뉴미디어의 확산도 엔터테인먼트 투자 붐을 부채질하고 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인터넷TV(IPTV), 동영상 중심의 3세대(3G) 이동통신 등 새로운 ‘미디어’ 탄생이 줄을 이으면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가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을 사들이는데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디지털 유통 사업자로서 양질의 콘텐츠를 얻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CJ 오리온 SK텔레콤 KT 등 ‘신4강’의 경쟁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각변동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선두 주자인 CJ는 인수·합병(M&A)의 고삐를 죄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는 지난 2월 계열사인 엠넷미디어와 CJ뮤직을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엠넷미디어가 CJ뮤직을 흡수 합병하는 형태다. CJ뮤직은 음악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설립한 계열사다. 이 업체는 2005년 들어 불과 10개월 만에 130여억 원을 쏟아 부어 음반 제작사, 기획사, 연예 매니지먼트사 10곳을 싹쓸이해 주목을 받았다.
역시 만만치 않은 기업인 엠넷미디어의 탄생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CJ는 지난해 7월 음반 제작 및 연예 매니지먼트사인 GM기획과 업계 3위인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맥스MP3를 소유하고 있는 메디오피아를 인수했다. 이어 메디오피아의 기존 사업 부문은 떼어내고 GM기획과 맥스MP3를 흡수해 엠넷미디어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렇게 탄생한 엠넷미디어는 ‘곰TV’로 잘 알려진 그래텍마저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CJ뮤직 흡수 합병을 계기로 엠넷미디어가 CJ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주력 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오리온은 CJ에 비해 조용한 편이다. 공격적인 M&A보다는 기존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전국 네트워크를 강화해 2008년까지 스크린 수를 25개관 200개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관련해 새롭게 주목받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지난 1999년 롯데쇼핑 산하에 시네마사업본부를 설립해 이미 멀티플렉스(롯데시네마)와 영화 투자·배급(롯데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출범 7년 만에 CJ CGV에 이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통신사 공세가 새로운 ‘태풍의 눈’
롯데는 연예 매니지먼트 등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사업 영역을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통한 케이블TV 진출을 미디어·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보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롯데닷컴의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인 벅스인터랙티브 인수설이 흘러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 측이 벅스인터랙티브의 인수 가능성을 공식 부인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 활성화 움직임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고의 관심사는 단연 통신사들의 행보다. 특히 유선과 무선 1위 업체인 KT와 SK텔레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KT는 50%를 넘나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면 화제를 모은 TV드라마 ‘주몽’의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을 지난해 인수했다. 이 업체는 국내 최대의 방송 콘텐츠 제작사로 신현준 강성연 오윤아 등 연예인 17명이 소속돼 있다. 이에 앞서 2005년 KT는 계열사인 KTF와 함께 영화제작사 싸이더스FNH를 사들였다. 또 지난해 4월에는 KT를 비롯해 KTF, KTH 등 KT그룹 계열사들이 FNH 영상투자조합에 모두 175억 원을 쏟아 부었다.
SK텔레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 2005년 국내 최대 연예 매니지먼트사 IHQ를 418억 원에 인수, 통신사 엔터테인먼트 사업 투자의 첫 물꼬를 튼 데 이어 277억 원을 투입해 음반사인 YBM 서울음반도 사들였다. 이 밖에도 3개 음악 펀드에 297억 원, 4개 영화 펀드에 2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선발 주자인 SK텔레콤이 음반과 음악 분야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반면 KT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통신사들은 엔터테인먼트 투자 이유로 안정적인 콘텐츠 확보를 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예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업종 전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인수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대두되고 있는 투자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공격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KT는 올해 엔터테인먼트 분야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많은 150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SK텔레콤도 적당한 투자처가 나타날 경우 투자 금액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승규 한경비즈니스 기자
‘무한경쟁’ 전문 기획사
합종연횡 가속…‘대형화 넘어 산업화로’
![](http://blog.theple.com/iView/?Fileid=1287443_284355&hostKey=2&imgsrc=/Image/2007/05/04/7/592_026_1-1178232856.jpg) |
지난 3월 2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일이 있었다. 신동엽 유재석 등 최고의 MC들을 보유한 DY엔터테인먼트(이하 DY)가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이하 팬텀)에 합병된 것이다. 이 인수·합병(M&A)의 의미는 단순히 한 업체가 또 다른 업체를 인수했다는 것 이상의 ‘사건’이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무섭게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팬텀이 명실상부한 업계의 ‘공룡’으로 자리매김했고 이에 따라 쇼 오락 프로그램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팬텀의 이주현 이사는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데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엑스맨>이 중국에 진출하는 등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예능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며 “<황금어장> 등 오락 프로그램의 자체 제작 경험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우물로는 생존 어렵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대형화되고 있다. 과거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매니지먼트, 음악 사업, 드라마 및 영화 제작 등 분야별로 특화된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 모두를 영위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지향하며 몸집 불리기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형화를 물꼬를 튼 것은 정우성 조인성 김혜수 전도연 등 유명 영화배우들이 대거 소속된 IHQ였다. 매니지먼트로 시작한 이 회사는 2003년 영화 제작사인 아이필름을 설립한데 이어 2005년에는 게임 개발사인 엔트리브와 케이블 방송 PP 사업자인 YTN미디어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영화 제작사 청어람에 지분 투자를 했다. 이에 따라 IHQ는 매니지먼트, 영화 제작, 미디어 사업, 게임 퍼블리싱 등을 영위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업그레이드됐다.
