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배급 재개하는 최용배 청어람 대표
"영화하는 사람 관점에서 배급하고 싶다"
이제는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괴물'의 제작사 로 잘 알려져 있지만 청어람의 시작은 배급사였다.
시네마서비스에서 오랜 기간 배 급업무를 담당했던 최용배(44) 대표가 2001년 11월 한국영화 전문 배급ㆍ투자사인 청어람을 설립했다.
'싱글즈' '장화, 홍련' '바람난 가족' '꽃피는 봄이 오면' '품행제로' 등을 배 급한 청어람은 2003년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막강한 자본력 을 갖춘 대기업에 맞선 작은 회사가 내놓은 의미 있는 성적이었다.
또한 수익 면에 서 선뜻 나서기 곤란한 '여섯 개의 시선'과 같은 작품을 배급해 한국 영화의 기초를 쌓는 데도 기여했다.
그러다 직접 제작에 참여하면서 배급 업무를 사실상 중단하게 됐다.
특히 순제 작비 100억 원이 넘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개념의 괴수영화 '괴물'을 제작하면서 배급 업무를 할 여력이 없었던 것. 최근 청어람이 다시 배급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해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음악감독 조성우 씨가 이끄는 M&FC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점. 7월12일 개봉하는 '해부학 교실'을 시작으로 '두 사람이다' 'M'과 함께 청어람 시절에는 하지 않았던 외화 배급에도 나선다.
최용배 대표를 만나 다시 배급을 결정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 대표는 "'괴물' 배급과 관련해 곤욕을 치른 게 다시 배급에 뛰어들게 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는 말을 꺼내자 "솔직히 말해 맞다.
'괴물'로 인해 참 힘들었다.
다른 회사에 배급을 맡기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곧바로 인정했다(청어람에서 제 작한 '작업의 정석' '괴물'은 패키지로 쇼박스에서 배급했다). 그는 대기업 계열사인 대형 배급사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전제했다.
"CJ엔터테인먼트나 쇼박스는 영화만 하는 회사가 아닌, 미디어 그룹입니다.
영 화 한 편을 위해 올인하는 제작사 입장과는 확연히 다르죠. 영화하는 사람들은 영화 가 영화로 보이길 가장 원하는데 그 회사들은 극장과 방송 등 여러 매체에서 사용 가능한 콘텐츠 개념으로 보는 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영화 중심으로 배급하길 원하 는 회사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청어람뿐 아니라 싸이더스FNH도, MK픽쳐스도 그런 바 람이 있을 거고요. 기존 배급사들이 합리적이었다면 굳이 다시 하고 싶지 않았을 겁 니다.
" 음악감독인 조성우 감독이 대표로 있는 M&FC와 공동 배급을 하게 되는데, 음악 감독인 조 감독이 배급업에 나선 게 의외다.
"음악감독은 영화감독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작업하는 사람입니다.
감독과 늘 붙어서 작업하면서 영화감독들의 세계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좋은 감독들이 만든 좋은 영화가 다른 상황에 밀려 극장에 걸리지 않는 일이 없길 바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고. 조 감독님은 영화 O.S.T를 수익의 개념에서 보고 판권에 대한 개념을 영화 계에 도입할 정도로 비즈니스 감각도 있는 분입니다.
" 청어람은 한국영화 전문 배급사로 외화를 배급한 적이 없었는데 M&FC가 외화 배 급을 준비 중이어서 최 대표 역시 외화 배급도 하게 됐다.
그는 "아직 외화는 두 달 전에 흥행 여부를 판단하는 안목이 부족하다"며 웃는다.
그렇게 숱한 영화를 배급했는데 막상 청어람에서 제작한 영화를 배급하는 건 ' 해부학 교실'이 처음이다.
최 대표는 "희한하게 청어람에서 제작한 작품은 단 한 편도 배급을 하지 못했다 "며 "첫 제작 영화인 '효자동 이발사'를 비롯해 '작업의 정석' '괴물' '흡혈형사 나 도혈'과 배급권이 있었던 '아파트'까지. 지금 계산해보면 1천800만 관객을 놓친 거 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해부학 교실'도 에그필름과 공동제작한 작품이지만 어쨌든 청어람 제작 작품을 처음 배급하는 셈이다.
올해 한국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에서 거의 초주검 상태다.
심지어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는 무려 912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미국만큼, 아 니 어찌 보면 미국보다 더한 와이드 릴리즈(개봉 첫 주 스크린을 될 수 있는 한 많 이 확보해 일제히 개봉하는 것) 방식이 횡행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소니픽쳐스 한국 지사가 본사에 필름 프린트 수를 풀어달라고 했습니다.
한국적 상황을 받아들이길 요구했고, 본사에서 이를 허락해 '스파이더맨3' 가 826개,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가 무려 912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수 있 었던 거죠. 한국 영화 시장은 요즘 미국 영화 시장보다 더할 정도의 와이드 릴리즈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왜 전세계 최초 개봉을 한국에서 하겠습니까. 아시 아 시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늦게 개봉하면 금세 여파가 있기 때문입니다.
" 자본력으로 화제를 옮겼다.
청어람은 지난해 8월 말 IHQ에 30%의 지분을 넘겼고, IHQ는 SK텔레콤의 자회사여서 청어람의 자본력이 SKT에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 고 있다.
민감한 부분이어서 처음엔 구체적으로 밝히기 꺼리던 최 대표는 "뭔가를 하려는 데 제재를 받고 있는 거, 맞다.
사실 M&FC와 공동으로 배급사를 따로 설립하려 했지 만 10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사안, 출자 등에 대해 규제를 받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이를 시인했다.
그러나 그건 자신의 목표에 크게 상관없는 듯 보였다.
"플레이어의 차이입니다.
돈은 누구 돈이든 간에. 플레이어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느냐가 차이 나는 거죠. 전 영화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영화하는 사람입니다.
영화하는 사람 입장에서 플레이를 할 것이기 때문에 회 사 차원에서, 산업 차원에서만 배급을 하는 사람들과는 다를 겁니다.
" 2001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배급구조의 이해'를 강의하고 있는 최 대표는 "굳이 제작과 배급을 택하라면 아무래도 배급을 택할 만큼 애착을 갖고 있다"며 "시네마서비스에 근무할 때는 '배급 담당'이라고 적힌 명함을 창피해했을 정도로 영화계에서 배급은 하찮게 여겨지는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미도' '투캅스'에서처럼 제작, 투자, 배급을 모두 하는 시네마서비스 가 이상형"이라고 밝히며 "배급의 재미는 지금보다 조금 더 수익률을 높이는 데 있 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영화인에게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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