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이석채 KT 전 회장의 배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KT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KT자회사인 KT엠하우스 사무실, 민 아무개 사장 자택,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 앱디스코를 압수수색하고 전 원내대표가 이 회사에 부당지원을 하도록 이 전 회장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KT와 검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앱디스코는 광고를 보면 라떼머니라는 포인트를 적립해 통신요금을 차감 받는 애드라떼라는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으나 거래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 광고주들이라 KT에 제때 결제를 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지난 5월 KT엠하우스에 미지급금 10억원을 입금하지 못하자 거래 중단까지 검토했으나 상환합의서를 작성하고 분할 납부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6월 말에도 상환계획을 지키지 못했고 8월까지 미수금이 20억원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전 원내대표가 이 전 회장에게 거래를 계속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오히려 투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다. KT는 앱디스코에 20억원을 투자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더 부은 셈이라 KT 내부에서도 20억 투자 건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앱디스코는 지난달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전체 투자유치 금액은 60억원 규모인데 KT가 먼저 투자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앱디스코에 투자를 검토했던 벤처캐피털들이 실적 개선 전망이 없다고 판단해 투자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앱디스코는 지난해 12월 이노폴리스라는 벤처캐피털이 16.3%의 상환우선주를 인수해 35억원을 투자한 바 있는데 지난달 KT는 주당 2864원에 2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얼추 계산해 봐도 기업 가치가 1년 사이에 215억원에서 145억원으로 70억원 가까이 떨어진 데다 먼저 출자했던 벤처캐피털이 크게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미지급금까지 걸려 있는 상태에서 추가 출자를 한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게 패착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수환 애드라떼 대표는 “광고 10분 보면 라떼 한 잔”이라는 마케팅 구호를 내걸고 한때 한국의 주커버그로 불렸던 청년 사업가다. 1986년생으로 2009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는데 전병헌 원내대표와는 전 원내대표의 딸 전지원씨가 2010년 같은 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낸 인연으로 지난해 2월 전 원내대표가 주최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하기도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전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의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에 견줄 젊은 피로 밀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정수환 대표가 전 원내대표의 예비 사위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전 원내대표의 소개로 지난해 대선 때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에서 일자리혁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앱디스코 수사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민태기 KT엠하우스 사장이 3개월 동안 업무정지를 당했다가 복귀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민 사장은 지난 8월 앱디스코와 거래를 끊으려 했다가 업무정지를 당했다. 민 사장 업무정지 기간에 KT는 앱디스코의 채무 상환을 연장해 줬고 오히려 20억원을 출자했다.

전병헌 의원(왼쪽 네번째)이 주최한 ‘IT벤처산업 재도약을 위한 토론회’에 정수환 앱디스코 대표(왼쪽 다섯번째)가 참석했다. ⓒ 전병헌 의원 블로그
민 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누가 나를 문책했는지 모른다, 왜 문책을 당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 사장은 “전병헌 원내대표와 만난 적 없으며 투자는 KT엠하우스가 아니라 KT 차원에서 했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민태기 사장 자택까지 압수수색, 앱디스코 관련 회의록을 입수하고 민 사장 등을 상대로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홍보팀 김철기 상무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민주당 원대대표실 김명진 특보는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온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딸과는 학생회장 선후배 사이일 뿐 예비 사위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전 원내대표가 이 전 회장에게 압박을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 특보는 “전 원내대표가 정수환 대표와 안면이 있는 건 사실인데 KT가 갑자기 제휴를 중단해서 사업을 접게 될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대기업의 갑의 횡포가 아니냐는 생각에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본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특보는 “전 원내대표가 이 전 회장에게 부당한 지원을 요구할 정도로 정 대표와 각별하게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그런 요구가 적절치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전 원내대표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KT 규제 관련 법적 이슈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전 회장이 전 원내대표와의 관계를 무시하기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와 관련한 기초 수사는 대부분 마쳤으나 추가로 비자금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금품 로비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