최근 들어 대형화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팬텀이다. DY와 결합은 한 예에 불과하다. 2005년 음반 기획사 이가엔터테인먼트, DVD 업체 우성엔터테인먼트, 플레이매니지먼트를 인수했고 지난해엔 영화 배급 업체 인터클릭과 영화 제작사인 팝콘필름을 인수했다. 그 결과 팬텀은 매니지먼트, 음악, 영화 및 드라마 제작, 예능 프로그램 제작, 영화 유통 등 엔터테인먼트에 속하는 거의 모든 영역의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티엔터테인먼트(이하 티)의 약진도 관심을 모은다. 코스닥 게임 업체인 나코엔터테인먼트가 2006년 음악 전문 기업인 티를 인수한 후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같은 해 매니지먼트 기업인 지티비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하며 대형화의 길에 들어섰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차승원 유지태 손예진 송일국 등이 소속된 바른손필름의 모회사인 컴퍼니브이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대형 매니지먼트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주먹이 운다> <야수와 미녀>를 제작한 시오필름을 인수해 제작 사업도 겸하게 됐다.
HOT 보아 동방신기 등 아이돌 스타의 산실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최근 김민종 윤다훈 등 중견 탤런트들을 영입하며 연기자 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기존의 소속 연기자인 손지창 오연수 고아라 이연희 등과 시너지를 내는 한편 신인 연기자 발굴을 통해 연기자 매니지먼트 사업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업계가 앞 다퉈 대형화에 나서는 이유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메이저 업체들이 이미 대형화돼 있는 데다 대기업들이 출자한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됐고 이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가지의 사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며 “대형화의 일차적인 목표는 점유율 확보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수익 창출”이라고 말했다.
지속성장 위한 전문성 확보 ‘시급’
업계의 관계자들은 “한 우물을 파서는 도저히 먹기 살기 힘든 구조”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연기자 매니지먼트의 경우 소속 연기자들과 계약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영화든 드라마든 출연을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기자들은 다른 둥지를 찾게 마련이다. 물론 소속 연기자들을 좋은 작품에 마음먹은 대로 출연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다. 반면 대형 스타를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직접 영화를 제작한다면 고민은 사라지게 된다.
기존의 사업 모델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것도 대형화, 종합화의 요인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례적으로 스타 의존도가 높아 수익의 상당 부분을 스타가 차지한다. 심지어 ‘11 대 0’ 구조라는 말까지 한다. 전체 수익을 10으로 했을 때 스타가 11을 가져가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쯤 되면 기존의 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기업들이 신인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스타들의 몸값이 지나쳐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을 주력으로 하는 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스타들과 작가들의 몸값이 2~3배 올랐지만 방송사의 제작비 지원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시청률이 높아도 수익을 내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한 번 오른 몸값은 잘 내려가지도 않아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부지기수”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팬의 <소문난 칠공주>는 대형 스타가 없이도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며 “유명 연예인 없이도 흥행할 수 있는 기획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형화 트렌드 자체가 대형화를 부추기기도 한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힘이 강해지면서 소형 업체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고 이에 따라 너도나도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콘텐츠가 한류를 일으키며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고 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작은 기업이 연예인들의 해외 진출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업계의 대형화 바람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극심한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매니지먼트 업계의 삼성전자라고 불리는 IHQ가 지난해 5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SM 팬텀 티 등 상장 기업들의 상당수가 적자를 냈다. 팬과 태원엔터테인먼트 정도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팬의 당기순이익은 2004년 24억 원, 2005년 26억 원, 2006년 36억 원으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 악화에 따라 상장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는 전고점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유명 연예인을 영입하거나 소속 스타들에게 유상증자를 한 경우 또는 우회상장에 성공했을 무렵에 반짝 상승하다가 곧바로 내리막길을 걷는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다. 한두 기업이 아니라 업계 전체가 역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시장은 성장하는데 수익을 내는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고 실적에 상관없이 한 업종에 속하는 종목 전체가 곤두박질치는 모습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왕상 애널리스트는 “상당수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관련 규정이 허술한 우회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진입한 만큼 적지 않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스타들에 유상증자를 했다고 기업의 내재가치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애널리스트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관련 보고서를 접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들이 아니라 기업의 시스템에 의한 수익 창출이 미래의 지속 성장을 위해 절실하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산업화’가 이뤄져야 하며 최근의 대형화 종합화는 산업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산업화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팬텀의 이주현 이사는 “업계의 화두가 대형화를 거쳐 수익 창출로 넘어갈 것”이라며 “고유한 수익 모델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소형사라도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형주 한경비즈니스 기자
방송사 쥐고 흔드는 신권력
스타 보유 연예 기획사 ‘실세’ 부상
#풍경1
지난 1월 22일 오후 4시 PD연합회 사무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전문가 좌담이 열렸다. 이강현 KBS 드라마팀 선임 프로듀서와 이창섭 MBC드라마기획센터장, 김영섭 SBS드라마국 책임연출자(CP)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좌담회는 외주 드라마가 전체 드라마를 잠식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방송사 내부 제작 능력이 사실상 실종 위기를 맞고 있다는 판단 하에 방송사 자체 드라마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토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좌담회에서 방송사 중견 PD들은 스타 PD들의 연예 기획사행과 드라마의 90%가 연예인 매니지먼트를 겸하는 연예 기획사 주도의 외주 제작으로 방송사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풍경2
2월 중순, 한 매체에서 인기 스타로 부상한 MBC 김성주 아나운서가 거액의 연봉을 제의받고 한 기획사로 옮기며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러 매체들이 김성주 아나운서가 여러 기획사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으며 MBC는 회사에 잔류하도록 간부진이 나서 설득하고 나섰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월드컵 중계와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 끼를 발휘해 스타 아나운서로 부상한 김성주 아나운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입사하기를 원하는 방송사에 2월 28일 사표를 내고 대형 연예 기획사인 팬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두 가지 풍경은 불과 5~6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두 개의 풍경은 그동안 대중문화의 권력이자 실세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제작과 스타 및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을 병행하는 대형 연예 기획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다.
방송사와 영화사 중심의 대중문화계는 이제 연예 기획사 중심의 판도로 급변하고 있다. 증대되고 있는 스타 파워를 바탕으로 높아진 연예 기획사의 위상은 드라마 및 오락 프로그램의 주연과 진행자 캐스팅 및 주연, MC들의 몸값에 대한 결정에서부터 판권과 지분 요구, 프로그램 제작까지 방송사의 일방통행이 사라지는 것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형 연예 기획사는 자사 소속 스타를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출연시키는 조건으로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을 끼워 팔기식으로 출연시키는 관행의 심화에서부터 소속 스타의 진행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 요구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자사 연예인으로 패키지화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거대 연예 기획사는 자사 소속의 스타의 힘을 지렛대 삼아 스타 몸값 상승을 주도하는가 하면 지분 요구 등 스타의 권력화를 선도하는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MBC의 수목 드라마 ‘고맙습니다’는 싸이더스 HQ 소속의 공효진 장혁 등이 주연으로 나서는 등 싸이더스 소속 연예인이 주요 배역을 맡았고, 인기 오락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과 SBS ‘야심만만’에는 진행자와 고정 패널로 각각 팬텀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유재석과 노홍철, 강호동과 강수정이 출연하고 있다.
최근 끝난 SBS 드라마 ‘눈꽃’의 경우는 주연으로 나선 젊은 남녀 연기자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고아라와 기범이였다. 기범의 경우 시트콤을 통해 얼굴을 비쳤지만 정극의 주연으로 나설 정도의 연기력을 갖춘 가수 출신 배우는 아니었지만 주연으로 나선 데에는 같은 소속사의 고아라 출연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방송사 드라마국 한 PD는 “드라마의 캐릭터의 성격에 부합하는 연기자를 캐스팅하고 싶지만 스타 연기자를 주연을 내세운 기획사에서 자사 소속의 신인이나 무명 연기자를 함께 출연시켜달라고 하는 요구가 많다”면서 “만약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주연을 포기하겠다는 말까지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PD 고유 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기자 캐스팅 권한마저 이제 연예 기획사가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됐다. 심지어는 특정 연예 기획사에서 드라마를 연출할 PD마저 지목하는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인기 프로그램 외주제작 요구
소속 스타를 무기로 연예 기획사들의 외주 제작 요구 현상도 보인다. 한국 프로듀서 연합회보인 ‘PD저널’ 2월 14일자 ‘스타권력화 브레이크가 없다’는 보도에 따르면 DY(현재는 팬텀엔터테인먼트로 합병)가 자사 소속 연예인인 유재석과 노홍철이 출연하는 MBC 인기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대해 외주 제작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연예 기획사의 영향력 확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12월 방송사의 연말 가요 시상식 직전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자사 소속 가수들의 시상식 불참을 선언해 MBC와 KBS는 시상식을 폐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은 방송사 시상식 자체의 문제도 있었지만 방송사와 연예 기획사의 파워 게임의 한 단면이었다. 그동안 방송사의 가수들에 대한 시상식 참여 요구는 스타 가수와 연예 기획사로서 거부할 수 없는 사항이었지만 이제 연예 기획사는 스타 파워를 바탕으로 방송사의 요구를 당당하게(?) 거부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MBC 이은규 전 드라마국장은 “편성권과 제작권, 그리고 전속제를 바탕으로 연예 산업의 권력의 총아라고 인식됐던 방송사는 이제 그 힘을 상실했다”며 “스타를 쥔 쪽이 힘을 갖는데, 대형 스타를 보유한 거대 연예 기획사는 엄청난 권력 집단”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김종학 프로덕션, 싸이더스HQ, 올리브나인, 팬텀 엔터테인먼트, 예당 엔터테인먼트, 엠넷미디어, SM엔터테인먼트, 스타제이 등 매니지먼트와 제작을 겸하는 연예 기획사들이 방송사의 드라마의 80%를 제작하고 있으며 팬텀 등은 오락 프로그램 부분에서 진행자 출연과 자본의 참여 형식 등 다양한 형태로 외주 제작을 하고 있다.
시청률을 좌지우지 하는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의 제작은 연예 기획사가, 그리고 편성과 송출은 방송사가 하는 형태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예 기획사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연예 기획사의 위상과 영향력, 권력의 확대 원천은 바로 소속 스타와 인기 연예인들이다. 스타와 인기 연예인들은 콘텐츠의 수요(시청률과 관객 동원)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공급자 중심 시장을 형성하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방송사나 영화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우리 대중문화계는 스타를 쥔 쪽이 이기게 돼 있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스타가 많은 연예 기획사의 권력과 영향력은 확대재생산돼 스타 양산의 독점 체제 구축, 그리고 과도한 몸값, 지분, 판권 요구 등으로 인한 시장 질서의 혼란 등 많은 병폐가 야기되고 있다. 이는 적지 않게 대중문화 발전의 저해뿐만 아니라 한류의 침체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연예인 매니지먼트를 하는 CAA 등 에이전시(연예 기획사)는 제작을 할 수 없게 법으로 규정해 거대 권력을 지닌 공룡으로서 에이전시가 야기할 수 있는 병폐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처럼 연예인 매니지먼트와 프로그램 제작을 하는 프로덕션이 스타 시스템의 핵심인데 제작비에서부터 스타의 몸값, 출연 배우 결정 등은 철저히 방송사협회와 프로덕션협회가 정한 규정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초래되고 있는 스타 및 연예 기획사의 권력화로 인한 병폐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 대중문화계의 급성장과 발전, 그리고 한류 부흥의 저변에는 스타를 키우고 관리하는 연예 기획사가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권력 확대재생산을 위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대형 연예 기획사의 병폐는 대중문화계의 발전에 적지 않은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배국남·마이데일리 대중문화전문기자
‘상상초월’ 연예인 몸값
스타 개런티 ‘억, 억’…‘부르는 게 값’
한국 영화의 위기설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110편이나 제작된 국산 영화 중 수지를 맞춘 작품이 10% 이하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제작자들은 제작비 상승, 특히 날이 다르게 치솟는 스타들의 개런티를 수지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그들대로 ‘나날이 치솟는 스타들의 출연료 때문에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비명을 지른다. 외주 제작사들이 방송사로부터 받는 제작비는 회당 8000만 원에서 1억 원. 회당 2000만 원대에 이르는 톱스타들의 출연료와 3000만 원을 호가하는 스타 작가들의 집필료를 감안하면 매일 보는 드라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가 궁금해진다.
과연 스타들의 몸값은 지나치게 비싼가. 비싸다면 대체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현재 최고가의 출연료를 자랑하는 배우는 송강호. ‘5억 원 이상’이 확고하게 매겨져 있는 데도 2009년까지 출연작 스케줄이 차 있을 정도다.
그 뒤를 잇는 것이 설경구 차승원 최민식 등 탄탄한 연기파들. 흔히 생각하는 장동건 이병헌 배용준 등 미남 스타들보다 이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시장에서 입증된 티켓 파워의 힘이다. 아무튼 이들이 4억~5억 원대의 출연료를 받고 있고 장진영 전도연 김혜수 등 톱클래스 여배우들은 3억~4억 원대로 남자 배우들보다 약간 낮은 몸값을 형성하고 있다.
드라마 쪽은 1위와 2위의 격차가 크다. 배용준이 오는 5월 방송되는 MBC TV <태왕사신기>로 회당 1억 원을 자랑하는 가운데 2위는 지난해 <연애시대>에서 손예진, 그리고 현재 방송중인 <히트>에서 고현정이 회당 2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로는 권상우 김희선 하지원 등이 2000만 원대를 지키고 있다. 회당 2500만 원은 16부작이라면 4억 원, 24부작이라면 6억 원에 해당하는 거액. 영화 출연료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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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출연료 영화 ‘추월’
국제통화기금(IMF)의 타격을 받았던 1997년 최고의 톱스타였던 최진실의 드라마 출연료가 3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동안 8배 이상 올랐다. 지난해 이후 영화를 고집하던 톱스타들이 속속 브라운관으로 복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여기서 궁금증.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은 조지 클루니를 위시해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등 톱스타들이 줄줄이 출연하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작품은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 자체가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과연 한국 드라마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최근 제작이 재개된 대작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사례는 이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제작에 착수하자마자 한류 스타 최지우가 관심을 보인 것까지는 낭보였지만 오히려 그 이후 위기가 닥쳐왔다. 최지우 측은 회당 3000만 원대의 출연료와 함께 상대역인 두 형제 역할에도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스타를 캐스팅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주연급 세 사람의 출연료만 최하 7000만 원선에 이르게 돼 도저히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이 취소될 뻔한 <카인과 아벨>은 최근 소지섭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짜고 있다.
지난해 또 하나의 빅 프로젝트로 꼽혔던 드라마 <에이전트 제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인표 손예진 설경구라는 대형 스타 3인의 공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은 현재 제작이 무기 연기된 상태. 제작사는 “절대 제작 취소가 아니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대본을 더 가다듬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3명을 합해 회당 6000만 원이 넘는 출연료를 감당할만한 손익 계산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영화계는 이런 문제를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란 초호화 진용을 구축하며 엄청난 출연료 부담에 직면했지만 제작진은 송강호의 개런티를 투자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송강호는 영화의 흥행 성과에 따라 투자자의 입장에서 배당을 받는 셈. 이 시스템은 제작자와 배우의 동지 의식이 낳은 쾌거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건 영화건 한류 스타들은 별개의 대접을 받는다. 해외 수출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의 출연료가 1억 원이라지만 그 이상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한류 전성기였던 2004~05년에는 “회당 1억 원을 제시해도 스타들이 입질을 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제작사들이 많았다. 일본이라는 확실한 시장이 확보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일부 한류 스타들에게 국한된 얘기일 뿐이다. 고액 개런티가 영화나 드라마의 수지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한다.
매출 위해 ‘일단 만들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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